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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자신의 아들을 뽑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대표팀 감독을 향한 언론 플레이를 펼치더니, 졸지에 축구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막장 드라마’가 연출되고 있다.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다.

그렉 버홀터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요즘 곤혹스럽다. 생뚱맞게 가정폭력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다. <뉴욕 타임즈> 등 다수 미국 매체들은 버홀터 감독이 30년 전 가정 폭력 가해자였다는 폭로 때문에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 재계약에 실패했다는 보도를 남겼다.

버홀터 감독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미국을 16강에 올리는 등 나름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월 31일부로 미국축구협회(USSF)와 계약이 종료됐다. 예상 밖의 결과였기에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 내용이 꽤나 ‘막장 드라마’다.

지난 12월 중순 버홀터 감독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특정인’이 카타르 월드컵 기간 미국축구협회에 연락해 나의 거취와 해고에 관련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했다”라며 대뜸 직접 18세 시절 연인이었던 지금의 아내의 다리를 걷어찬 일화를 설명했다. 이어 버홀터 감독은 “30년 전 그날 밤을 통해 사랑을 담아 헌신적이고 지원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교훈을 얻었으며, 지난 주말에는 결혼 25주년을 기념하고 축하했다”라며 지금은 아내와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의 치부를 먼저 드러낸 셈이다.

그러자 미국축구협회는 머잖아 조사 후 성명을 통해 “조직 내 여러 인사들에 대한 잠재적인 부적절한 행동을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미국축구협회는 각 사안에 대한 개별적인 공개를 거부했으나, 대다수가 버홀터 감독의 30년 전 가정 폭력 문제가 여기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버홀터 감독의 재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아 이런 추측에 더욱 힘을 실었다.

그런데 버홀터 감독의 30년 전 잘못을 운운하며 협회에 폭로한 이가 다름 아닌 버홀터 감독의 현역 시절 국가대표 동료이자, 현 미국 국가대표 지오바니 레이나의 아버지인 미국 축구 레전드 클라우디오 레이나와 그의 아내 다니엘레라는 얘기가 뒤를 이어 공개됐다. 정확히 말하면 아내 다니엘레가 어이없게 이 사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이유는 어이없게도 자신의 아들 지오바니 때문이다.

지오바니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버홀터 감독의 부름을 받아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지만,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하지 못했다. 미국이 소화한 네 경기에서 고작 52분만을 뛰었는데, 중용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화가 단단히 났다. 이에 버홀터 감독이 대회 기간 중 지오바니의 귀국까지 고려했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됐다. 그리고 이 사실을 인터뷰를 통해 외부에 흘리기까지 했다.

그러자 분노한 지오바니의 어머니 다니엘레가 버홀터 감독의 감추어져 있던 치부인 30년 전 폭행 사건에 대해 난데없는 폭로전을 시도한 것이다. 상황이 이상하게 흐르자, 다니엘레는 “문제가 됐던 30년 전 그날 밤의 일을 최대한 최소화했다. 그리고 이 일이 미국축구협회의 조사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예상하지도 않았고, 버홀터 감독의 해고 역시 요청하지 않았다”라고 수습하려 했다.

그러면서 “버홀터 감독의 아내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그때 그 일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더욱 그녀를 응원했다. 버홀터 감독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데 꽤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노력한 끝에 버홀터 감독과 그의 아이들을 우리 가족 삶의 큰 부분으로 받아들였다”라고 말한 후, “(버홀터 감독이)지오바니에게도 같은 은혜를 베풀길 바랐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너무 아프고 힘들다”라며 말했다. 사실상 이 책임을 버홀터 감독에게 전가한 셈이다.

정리하자면, 국가대표가 된 아들이 대표팀 감독에게 중용되지 못해 관계가 나빠졌다는 이유로, 그 국가대표의 어머니가 이 사안과 전혀 관련 없는 대표팀 감독의 30년 전 잘못을 공론화시켰고, 결과적으로 대표팀 감독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 발생했다. ‘막장 드라마’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연히 미국 축구계는 현재 큰 논란에 빠져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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