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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최근 대학 축구와 관련한 이슈가 뜨겁다. K리그의 22세 이하 선수 규정을 철폐하라는 지도자들의 집단적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프로 무대에서 22세 이하 선수들이 뛰는 것에 대한 찬반 여론은 과거에도 많았지만, 지금은 가히 첨예하게 충돌하는 분위기다.

분명 시대가 변했다. 과거에는 대학 축구의 중요성이 컸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나 실업 무대로 뛰어들었다. 고교 졸업 후 곧장 프로에 직행하는 케이스는 정말 드물었다. 이동국이 고교 대어라고 평가받으며 주목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만 18세 선수들이 준프로 계약을 하는 시대다. 고교 졸업 후 곧장 프로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루키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과거처럼 대학 축구의 입지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그 사이에서 대학 축구는 생존법을 찾으려 안간힘을 썼다. 이를테면 18~22세 선수들의 뛸 기회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는 무대였다. 프로에 곧장 직행하더라도 주전으로 선택받아 뛰는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보다 많은 출전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 유망주들이었는데, 그 유망주들의 성장 발판이 되어준 게 대학 축구였다. 대학 축구는 어린 선수들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갭(gap)’을 메워주는 디딤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또 한 번 여건이 바뀌고 있다. 여러모로 대학 축구의 매력이 더 떨어지는 모양새다. 과거에는 대학에서 2~3년 정도만 뛰고 프로에 가더라도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나름의 관행이 있었지만 최순실 게이트 과정에서 빚어진 일 때문에 촉발된 ‘공정한 경쟁’에 대한 논란 때문에 이제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제 잠깐이나마 대학에 발 담글 만한 이유도 선수들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그러니 대학 축구 처지에서는 더욱 선수 관리가 힘들다. 이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은 1~2학년 등 저학년 상태임에도 곧장 프로에 뛰어든다.

선수들에게 소위 ‘니즈’가 없어진 셈이다. 그래서 22세 이하 선수 규정이 대학 축구의 설자리를 잃게 만들었다는 건 사실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 22세 이하 선수 규정이 없었던 시절에도 대학 과정을 모두 마치지 않고 1~2학년 신분으로 프로에 가는 선수들이 많았던 게 현실이다. 소위 흐름과 대세가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고, 그렇다면 대학 축구계에서도 이에 대비를 했어야 했다. 무조건 안 된다고 목소리만 낼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고민을 대학 축구계의 몫으로만 남기는 것도 분명 문제다. 과거와 선수 육성 시스템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는 하나, 대학 축구가 한국 축구의 산실 중 한 축으로서 훌륭하게 기능했다는 걸 부인하는 이들은 축구계에서 아무도 없다. 분명 대학 축구는 한국 축구를 떠받치는 기능이었고, 우리 학업 체계를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건실한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축구의 총 본산인 대한축구협회와 선수들의 일 터전인 K리그를 맡고 있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상생하는 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K4리그에 포함된 K리그 소속 B팀을 활용한 문호 개방도 좋은 방안이 되지 싶다. 중요한 건 ‘남의 일’이라고 강 건너 불 구경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축구 가족’이라는 관점에서 대학 축구계가 변화된 여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함께 고민해줘야 한다. 이는 결코 ‘남의 일’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現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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