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베스트 일레븐=카타르)

아시아축구의 ‘최상위 행정기관’ AFC(아시아축구연맹). 그곳에도 적잖은 한국인들이 한국을 대표하여 아시아 전체를 위해 땀방울을 흘린다. 신만길 부총장도 그중 한 사람이다. 십수 년 전 KFA(대한축구협회)에 몸을 담다가 AFC라는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간 신 부총장은, 이젠 아시아축구 행정에서 ‘중추적 인재’로 자리매김했다.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신 부총장의 임무는 막중하다. 이미 적잖은 본선 일정을 ‘경기감독관’ 신분으로 관장했다. 심지어 다가오는 19일(이하 한국 시각) 자정에 벌어질 대망의 결승 아르헨티나-프랑스전에서도 경기감독관으로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의 행정을 총괄한다. 한국인이 월드컵 결승전에서 책임자가 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결승 킥오프 며칠 전 카타르에서 신 부총장을 마주했다. 그는 경기감독관과 아시아축구의 행정, 나아가 한국축구에 대해서도 귀중한, 그리고 가감없는 이야기를 전했다. 평생을 아시아축구를 위해 헌신한 신 부총장의 솔직하고 담백한 ‘마음의 소리’다.

b11: 축하드려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경기감독관’을 맡는다고 들었습니다.

“과거 KFA에 계셨던 가삼현 사무총장님이 2006 FIFA 독일 월드컵에서 경기감독관을 했습니다. ‘월드컵 결승전 경기감독관’은 한국인 중엔 제가 처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기감독관이라는 건, ‘경기를 운영하는 조직’을 감독하는 겁니다. 경기장에선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위치에서 일을 하는데, 경기감독관은 ‘최종책임자’라고 보면 됩니다. 구체적 예를 들면 특정 관중이 그라운드에 난입을 했다? 이건 ‘사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기감독관은 사건의 진위를 조사하고 확인해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결재합니다. 그래야 이슈가 상벌위원회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거든요.”

b11: FIFA 월드컵 결승에서 경기감독관이 된다는 것, 축구행정가로서 얼마나 의미가 큰 걸까요?

“뿌듯하죠. 경기감독관이라는 직책이 주는 의미가 있어요. 축구대회의 최고봉은 FIFA 월드컵입니다. FIFA 월드컵에서 최고봉은 결승전이고요. 그 경기를 감독하게 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영광’일 수밖에 없죠. 축구행정을 하는 사람으로서, 현장 업무 관점에서는 더 바랄 게 없을 만큼 기쁩니다.”

b11: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시아축구의 수준이 더욱 상승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AFC 내부에서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굉장히 고무적입니다. 어제 부총장이자 경기국장인 저와, 심판국장·기술국장 3명이 만나 2시간 정도 카타르 월드컵을 주제로 대화했어요. ‘좋았다’라는 말을 참 많이 했습니다. 일단 아시아에서 월드컵 본선에 6개 국가(한국·일본·사우디아라비아·이란·카타르·호주)가 참여했던 전례가 없어요. 또한 성적에서 읽어낼 수 있듯, 아시아축구가 느리기는 해도 ‘꾸준히 성장한 게’ 드러난 대회였다고 봅니다. 이제는 유럽이 아시아에 지는 게 창피나 망신이 아닌 상황이 됐습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죠. 기적 같은 게 아니라요. 다음 과제는 보다 정기적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b11: 아시아축구 성장세에 AFC 챔피언스리그(ACL)의 영향력은 얼마나 컸다고 평가하는지도 궁금합니다.

