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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잔

양현준의 셀틱 이적을 원치 않는 강원 FC의 자세를 둘러싼 팬들의 반응이 꽤 부정적이다. 재미있는 점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는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양현준은 셀틱 이적을 열망하고 있다. 양현준은 미디어와 만남에서 자신의 유럽 진출 열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7월 2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이 끝난 후 이적료가 모자라면 자신의 연봉으로 일부 보태겠다는 말까지 한 걸 보면 이쯤이면 셀틱 이적을 대놓고 요구하고 있는 분위기라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셀틱이 제시한 몸값도 적잖다. 250만 유로(약 35억 원)인데, 이는 지난겨울 셀틱 유니폼을 입은 오현규가 기록한 이적료 300만 유로(약 40억 원)에 살짝 못 미치는 거액이다. 양현준이 작년에야 1부리거로서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한 신예라는 점을 떠올리면 셀틱 처지에서는 최대한 후하게 선수의 가치를 쳐준 셈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강원은 양현준을 붙잡고 싶다. 여러 측면에서 충분히 납득이 된다. 어찌 보면 ‘풋볼 비즈니스’ 관념에서는 강원의 고자세에 타당한 이유가 있다. 강등 위기인 데다, 새 감독이 온 만큼 그에게 힘을 실어야 한다. 무엇보다 양현준은 강원과 계약된 선수다. 양현준의 이적 여부에 대한 가부 권한은 온전히 강원에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거래에서 손해를 보거나 선수와 관계가 악화될지언정 잡아두겠다는 자세를 취하는 클럽은 비단 강원뿐만 아니라 유럽 등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선수의 밝은 미래를 위해 구단이 ‘대승적 차원’으로 보내야 한다는 인식은 이제 팬들에게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낡은 생각이다. 도리어 어설프게 선수를 위한답시고 헐값에 보내면 그걸로 비난받는 시대다. 이유야 어쨌든, 강원은 ‘대승적 차원’에 혹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권리를 온당하게 주장하고 있는 강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팬들의 시선이 꽤 곱지 않다. 이유는 신뢰다. 선수는 일종의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영표 전 대표이사와 한 약속으로 비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양현준 측이 대화하고 합의한 건 이영표라는 특정인이 아니라 ‘강원의 대표자’였다. 이영표 전 대표이사에서 다른 이로 바뀌었다고 해서 그 약속이 달라진다면, 선수 측에서는 속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주어진 상황이 난감해 도저히 지금 보낼 수 없다면, 선수를 또 한 번 설득하는 작업이 필수여야 한다. 그러나 양현준은 강원과 셀틱 이적 건과 관련해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선수 입에서 “떠나든 남든, 어떻게든 이번 주 내로 해결을 보고 싶다”라는 말이 나왔다. 이 자체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증거다.

계약상으로 볼 때, 강원이 양현준을 붙잡고 싶다면 ‘무대응’이 가장 편한 방법인 건 맞다. 셀틱이 양현준의 몸값으로 250만 유로가 아니라 2억 5000만 유로를 불러도, 강원이 '노'를 외치면 양현준은 어디에도 가지 못한다. 그러나 선수의 마음마저 붙잡고 싶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계속 만나 설득해야 한다.

선수측의 반응에 의하면 이 노력이 전혀 없어 보이는 게 안타깝다. 그리고 이렇게 상황이 흐른다면 붙잡아봐야 선수에게 충성심을 바라는 건 무리일 수밖에 없다. 마음 떠난 선수는 붙잡고 있어 봐야 전혀 팀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건 축구계의 오랜 격언이다. 강원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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