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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프로축구단의 꽃은 선수다. 팬들을 열광시키는 주체이며, 많은 팬들이 동경심과 기대감을 품고 그들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그래서 많은 구단들이 주어진 여건 내에서 최대한 좋은 선수진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선수들의 처우와 관련해 여전히 발전해야 할 여지가 있다고는 하나, ‘한국 축구판’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는 이는 분명 선수들이다. 좋은 플레이를 펼치면 스타덤에 많은 연봉까지 손에 넣을 수 있으니 가장 동기 부여가 확실한 계층이다.

프런트는 어떠할까? 프런트도 프로축구가 존재하게 하는 중요한 축이다. 선수들이 배우라면, 프런트는 그 배우들이 마음껏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바라지하는 스태프다. 단순하게 ‘공놀이’에 불과할 수 있는 프로축구, 그리고 K리그에 의미를 부여하고 꾸며주는 존재다. 그래서 선수들에 버금갈 만큼 처우가 좋아야 하고 존중을 받아야 할 계층이다.

하지만 K리그 내 프런트들의 처우는 사실 좋지 못하다. 단순히 금전적 처우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많은 젊은 인재들이 K리그의 문을 두드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축구산업아카데미를 열심히 듣고, 대학에서는 관련 학업을 전공하며 꿈을 키운다. 걔중에는 적잖은 돈을 들여 해외 유학까지 다녀온다. 그러나 그들이 근속년도는 의외로 길지 않다. 의욕을 가지고 들어왔다가 짐을 싸서 나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찌 보면 몇 년간 축구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로망 하나로 여기까지 왔을 귀중한 인재들이 엄혹한 현실에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따져보자.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할 금전적 처우, 소위 같은 ‘스펙’을 가진 타 직종 근로자보다 빈 말로도 많다고 할 수 없다. 단장직을 경험한 본 처지로서, 각 구단 프런트들의 연봉은 타 직종에 비해 굉장히 적다. 입사할 때는 웃으며 들어왔던 친구들이 5~6년이 지나면 박탈감을 느낀다.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또래 친구들은 이미 배 이상의 돈을 벌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개인 삶의 사이클도 일반인과 다르다. 시즌이 시작되면 그들의 주말은 온전히 반납된다. 그렇다고 시즌 전에는 시쳇말로 ‘널널’한가? 그렇지 않다. K리그 각 구단 프런트들은 2023시즌 K리그 개막을 앞두고 지옥 같은 날을 보냈을 것이다. 그렇게 공을 들이면 보람을 느껴야 할 텐데 그렇지도 못하다. 프런트들이 아무리 잘해도 결국 프로축구단의 시즌 성패는 선수들이 결정한다. 강등을 걱정할 정도가 되면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 팬들의 비난은 덤이다.

전문성을 키우기도 어렵다. 한 업무에 집중하지 않고 인사 조치에 따라 순환 근무하는 상황도 문제지만, 이건 그래도 괜찮다. 혹 단장까지 생각하고 있는 인재라면 직급이 낮을 때 여러 업무를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특정 업무가 아니라 여러 업무를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성을 살릴 수도 없고, 막중한 과업에 허덕이게 된다. 구단의 대표이사나 단장이 새로 오게 되면 이전까지 가져왔던 업무의 연속성이 깨지기도 한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을 받을 때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런 고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실무진으로 활동할 때 동료들을 만나면 프로축구단 프런트들은 가히 ‘3D’ 업종 중 하나라고 자조 섞인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문제는 그때 사정과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도록 가지기만 했을 뿐 결과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요즘은 단순히 프로축구를 스포츠라고 여기지 않는다. 적어도 이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스포츠가 아닌 ‘스포츠 산업’이 되길 바란다. 당연한 생각이다. 그래서 선수들만큼이나 프런트들의 처우도 중요하다고 본다. 경기를 이끌어가는 게 선수라면, 스포츠 산업을 주도하는 건 이들 프런트들이다. 이들이 더욱 전문성을 갖추게끔 하고, 신나게 일하게끔 해야 살아난다. 이 귀중한 인재들이 여건을 이유로 그저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그건 잘못된 시스템이다. K리그 출범 40주년을 맞는 올해 모든 관련자들이 심도있게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現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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