“ACL 퀄리티와 위상 증대가 각국 국가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에도 ‘긍정적’이었다고 봅니다. 과거엔 특정 아시아 클럽 감독에게 시즌 목표를 질문했다면 ‘리그 몇 위입니다’라는 답변이 나왔지만, 지금은 ‘ACL 진출권입니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ACL의 상징성이 커졌어요. 실제로 AFC는 ‘최대한의 자원’을 ACL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발표하겠지만 2024년엔 ACL이 한 차원 더 진화할 겁니다. 단적인 예로 현 시점에서 ACL 챔피언이 받는 상금은 500만 달러(약 66억 원)지만, 2년 뒤엔 2.5~3배가 늘어날 거예요. 챔피언이 아닌 다른 참가 클럽이 수령하는 금액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겠죠? 이 밖에도 ACL과 관련해 행정적으로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은 계속될 겁니다. AFC의 향후 몇 년 중점 투자 사업은 명확하게 ‘클럽 축구’입니다.”

“더 넓게 보면, AFC 아시안컵의 확대와 기술 분야의 진화 등도 아시아축구 성장에 종합적으로 기여했다고 봅니다. AFC는 그간 다방면으로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특정 항목이 아시아 성장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기보다는 ‘그동안의 시너지’가 나타났다고 보는 편이 옳겠네요.”

 

b11: 한편으로는 과제도 많을 거 같습니다. 아시아축구의 레벨업을 위해 AFC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또 뭐가 있을까요?

“행정적으로 아직 유럽과 차이가 커요. 격차가 예전보다 줄지 않았냐고요? 아닙니다. 저는 격차가 아직도 유효하다고 봐요. 유럽은 ‘선순환구조’에 들어갔어요. 유럽에선 클럽이든, 국가대표팀이든, 거액을 번 뒤 그걸 여러 곳에 투자하고 다시금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확립이 됐어요. 그러나 아시아는 ‘돈을 버는 구조’가 여전히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투자가 유소년의 성장까지 이어지느냐, 그런 지점 등에서 약한 고리가 있어요. 향후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죠.”

b11: 다가오는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은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사실 카타르 아시안컵은 ‘아픈 손가락’이에요. 아시안컵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축복을 받아야 하는 대회인지라 단단히 준비해야 하는데, 다들 아시겠지만 중국이 철회를 하고 다시 개최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됐어요. 현재 기준으로 남아있는 시간은 대략 1년. 모든 사람이 즐기고 사랑하는 아시안컵이 돼야 할 텐데, 지금은 1년 내에 ‘대회를 만들어내야 한다’에만 초점이 쏠릴 만큼 바쁜 상황이에요. 그래서 AFC 근무자들은 고민이 많아요. 다가오는 아시안컵은 월드컵과 유독 비교가 될 테니까요. 핵심은 ‘흥행’이겠죠. 그래도 각국 국가대표팀의 경기력만큼은 기대가 됩니다. 중위의 나라가 상위를 잡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거 같아요. 그만큼 아시아축구의 실력이 좋아졌습니다.”

b11: 2017년 <베스트 일레븐>과 인터뷰 당시 ‘성적을 빼고 한국이 아시아 최고임을 의미하는 지표는 없다’라는 견해를 밝혀주셨어요. 5년이 지난 지금은 달라졌을까요?

“음…. 아시아에서 가장 발전한 축구협회는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여러 가지 지표를 봐야 합니다. 국가대표팀의 성적, 클럽의 성적, 나아가 각국협회의 행정력 등이죠. 저는 최고는 일본축구협회(JFA)라고 봐요. 일본이 좋아서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다만, 국가대표팀과 연령별대표팀, 풋살대표팀과 비치사커대표팀, 기술관련 세미나와 지도자 파견, 더불어 심판의 영역까지, 갖가지 지표를 봤을 때 총체적으로 TOP에 머무는 건 아시아에서 일본 밖에 없어요. 과연 지난 5년 동안 한국축구의 무언가가 얼마나 발전을 했느냐 묻는다면, 저로서는 딱히 떠오르는 지표가 없어요.”

“경기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점점 잘하고 있어요, 일본과 이란은 원래 잘하고요. 우즈베키스탄은 치고 올라오는 중이고. 한국이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려면 분발할 부분이 많습니다. 이번 대회는 그런 숙제를 남긴 대회고요. ACL을 봐도 그래요. 한국 클럽이 우승하는 주기가 이미 과거보다 길어지고 있습니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AFC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Best Eleven.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