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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잔

대한축구협회의 승부조작 가담자를 포함한 징계 축구인 사면안이 촉발한 그 난리법석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K리그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한 팬들의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일부 팬들이 대한축구협회의 그릇된 행태를 비판하는 걸개를 내걸며 분노를 표출하는 특이한 풍경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전과는 별 다를 바 없는 활기찬 분위기였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평온한 월요일이 찾아왔다. 워낙 떠들썩했던 협회의 사면안 발표 후 후폭풍을 떠올리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한 이 분위기가 꽤 거부감이 느껴진다. 과연 이번 이슈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고개 숙여 사과했던 입장문 하나로 퉁치고 넘어갈 만한, 아주 사소한 ‘해프닝’이었을까?

평온하지만, 불편하다. 언제부턴가 영화 <내부자들> 등장인물 중 하나인 이강희 주필의 그 유명한 대사,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뭐하러 개 돼지한테 신경을 쓰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 알아서 조용해질겁니다"라는 말이 삶의 진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하게 넘어갈 것같은 분위기다. 아, 사족이지만 이강희 주필이라는 이 등장인물의 또 다른 대사는 정말 현 상황을 꿰뚫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 들어보자.

“우린 끝까지 질기게 버티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나라 민족성이 원래 금방 끓고 금방 식지 않습니까? 적당한 시점에서 다른 안줏거리를 던져주면 그뿐입니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건 진실이 아닙니다. 고민하고 싶은 이에게는 고민거리를, 울고 싶은 이에게는 울 거리를, 욕하고 싶어하는 이에게는 욕할 거리를 주는 거죠. 열심히 고민하고 울고 욕하면서 스트레스를 좀 풀다 보면 제풀에 지쳐버리지 않겠습니까?”

제풀에 지쳐버리길 바라는 그 마음, 어쩌면 사면안 후폭풍이라는 혹독한 비바람이 그치길 바라는 대한축구협회 수뇌진의 마음이 아닐까? 물론 오해이길 바란다. 하지만 마냥 오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일 처리였다. 지난달 31일 대한축구협회 임시 이사회 풍경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약 한 시간, 미디어 공개 사진 촬영 등 이런저런 일을 고려하면 40분 정도로 빠르게 전개됐던 그 임시 이사회 상황을 생각하면 그냥 없던 일로 치고 넘어가고 싶다는 기색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사전에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공지를 하긴 했지만, 그날 대한축구협회 수뇌진은 아프더라도 질문을 받아야 했다. 물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았던 사안 임에도 불구하고 3분 가량 입장문을 발표하고 돌아섰던 정 회장의 뒷 모습을 보면 이런 의심이 확신으로 바뀐다. 벌집을 건드린 꼴만 됐던 사면안도 없던 일로 철회한 만큼 정말 K리그가 벌어질 주말이 지나면 어느 정도 잠잠해지길 바라는 게 아니었을까 라는 의심이다.

마지막조차 얼렁뚱땅이었기에, 축구팬들은 자신들이 이른바 ‘개 돼지’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이 남긴 의문점에 대해 계속해서 묻고 따져야 한다. ▲ 문제의 사면 대상 100명이 도대체 누구인지, ▲ 도대체 사면을 간절하게 바랐던 ‘일선 축구인’들은 누구인지 ▲ 조금만 생각해도 받을 수 없는 민원을 아무 고민 없이 받아 이 일을 이렇게까지 키워 책임져야 할 현 대한축구협회 임원은 누구인지 등 팬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들이 너무도 많다. 팬들에게 적어도 ‘피아식별’을 할 만한 잣대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나?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한 월요일 분위기처럼,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로 넘어가기엔 이 사안은 너무 많이 와버렸다. 정무적 측면에서도 일정 정도의 책임을 져야 비로소 이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축구팬들이라면 모두가 대한축구협회에 이렇게 계속 물어야 한다.

“그래서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입니까?”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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