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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대전)

아찔한 순간이었다. 가혹한 무더위가 축구 경기 관람에 얼마나 위험한 요소인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재빠른 대처가 자칫하면 크게 번질 뻔했던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9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풍경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전하나는 9일 저녁 7시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3 21라운드 수원 삼성전에서 2-2로 비겼다. 대전하나는 전반 17분 김인균, 전반 27분 신상은의 연이은 득점으로 앞서 나갔으나, 전반 30분 고승범, 후반 12분 뮬리치의 득점을 앞세운 수원의 추격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이날 승부가 끝난 후 홈팀 대전하나와 원정팀 수원삼성은 경기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틈이 없었다. 갑자기 수원 원정석에서 한 여성 팬이 쓰러졌고, 대전하나 수비수 안톤을 비롯한 선수들이 스탠드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원 원정석에서 사고 발생을 재빨리 주변에 알렸고, 수원 의무팀과 대전 홈경기 운영팀이 해당 팬을 구하기 위해 정신없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아무 일 없이 끝났기에 이제는 해프닝처럼 얘기를 할 수 있겠으나, 그때는 정말 굉장히 엄중한 상황이었다. 이 혼란스러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양 팀의 대처는 정말 훌륭했다. 인근의 수원 의무팀은 현장에서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응급 조치를 취하며 해당 팬을 살폈고, 대전하나는 주변의 어수선한 환경을 재빨리 개선해 팬이 병원으로 후송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조취를 취했다.

홈팀 대전하나 처지에서는 상황을 통제하기 꽤 힘들었을 것이다. 하필 경기가 종료된 시점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고, 경기장 밖으로 퇴장하는 인파가 발생할 때였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아이브록스 참사의 사례를 들자면, 퇴장하는 인파와 경기장에 들어가는 인력이 잘못 엉키는 순간 경기장 내에서 더 큰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대전하나는 재빨리 이 상황에 대처했다. 구급차가 오갈 수 있도록 통로를 확보했고,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관중들의 성숙한 협조까지 이뤄지면서 무사히 팬을 인근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 팬이 안전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에서 자가운전을 하며 대전 월드컵경기장까지 온 이 팬을 위해 장거리 대리기사까지 섭외해 무사히 귀가할 수 있도록 하며 마지막까지 세심하게 사안을 다뤘다.

사실 관중석 응급 사건은 유럽 축구계에서도 종종 벌어지는 사고다. 중요한 건 무사히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사고 대처 능력인데, 이날 홈팀 대전하나와 원정팀 수원, 그리고 주변의 팬들이 적극적인 공조 덕에 위기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다. 같은날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도 비슷한 사고에 굉장히 훌륭히 대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위기에 대응하는 K리그 각 클럽의 준비 자세와 대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이슈였다.

다만 해를 거듭하며 심각할 정도로 무더워지는 K리그 혹서기 환경에 대한 관중 대처 능력에 대해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각 클럽들이 좀 더 심각한 고민과 매뉴얼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고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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