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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러시아의 AFC 가입 여부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축구계로부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원한다고 해서 AFC에 편입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다. 절차도 그렇고, 과거 다른 대륙으로 편입했던 사례와도 맞지 않는다. 실제로 러시아축구협회(RFU)는 지난 23일 AFC 편입안과 관련해 일단 원점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과연 무엇 때문일까?

러시아는 현재 전 세계 축구계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UEFA와 FIFA로부터 사실상 영구 추방된 상태다. 기약 없는 징계 해제 때문에 비교적 친러 세력이 많은 AFC로 이적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게 바로 러시아의 시나리오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돌파할 난관이 너무 많다.

일단 러시아축구협회는 자체적으로 집행위원회를 열어 UEFA를 떠나 AFC로 합류할지 여부를 투표로 결정하게 된다. 내부의 뜻이 모여 UEFA를 탈퇴하고 AFC에 가입하기로 했다고 하더라도, 마음대로 사안을 진행할 수 없다.

일단 탈퇴 여부를 놓고 UEFA와 협상을 가져야 하며, 이 과정에서 동의를 얻어야 한다. UEFA 총회에서 전체 투표로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외교적 측면에서 러시아의 발을 묶어 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UEFA는 러시아의 탈퇴를 승인하지 않을 방침이다.

설령 UEFA가 러시아를 떠나보내더라도, FIFA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FIFA 역시 UEFA와 더불어 러시아를 향한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당연히 러시아가 AFC에서 새 출발하면 모든 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다. FIFA로부터 승인받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이마저도 해냈다고 치더라도, 또 관문이 있다. 이번에는 AFC 총회를 통해 AFC 가맹국들로부터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역시 UEFA와 마찬가지로 총회를 통해 결정될 사안인데, 전체 가맹국 중 3/4 표를 얻어야 한다. AFC에 친러 국가가 제법 되는 건 맞지만, 과연 이만한 표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시기적 측면에서도 AFC의 승인을 받기 힘들다. 2026 FIFA 월드컵 유나이티드 아시아 예선은 오는 2023년 10월부터 1차 예선이 시작된다. 다음 월드컵에 나가려면 예선 돌입 전에 있을 AFC 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다음 월드컵 아시아 예선 직전 총회는 오는 2023년 2월 1일부터 2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있을 총회 단 한 차례뿐이다. 그러니까 앞서 언급한 이 모든 과정을 한 달 만에 해내야 AFC 총회에서 가입 여부를 투표를 통해 물을 수 있다.

물론 월드컵과 상관없이 AFC에 가입하면 적어도 AFC 챔피언스리그 정도는 나갈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축구협회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목표는 당연히 월드컵 출전이다. AFC에 가입하더라도 2026 월드컵 유나이티드에 출전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큰 러시아 처지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본래 속해 있던 대륙연맹을 떠나 타 대륙으로 옮긴 사례가 없지는 않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AFC의 일원이었던 이스라엘이 UEFA로 옮겼고, 대만 역시 1970년대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밀려 AFC에서 추방되어 한때 OFC(오세아니아축구협회)에서 월드컵 예선을 치른 적이 있다. 독립 직후 AFC 회원이었던 카자흐스탄이 UEFA로 옮기는가 하면, 본래 OFC 지역에서 대장 노릇을 하던 호주가 지금은 AFC에서 활동 중이다.

이중에는 국제 정치적인 이슈 때문에 본의 아니게 대륙 연맹을 바꿨던 몇몇 케이스가 있다. 하지만 전쟁을 일으키고 그 여파로 대륙 연맹을 바꿨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결정적으로 징계를 회피하기 위해 대륙 연맹을 바꾼 사례도 없다. 러시아가 AFC에 가고 싶어도 FIFA와 UEFA로부터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큰 이유다. 한편 러시아축구협회는 오는 27일 다시 회의를 소집해 이 안건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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