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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잔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오늘(13일) 늦은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오른다. 벤투 감독과 함께 했던 4년 4개월의 여정이 이제 완전히 마침표를 찍는다. 한국 축구는 이제 새로운 챕터로 들어가고 있다.

자연히 한국 축구 최대의 화두는 차기 A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이 될 것이다. 벤투호가 남긴 업적, 그리고 끝내 채우지 못한 부분에 대한 보완 등 여러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특정 축구인 이름만 호명되는 분위기다. ▲ 지금 당장 A대표팀을 맡을 수 있는 자유로운 신분, ▲ 나름 지도자로서의 실적, ▲ 유명 축구인 등 여러 조건이 얘기되고 있다. 도중에 신태용 감독이 잠깐 자리하긴 했지만, 울리 슈틸리케·벤투 등 오랫동안 외국인 지도자에게 맡겼던 A대표팀의 지휘봉을 국내 지도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통상적으로 차기 사령탑 후보를 고려할 때 따지는 덕목이긴 하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우선되어서는 곤란하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얻은 성과는 단순히 16강이라는 업적에 그쳐서는 안 된다.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패러다임의 변화 가능성을 살필 수 있었다.

과거 월드컵에서의 한국 패턴은 일정했다. 아시아 무대에서 압도하다, 본선에서는 수세 속에서 카운터어택을 노리는 축구였다. 한국 축구는 세계 정상급 팀과 격차를 스스로 인정하고 최대한 버티고 장기라 여겼던 선 굵은 역습 축구로 승리를 모색한다는 식이었다. 먹힐 때도 있었다. 이를테면 ‘카잔의 기적’으로 여겨지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이 좋은 예다.

하지만 수세에 몰리면 그만큼 질 위기가 늘어난다. 축구는 골로서 승부를 가리며, 볼을 가진 팀이 그 골을 넣을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 축구 역시 그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리한 패를 들었던 이유,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수준 차’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인정하고 들었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용감하게 덤비는 게 버티는 것보다 승리 가능성이 적다고 본 것이다. 이는 벤투 감독 재임 기간 내내 거론됐던 ‘빌드업 축구 논란’과도 맞닿아있다.

무엇을 하려는지 모두가 알고 있으나, 과연 이게 세계 무대에서 통하겠느냐는 의구심이 표출된 것이다. 이런 의심은 비단 미디어나 팬뿐만 아니라 월드컵 본선을 경험한 축구인들까지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달랐다. 16강 브라질전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수준 차’가 느껴졌다. 하지만 나머지 조별 리그 세 경기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가나전처럼 결과가 좋지 못한 경기도 있지만, 포르투갈전처럼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결과 여부를 떠나 중요한 건 주도하는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가 다른 방식으로 싸울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대회였다면 차기 사령탑을 선임할 때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 가지고 있는 이력, 그간 보여줬던 지도력, 모두 중요하다. 기왕이면 한국 축구 지도자를 육성해야 한다는 취지에 한국 지도자를 선임해야 한다는 명분적인 부분 역시 이해한다.

하지만 이 모든 조건들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볼 수 있었던 패러다임의 변화 가능성보다 우선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한국이 강해지려면 연속성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럴 능력이 있다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한국 축구의 싸움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다시 무(無)로 돌리는 결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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