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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엎치락뒤치락했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의 씬 스틸러 중 하나는 눈물을 흘리는 아르헨티나 공격수 앙헬 디 마리아였을 것이다. 단순히 꼭 우승하고 싶다는 간절함의 표현이 아니었다. 디 마리아는 한(恨)이 서린 눈물을 흘렸다. 8년 전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겪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무척 컸을 것이다.

디 마리아가 속한 아르헨티나는 19일 0시(한국 시각)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결승 프랑스전에서 3-3으로 무승부를 거두었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23분과 연장 후반 2분 메시의 멀티골, 전반 36분 앙헬 디 마리아의 추가 골에 힘입어 후반 35분, 후반 36분, 연장 후반 12분 킬리앙 음바페의 해트트릭을 앞세운 프랑스과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며 1986 FIFA 멕시코 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이 경기에서 디 마리아는 눈물을 꾹 참고, 결국은 눈물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36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통해 경제난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르헨티나 팬들을 위로해야 한다는 간절함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사연도 있다. 바로 8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아픔 때문이다.

충격적이었던 브라질 월드컵 결승 결장의 뒷얘기

디 마리아는 8년 전 이스타지우 마라카낭에서 벌어졌던 브라질 월드컵 결승 독일전에서 결장했다. 8강 벨기에전에서 환상적인 왼발 킥으로 골을 만들어 내는 등 메시와 더불어 가장 인상적인 경기력을 뽐낸 디 마리아의 월드컵 결승 결장은 여러모로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누구보다도 디 마리아에게 충격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결승골을 넣었던 8강 벨기에전에서 허벅지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디 마리아는 수년 전 당시 상황을 선수들이 직접 칼럼을 기고하는 매체로 유명한 <더 플레이어 트리뷴>을 통해 설명한 바 있다.

결승전을 앞두고 대표팀 팀 닥터가 디 마리아에게 한통의 편지를 전했다. 당시 디 마리아의 소속팀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낸 서한이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디 마리아가 부상 중이니 결승전에서 뛰게 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디 마리아는 팀 닥터가 보는 앞에서 내용도 읽지 않고 그대로 찢어버렸다고 당시를 떠올렸었다. 디 마리아는 “내가 망가지면 그냥 내버려둬라. 난 결승전에서 뛰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디 마리아는 이 레알 마드리드의 편지에 굉장히 분노했었다. 결승전 출전을 가로막는 처사도 화가 날 법도 하지만, 그 배경에는 더 기분 나쁜 이슈가 있었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득점왕에 오른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영입한다는 이적설을 뿌렸다. 실제로도 대회 후 하메스를 영입한 바 있는데, 디 마리아를 하메스 영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 것이다. 즉, 레알 마드리드 처지에서는 이적을 시키기 위해서라도 건강한 디 마리아가 필요했기에 아르헨티나에 서한을 보내 출전시켜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하메스를 영입하고 싶어한다는 소문을 모두가 들었다. 하메스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날 팔고 싶어한다는 걸 알았다. 사람들이 쉽게 보지 못하는 이 세계의 단면이다.”

디 마리아 처지에서는 자신을 향한 존중심이 없었던 레알 마드리드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팀 닥터 앞에서 편지를 보지도 않고 찢으며 “뛰고 말고는 내가 결정한다”라고 화를 낸 이유였다.

결국 서지 못했던 월드컵 결승전, 그 한을 이번에 풀었다

디 마리아의 출전 의지는 확고했다. 하지만 의지만 강하다고 해서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었다. 알레한드로 사베야 당시 아르헨티나 감독은 디 마리아를 불러 면담했다. 사베야 감독 처지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의 진정한 의중이 무엇이든 성치 않은 몸 상태인 디 마리아의 출전을 쉽게 허락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당시 앞두고 있던 경기는 월드컵 결승전이었다.

아르헨티나 매체 TyC 스포츠에 따르면, 사베야 감독은 디 마리아와 면담에서 “가슴에 한 손을 올리며 솔직하게 다른 선수를 넣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고, 디 마리아는 그 분위기에 그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디 마리아 대신 엔소 페레스가 출전한 이유다. 그저 벤치에서 독일이 아르헨티나를 누르고 우승컵을 가져가는 장면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 디 마리아는 또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월드컵 결승전은 선택받은 자만이 뛸 수 있는 무대다. 아무리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지녔다고 한들 아무나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디 마리아는 8년 전 그 기회를 잡고도 어이없게 찬스를 날리고 말았다. 그리고 은퇴할 때까지 그 기회가 주어질 보장도 없다는 점에서 디 마리아가 느꼈을 절망은 너무도 컸다.

하지만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을 통해 한을 풀었다. 대회 내내 몸 상태가 좋지 못해 많은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던 디 마리아지만, 결승전에서는 메시의 선제골로 이어진 페널티킥을 유도하고 알렉시스 마칼리스테르의 도움을 받아 직접 골까지 기록했다. 골을 넣은 후 디 마리아는 눈물을 흘렸다. 8년 전 그토록 뛰고 싶었던 월드컵 결승전에서 골까지 넣어 우승에 한발 다가섰으니 그럴 만했다.

무시무시했던 음바페의 폭발적 득점력 때문에 다 잡은 듯했던 우승컵을 놓칠 뻔한 위기에도 봉착했지만, 어찌 됐든 마지막은 해피 엔딩이었다. 사실 메시에게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디 마리아에게도 라스트 댄스 무대였다. 정말 최종 국면에서 디 마리아는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월드컵은, 축구는, 이처럼 스토리를 알고 보면 감동은 배가 된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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