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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부산)

‘노장’ K리거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가족, 특히 아이들이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K리거라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그 마음은, 노장 선수들이 더욱 이 악물고 뛰게끔 하는 놀라운 동기 부여 요소가 된다.

‘홍명보의 아이들’이라 불리던 2012 런던 올림픽 세대들의 나이는 이제 30대 중반으로 향하고 있다. 십수 년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만 해도 한국 축구를 짊어질 유망주로 평가받았던 이들이 이제는 저마다 팀 내에서 최고참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 나은 축구, 더 높은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던 마음도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가족, 무엇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 얘기가 더 많다.

강원 FC 노장 수비수 윤석영이 들려주는 얘기가 재미있다. 지난 10일 부산 송정호텔에서 벌어진 2023 K리그 동계훈련 미디어 캠프에서 만난 자리에서 “요즘 형들과 얘기하면 다 육아 얘기뿐이다. 육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언을 해준다. 다들 아빠가 되어선지 아저씨가 됐다”라고 웃었다.

실제 분위기가 그렇다. 하루 전 같은 장소에서 만난 부산 아이파크 미드필더 박종우의 반응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겨울 소속팀과 재계약이 다소 늦어졌던 탓에 꽤 마음 복잡한 시기를 지냈던 박종우에게 언제까지 현역으로 뛰고 싶으냐는 질문을 하자 “다들 결혼하셨는지, 혹은 자녀가 있으신지 모르겠는데 제 아들이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 됐다”라고 받았다.

박종우는 “요즘 아이들이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제 아들에게 아빠가 축구 선수라는 걸 조금이라도 보여주고 싶다. 아빠가 축구 선수였다는 추억을 더욱 쌓아주고 싶은 게 더 뛰고 싶다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제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아빠가 K리거라는 인식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을 때, 피치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열망이 정말 커 보였다.

박종우의 이 말을 윤석영에게 전하자 “제 아이는 제가 축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웃었다. ‘새신랑’ 윤석영은 지난겨울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결혼에 성공했다. ‘아들바라기’ 박종우의 반응을 접한 윤석영은 “다른 형들에게 물어봐도 그 점이 정말 크다고 하더라. 아빠가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을 본 아이가 가지는 아버지를 향한 존경하는 마음이 다르다고 들었다”라고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하며 부러워했다.

아이에게 ‘K리거 아빠’를 보여주려면 최소한 한 40세까지는 뛰어야겠다고 말하니 그저 웃는 윤석영에게 올해 ‘요람 세리머니’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윤석영은 “축구장 안에서만큼 축구장 밖에서도 열심히 노력해야 겠다”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십수 년전 유망주 티가 가득했던 런던 세대 선수들은 이제 ‘아빠’가 되는 것이 무척 즐겁다. 아저씨가 됐다고 해도 그저 행복하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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