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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거제)

▲ 피치 피플

이민성
대전하나 시티즌 감독

김천 상무를 상대로 한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확정짓는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던 그 순간, 현장을 찾았던 대전하나 시티즌 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이겼다”를 외치며 감격했다. 8년 전 허망했던 강등 이후 다시금 K리그1에 오르기까지, 그들에게는 많은 스토리가 있었기에 그 반응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 K리그1 승격은 대전하나 팬들이 그토록 원했던 성과였다.

이 성과를 만난 이민성 대전하나 감독의 당시 표정도 정말 밝았다. 부임 2년 만에 기어이 팬들이 원하는 성과를 냈다는 자부심과 안도감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이 감독이기에 이 역시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반응이었다. 그 이 감독을 해를 건너 지난 2월 15일 경남 거제에서 차려진 대전하나의 새 시즌 대비 동계 훈련 캠프에서 만났다. 이 감독은 승격을 이뤘다는 감동의 기억을 조금씩 씻고, 이제는 새로운 무대에 서는 팀에 새로운 목표 의식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 목표, 어찌 보면 참 소박한 잔류였다.

우승 직후 들었던 생각 “아, 이제 끝났다”

Q. 만나서 반갑다. 시즌 준비 잘 되고 있는지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K리그1은 K리그2와는 다른 무대라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K리그2에서 정말 목숨 걸고 승격을 위한 전쟁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K리그1 생존에 목숨을 걸어야겠죠.”

Q. 지난해 김천 상무를 상대한 PO에서 승리한 직후 어떤 느낌을 가졌었나?
“먼저 ‘아, 이제 끝났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2년간 승격을 위해 노력했던 것에 뿌듯함을 가졌고요. 돌이켜보면 힘든 일이 많았어요. 지난해 초반 코로나 19 이슈 때문에 가용한 선수가 많지 않았던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제가 모셨던 이장수 감독님이나 김학범 감독님과 같은 경험 많은 지도자 선배들도 느끼지 못했던 어려움일거에요. 경험이 없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고민이 정말 컸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팀에 확진 선수가 많다고 해서 리그가 중단되거나 일정이 바뀌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Q. 우수한 선수들이 많아 열한 명의 주전을 선택하고, 나머지 선수들을 달래는 일이 가장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닙니다. 이 팀에 오면서 그 점 역시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그런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이 팀에서 만난 선수들은 정말 착했습니다. 다들 잘 따라 주었습니다. 그 점은, 정말 힘들지 않았어요. 외국인 선수들에 대해서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어 제가 안고 가야할지 배제해야할지 하나를 선택해야 했어요. 일단 우리의 확실한 목표가 승격이었기 때문에 당장 피치에서 가장 좋은 선수를 선발로 내보내야 한다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올해는 잔류, 내년은 ACL 진출이 목표

Q. K리그1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여기에서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하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게 완전히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K리그2에서는 수비진의 조그마한 실수도 실점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많았지만, K리그1에서는 정말 미세한 실수 하나에 실점합니다. 당연히 더 집중력이 좋아야겠죠. 그리고 팀으로서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K리그1의 모든 팀들이 우리보다 강합니다. 보다 신경 써서 시즌을 준비하는 이유죠.”

Q. 작년 이즈음에는 가장 유력한 승격 후보라며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승격팀이 된 올해는 조금은 반응이 조용하다.
“당연한 반응이죠. 어찌 됐든 우리는 K리그2에서 올라온 팀이니까요. 중요한 건 K리그1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입니다. 우리가 자신감을 가지고 승부를 벌인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봐요. 그리고 작년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 우리 선수들에게 더 큰 동기 부여 요소가 될 거라고 봅니다.”

Q. 아까 잔류가 목표라고 했는데, 늘 승격을 외쳤던 팀이어서인지 꿈이 소박해 보인다.
“일단 잔류를 해야 상위 스플릿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다. 1차 목표는 무조건 생존이에요. 나름 스토리도 있어요. 8년 전 우리 팬들은 K리그2 우승을 통해 K리그1에 승격한 후 곧바로 강등당한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팬들에게 올해만큼은 그런 아픔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꼭 잔류시킬 생각입니다.”

Q. 걱정도 된다. 아무리 잔류가 목표라지만 힘겨운 생존 싸움을 하다보면 감독직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감독의 운명이죠. 김학범 감독님과 이장수 감독님께서 제게 ‘ 감독은 잘리는 작업’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팀에 왔으니 1년 해야겠다 혹은 2년 해야겠다는 식의 생각은 부질 없죠. 어차피 승격이라는 목표를 이룬 만큼, 팀이 발전하려면 이제 새로운 목표가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잔류입니다. 잔류를 하면 우리 팀은 더 좋은 위치로 갈 수 있으니까요. 물론 계획이라는 게 늘 뜻대로 되는 건 아니기에 제가 야인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것 때문에 부담을 가지고 싶지 않습니다.”

Q. 대전하나가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야 할 시기인 것 같은데
“구단에서는 지난해 주축들을 다 잡아주셨습니다. 선수 영입도 계속 해주셨죠. 그러니 계속 발전해나가야겠죠. 올해 목표가 잔류라면, 내년에는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목표로 삼아야하지 않나 싶어요. 모기업인 하나금융그룹이 글로벌 구단으로 성장하는 걸 목표로 삼은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고 봅니다.”

이민성 감독의 잔류 목표 승점은?

Q. 올해 K리그1에는 소위 바닥을 깔아줄 팀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데
“그래서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흐름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첫 번째 로빈 라운드 11경기 성과가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그점에 대해 우리 선수들과도 많이 대화를 나눴고, 선수들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좋은 결과가 가능할거라 봅니다. 만약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다면 바로 상위 스플릿으로 가는 길도 보일 것 같습니다.”

“코칭스태프와 승점 계산을 해봤어요. 33경기 안에서 잔류를 확정지으려면 최소 45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로빈 라운드를 한번씩 돌 때마다 5승씩 목표로 잡았습니다. 6패를 해도 상관이 없으니 5승을 하자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그러면 시즌 15승이 되더라고요. 이걸 이룰 수 있다면 두 번째 목표(상위 스플릿)도 능히 달성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Q, 요즘 K리그1 최대 화두 중 하나는 1+2 승강제다. 다른 팀들은 굉장한 공포감을 느끼던데
“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사안에 대해 생각 안 했습니다. 우리는 어차피 잔류가 1차 목표니까요.”

Q. 마지막 질문이다. 아마 대전하나 팬들은 K리그1 팬 중 가장 개막을 기다리는 팬들일 것이다. 그들에게 어떤 확신을 주고 싶은가?
“무조건 잔류하겠다는 확신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후에는 팬들이 정말 즐기면서 볼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나갈 겁니다. 팬들이 정말 노심초사하지 않는 축구, 더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로,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축구를 펼쳐 보이겠습니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전하나 시티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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