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디에고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나를 넘어 전 세계 최고 슈퍼스타로 인정받는 이유가 있다. 월드컵 역사상 역대급 단일 대회 개인 퍼포먼스를 펼쳐보였기 때문이다. 1986 FIFA 멕시코 월드컵에서 5골 5도움, 마라도나가 없었다면 아르헨티나는 그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마라도나의 퍼포먼스를 이제 리오넬 메시가 넘어서기 직전이다. 이제 우승컵만 있으면 완벽한 대관식이 된다.
메시가 속한 아르헨티나는 14일 새벽 4시(한국 시각)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 크로아티아전에서 3-0으로 완승햇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34분에 페널티킥 선제골 터뜨린 메시의 맹활약과 전반 39분과 후반 24분에 두 골을 몰아친 훌리안 알바레스의 맹활약에 힘입어 크로아티아를 물리치고 8년 만에 대회 결승전에 진출했다.
앞서 언급했듯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는 물론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서도 비견할 자가 없는 위대한 퍼포먼스를 뽐내며 우승한 바 있다. 축구가 팀 스포츠가 아닐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선수였기에 세상을 떠난 지금도 전설 중 전설로 추앙받는 것이다. 하지만 그 위대한 이름이 또 다른 위대한 이름으로 지워지게 됐다. 바로 메시라는 이름으로.
메시는 이날 크로아티아전에서 나온 1골 1도움, 이날 아르헨티나가 만든 득점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2006 FIFA 독일 월드컵부터 이번 카타르 월드컵까지 5회 대회 연속 출전을 하면서 가장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낸 경기가 됐다. 그리고 이날 활약에 힘입어 이번 대회 여섯 경기에서 5골 3도움을 기록했다. 현재 대회 득점 랭킹과 도움 랭킹 선두에 연거푸 자신의 이름을 올린 건 덤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메시가 더 대단한 이유는 또 있다. 활동량이 줄었다 혹은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 와중에도 자신이 출전한 다섯 차례 월드컵 중 가장 나은 공격 포인트 양산 능력을 뽐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치러진 네 차례 월드컵에서는 사실 메시의 이름값이 조금은 아쉬운 활약상에 그쳤다. 신성이었던 독일 월드컵에서는 세 경기 1골 1도움, 전성기 초입이었던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다섯 경기 무득점 1도움이었다.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7경기 4골 1도움을 올렸으나, 정작 ‘진짜 승부’라 할 수 있는 8강 이후 경기에서는 공격 포인트가 전무했다. 그리고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4경기 1골 2도움에 그쳤다. 체면치레 정도는 했으나 ‘지존’이라는 평가를 받는 선수치고는 모자람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본인이 출전한 월드컵 중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재차 강조하지만 전성기 시절 마라도나에 비견할만하다. 브라질 월드컵 때처럼 들쭉날쭉하지도 않았다. 메시는 크로아티아전을 포함해 이번 대회에서 치른 여섯 경기 중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 폴란드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쏟아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라는 극찬이 아깝지 않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아무리 공격 포인트를 많이 쌓는다고 한들, 우승컵이 없다면 아무 의미 없다. 1958 FIFA 스웨덴 월드컵 때 무려 13골을 휘몰아쳤던 프랑스 레전드 쥐스트 퐁텐의 이름을 지금 세대는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도 향후에도 절대 깨지지 않을 법한 단일 대회 역다 최다골이라는 대기록을 쌓아도 그렇다. 결국은 우승컵이 있어야 마라도나, 펠레처럼 후세에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다. 이제 한걸음 남았다. 메시의 대관식, 이제 진짜 가시권에 들어왔다.
▲ 리오넬 메시의 FIFA 월드컵 대회별 공격 포인트 기록
2006 FIFA 독일 월드컵 3경기 1골 1도움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5경기 1도움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7경기 4골 1도움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4경기 1골 2도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5경기 5골 3도움 中
총 11골 8도움 中
▲ 디에고 마라도나의 FIFA 월드컵 대회별 공격 포인트 기록
1982 FIFA 스페인 월드컵 5경기 1도움
1986 FIFA 멕시코 월드컵 7경기 5골 5도움
1990 FIFA 이탈리아 월드컵 7경기 2도움
1994 FIFA 미국 월드컵 2경기 1골 1도움
총 5골 9도움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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