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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전주)

간만에 전주성(전주 월드컵경기장)이 들끓었다. 팬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하지 않겠다던 지도자의 약속이 지켜졌다.

21일 오후 7시, 전라북도 전주시에 위치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3 14라운드 전북 현대(이하 전북)-수원 FC전이 킥오프했다. 경기 결과는 3-1, 전북의 승리였다. 홈팀 전북은 전반 8분 백승호, 후반 9분 송민규, 후반 40분 박진섭의 연속골에 힘입어 전반 14분 이승우가 한 골을 넣은 수원 FC를 물리쳤다. 이로써 전북은 김두현 감독대행 체제에서 4경기 연속 무패를 구가하게 됐다.

이날도 어김없이 전북 서포터 ‘매드 그린 보이스’로부터 “허병길 나가”라는 구호가 흘러나왔다. ‘매드 그린 보이스’는 최근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클럽의 이번 시즌 부진 원인 중 한 가지로 꼽히는 허병길 전북 대표이사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였다.

양 클럽은 경기 초반부터 숨 가쁘게 골을 주고받았다. 선공은 전북의 몫이었다. 전반 7분, 조규성이 수원 FC 페널티박스 앞에서 파울을 얻어냈다. 그리고 전반 8분, 키커로 나선 백승호가 슛을 시도했다. 백승호로부터 뻗어간 볼은 수원 FC 디펜더 잭슨과 최보경 사이에서 굴절돼 곧장 골문으로 흘러들어갔다. 박배종 수원 FC 골키퍼가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예측 불가의 궤적이었다.

3분 뒤엔 수원 FC도 골망을 흔들었다. 주인공은 이승우였다. 시즌 개막 후 골이 없던 이승우는 수원 FC의 날카로운 역공 작업을 치밀하게 마무리하며 드디어 2023시즌 1호 골을 신고했다. 상황은 이러했다. 박철우가 왼쪽에서 낮게 깔아준 볼이 전북 센터백 구자룡의 걷어내기로 흘렀고, 이를 쇄도하던 이승우가 낚아챘다. 이승우의 첫 번째 슛은 오른팔을 쭉 뻗은 김정훈 전북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으나, 두 번째 볼마저 이승우에게 떨어지며 재차 이어진 슛은 골로 연결됐다. 첫 골로 분위기를 탄 이승우는 전반 20분에도 감아차기로 유효슛을 기록했다.
 

 

전반 25분엔 이동준의 멋진 백패스가 김문환에게 연결되며 상황이 전북의 코너킥까지 이어졌다. 이어진 킥에선 백승호의 발끝을 떠난 볼이 한교원의 머리를 맞고 헤더로 전환됐다. 유효슛이 되진 못했다. 이 시점까지 경기의 흐름은 뚜렷했다. 전북이 점유하고 수원 FC가 역습을 노렸다. 김도균 수원 FC 감독이 언급하고 김도현 전북 감독대행이 예상했던 대로였다.

전반 30분엔 전북이 골망을 흔들었다. 중앙에서 침투 패스가 들어왔고, 볼을 담은 이동준이 시도한 슛이 박배종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흘러나왔다. 근처의 조규성이 볼을 다시 밀어 넣었다. 그러나 부심은 깃발을 들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시즌 첫 필드골을 노렸을 조규성으로서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전반 33분엔 전북의 미드필더 백승호가 부상으로 빠졌다. 최근 백승호의 폼이 좋았던 까닭에 전북엔 큰 손실이었다. 김두현 감독대행은 백승호 대신 긴급하게 류재문을 투입했다. 전반 37분엔 수원 FC가 이광혁의 역습으로 한 차례 전북의 골문을 위협했다. 이후에도 이광혁은 준족다운 움직임으로 전북의 측면을 헤집었다.

전북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카드를 두 장 발동했다. 한교원과 이수빈을 빼고 송민규와 문선민을 넣으며 공격 강도를 높였다. 후반 초반엔 전반 막판에 비해서는 공격력이 확실히 올라간 것처럼 보였다. 문선민이 발을 빠르게 굴리며 기회를 만들었다. 후반 7분엔 이동준이 문선민의 패스를 받아 중앙으로 쇄도하며 위협적 슛을 날리기도 했다. 이 무렵 수원 FC도 교체카드를 발동했다. 윙백 박철우 대신 이용이 들어갔다. 이용은 오래도록 몸을 담았던 클럽 전북을 상대로 전주성에서 그라운드를 밟게 됐다.
 

 

공격 강도를 높이던 전북은 기어이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주인공은 교체 카드 송민규였다. 후반 9분, 송민규는 우 측면에서 김문환이 땅볼로 깔아준 슛을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구석을 겨냥한 슛에 박배종 골키퍼는 손을 쓰지 못했다. 이후 송민규는 동료 및 팬들과 어울려 격정의 셀레브레이션을 펼쳤다. 그간 쌓아온 감정이 골을 터뜨리자 단방에 밖으로 분출되는 모양이었다. 송민규는 엠블럼에 키스를 하며 여러 차례 가슴을 두드렸다. 그러고는 무릎을 꿇고 앉아 두 팔을 하늘을 향해 들고는 눈을 감았다. 셀레브레이션을 마친 뒤에는 다시금 팬들의 환호성을 유도하며 전주성을 뜨겁게 달군 송민규였다.

두 번째 골이 들어간지 머잖아 전북은 다시금 교체를 활용했다. 송민규의 골을 도운 우측 풀백 김문환을 빼고 투지 넘치는 최철순을 투입했다. 후반 중반 전주 월드컵경기장의 전광판을 통해 그라운드에 운집한 팬들의 숫자가 공개됐다. 13,634명이었다. 적잖은 이들이 한동안 홈에서 승리가 없었던 전북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결과였다. 후반 중반 들어 수원 FC의 점유율은 더 올라갔다. 골이 필요했기에 불가피한 전술 변화였다.

하지만 골은 다시금 전북 쪽에서 터졌다. 주인공은 박진섭이었다. 후반 40분, 우 측면에서 송민규로부터 크로스가 올라왔고, 공은 좌 측면의 문선민에게 연결됐다. 문선민도 지체 없이 볼을 띄웠다. 그리고 이걸 쇄도하던 수비형 미드필더 박진섭이 헤더로 밀어 넣었다. 완벽하게 만들어낸 골이었다. 전북은 3-1로 리드를 잡음과 동시에 구스타보를 넣고 이동준을 빼며 공격을 풀어가는 방식을 달리했다. 힘이 빠져가는 게임 막판인 만큼, 조규성과 구스타보의 제공권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계산인 듯했다.

결국 경기는 전북의 3-1 승리로 끝났다. 전북은 4월 9일의 인천 유나이티드전 이후 오랜만에 홈팬들 앞에서 승리를 거뒀다. 김두현 감독대행의 약속대로 팬들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경기를 즐긴 채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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