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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최근 스포츠계가 뒤숭숭하다. 최근 프로축구·프로배구 등 각 종목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병역과 관련한 부정을 저질렀다는 소식이 계속 나오고 있다. 병역 의무에 민감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들의 그릇된 판단은 단순히 개인의 차원을 넘어 해당 종목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끼칠 것 같아 걱정된다.

병역은 중요하다. 신체 건강한 모든 남성들이 병역을 수행한다. 예비역들은 잘 알겠지만, 군이라는 갇힌 사회에서 일정 시간을 보내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군 생활이 좋을 남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기꺼이 부름을 받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의무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있는 BTS 멤버들도 기꺼이 병역을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축구 선수의 병역과 관련한 문제는 잊을 만하면 거론된다. 신체적으로 가장 건강하고 좋은 기능을 보이는 시기에 축구 경기장이 아닌 연병장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게 심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건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20대라는 시간이 귀중한 건 비단 축구선수만의 사정이 아니라는 게 요즘 사회 분위기다.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이를 적극 활용하는 영리함을 보여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선수들의 입대 경향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막차’를 선호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상무 입대가 가능한 연령까지 최대한 미루다 상무 유니폼을 입었다. 국가대표를 통한 병역 혜택에 도전하며 미룰 수 있을 때 미루다 억지로 끌려가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지금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얼마 전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 입단한 오현규는 선수들에게 상징적인 성공 사례가 될 것이다. 유럽 진출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실력이었겠지만, 거리낌 없이 이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일찌감치 병역을 마친 그의 배경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약 스타가 되어 유럽 클럽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조규성도 같은 케이스다. 소속팀 사정과 설득 때문에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는 잔류했지만, 그는 조건만 맞는다면 언제든지 유럽으로 떠날 수 있다. 역시 빨리 병역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케이스는 예전에도 있었다. 20년 전 상무에서 선수 생활한 후 국가대표팀과 해외 팀에서 마음껏 활약했던 조재진이나 조원희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지금은 20년 전보다 더 적극적이다. 원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못잡거나, 애당초 해외 진출을 목표로 잡고 병역을 최대한 빨리 해결하려는 선수가 많아졌다. 과거에는 입대를 회피했던 분위기에서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케이스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세를 따르지 않고 병역을 피하려다 문제를 일으킨 일부 선수들의 사례는 참으로 딱하고 안타깝다.

기왕 젊은 선수들이 상무를 적극 찾는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상무 입대 제한 연령을 더욱 낮추는 게 어떨까 싶다. 어차피 해야 할 병역, 일찍 수행하고 마음껏 커리어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자는 얘기다. 물론 갑작스러운 변화는 현재 상무 입대를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3~5년 정도 기간을 설정해 점진적으로 변화를 꾀해 주었으면 한다.

군대는 일찍 다녀오면 다녀올수록 좋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건 축구계에도 마찬가지다. 일단 다녀오면 병역 해결 상태는 커다란 장점이 된다. 그걸 제도적으로 유도한다면, 오현규나 조규성처럼 커리어의 성공 발판을 일찌감치 마련하는 선수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現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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