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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 잔

음주운전 이력 때문에 대표팀에 발탁될 수 없는 선수를 선발한 후폭풍이 거세다. 황선홍 한국 U-24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20년 5월 음주운전 처벌을 받은 수비수 이상민을 발탁하면서 발생한 이 논란은 그릇된 행동을 한 선수를 아무 생각 없이 선발했다는 수준의 일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에 의거해 당장 당면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상민이 빠진 21명의 엔트리를 가동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셀프 페널티’를 부여하면서 스스로 전력을 깎아먹은 일을 초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장 이해 못할 일은 따로 있다. 이상민이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데 어떠한 제동 장치도 없었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18일 입장문을 통해 “해당 선수의 경우 2020년부터 지금까지 K리그2 소속으로 뛰며 음주운전으로 프로축구연맹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고 이후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되었는데, K리그1이나 A대표팀 선수 등과 비교하면 리그 소식도 선수 관련 정보도 상대적으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기에 2021년 첫 선발 당시 해당 사실과 연관되어 관련 규정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습니다. 이 점에 대해 협회가 관련절차 처리에 대해 미숙함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K리그2 소속으로 뛰는 선수라 정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학 팀 혹은 K리그 유스 팀에 뛰는 선수로 구성되는 저연령대 연령별 대표팀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협회의 설명대로라면 K리그2에서 뛰는 선수라 정보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이유가 굉장히 궁색하게 느껴진다.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선수라 미디어에서 제대로 캐치 못할 수 있다. 심지어 황선홍 감독을 비롯한 U-24 대표팀 코칭스태프에서도 미처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선수들은 너무나도 많고, 그들을 일일이 머리 속에 넣어두고 고른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그래선 안 된다.

이상민은 2020년 음주운전을, 심지어 한동안 알리지 않고 세 경기 정도 출전한 뒤에야 소속팀에 알렸던 선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는 리그 15경기 출전 정지 징계에 벌금 400만원을 부여했다. 이 징계는 그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협회의 표현대로 'K리그2에서 뛴 선수'가 일으킨 사고치고는, 축구계를 꽤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징계 사건이었다. 따라서 정보가 많지 않아 인지하지 못했다는 얘기는 전혀 와닿지 않는다.

그리고 이상민이 뛰는 K리그2가 한국 국내 축구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무대라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이상하게 느껴진다. K리그2는 K리그1 다음으로 한국에서 큰 무대다.

그렇다면 다른 이들은 몰라도 대한축구협회는 K리그2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시쳇말로 ‘빠삭’해야 한다. 설령 다른 이들은 잊었더라도 대한축구협회는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작게는 선수풀을 운용하는 대표팀 감독에게, 크게는 한국 축구를 총 관리를 해야 하는 대한축구협회의 본분에 부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K리그1이나 A대표팀 선수 등과 비교하면 리그 소식도 선수 관련 정보도 상대적으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기에 2021년 첫 선발 당시 해당 사실과 연관되어 관련 규정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라는 설명은 그래서 곱씹을수록 씁쓸하다. 이는 대한민국 축구 총 본산인 대한축구협회가 내놓을 만한 ‘해명’은 아니다.

이상민은 연령별 대표팀에 오르내리던 유망주였다. 대한축구협회가 관련 징계 및 운영 규정이 있음에도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는 건 그간 대표팀이 시스템이나 규정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다. 그간 이 선수는 선발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황 감독에게 줄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은 그래서 놀랍고 황망하다. 어찌 보면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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