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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부산)

“부산이라는 팀이 제겐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니기에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다시 계약하고 클럽하우스에 왔을 때, 신인 때 느낌을 받았어요.”

부산 아이파크 백전노장 미드필더 박종우는 지난겨울 꽤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오래도록 머물었던 부산과 계약이 끝나고 한동안 FA가 됐다가 동계 훈련이 시작한 후에야 다시 팀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재계약처럼 비치지만, 계약 기간이 끝난 후 클럽하우스에서 짐을 뺐다가 다시 짐을 들고 들어갔으니 박종우 본인의 언급대로 마치 신인처럼 임할 수밖에 없는 2023시즌이다.

박종우는 2022시즌 계약이 만료된 후 많은 고민에 빠졌었다. 재계약 협상 때 지난 2년간 큰 부상을 여러 차례 당하며 뛰지 못했던 여파가 작용했다. 박종우가 가진 상징성은 그 나름대로 크긴 하지만, 실적이라는 잣대도 무시할 수 없었기에 협상 과정에서 좀처럼 양 측의 합의점을 찾기가 힘들었다. 박종우가 팀을 떠나 한동안 차가운 겨울을 보내야 했던 이유다.

“금전적인 부분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런 것들을 다 배제시킬 수 있을 만큼 제가 부산을 생각하는 게 큽니다.”

박종우는 부산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어렵게 다시 손을 잡게 된 부산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부산에 오래도록 몸담은 선수로서 후배들에게 본받을 수 있는 모범이 되는 것이다. 박종우는 “저는 후배들에게 그냥 선배가 아니고 싶다. 더 특별한 선배가 되고 싶다. 팀이 바라는 바도 있다. 후배들이 보면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자신의 계약에 의미를 부여했다.

다소 머리와 마음이 복잡했을 겨울을 떨치고 새 시즌을 앞두고 있는 박종우를 비롯한 그의 동료들은 올해 여러모로 할 일이 많다. 부산은 2022시즌 구단 창단 후 가장 좋지 못한 성과를 냈다. K리그2에서는 못해도 플레이오프, 늘 승격권에 있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부산의 이미지도 지난 2년 동안 침체로 많이 퇴색됐다. 많은 것들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할 시즌이다.

“저는 선수와 팬으로 나누고 싶지 않아요. 팬들은 같이 슬퍼해주시고, 잘못된 길로 가고 있으면 따끔한 충고를 해주시는 분들이니까요. 그리고 이길 때는 더 큰 환호를 해주십니다. 그간 우리 팬들께서는 인내하시고 ‘다치지 말고 열심히만 뛰라’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박종우는 킥 오프 휘슬이 우리면 기필코 팬들이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어 당당히 박수받고 싶다며 말을 이었다.

“이제는 결과론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늘 좋은 말씀을 해주시지만, 이제는 그런 격려를 받을 염치가 없을 정도로 이번에는 정말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번 동계 훈련 때 해야 할 준비를 확실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던 부산이었다. 다쳐서 뛰지 못해 그저 스탠드에서 동료들의 고군분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박종우 처지에서는 더욱 마음이 괴로웠을 시간이다. 박종우는 이제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결과 여부를 떠나 최선을 다했다는 격려가 아니라, 이겨서 정말 잘했다는 칭찬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박종우의 머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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