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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요즘 한국과 일본 축구팬들은 눈이 즐겁다. 유럽 축구 클럽들의 연이은 자국 방문 덕에 가까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유럽 축구의 진수를 만끽할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에 많은 팀들이 방문했다. 지난 셀틱 FC가 일본을 방문해 요코하마 F마리노스와 감바 오사카를 상대했으며, 지금은 맨체스터 시티·바이에른 뮌헨·파리 생제르맹 등 잉글랜드·독일·프랑스 챔피언이 일본에 체류하고 있다. 심지어 호날두가 뛰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클럽 알 나스르까지 일본을 찾아 파리 생제르맹과 대결했다. 6월에는 바르셀로나가 일본을 찾아 비셀 고베와 경기하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비셀 고베 고별전을 함께 하기도 했다.

실로 많은 해외 팀들이 일본을 찾아 프리 시즌 경기를 치른 셈인데, 이는 해외 팀 초청 경기에 대한 유구한 역사를 지닌 일본에서도 굉장히 드문 사례라 한다. 이토록 많은 팀들이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일정이 도왔다. 2023시즌 일본 J리그는 예년과 달리 7월 중순부터 말까지 2주 동안 휴식기가 주어졌다. 일본 역시 J리그, 리그컵, 천황배(FA컵) 등 여러 대회가 있어 정말 일정이 빡빡한데, 올해는 굵직한 이벤트가 없어 가능했다. 게다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때문에 너무 고된 일정을 소화했던 작년에 대한 보상도 있었을 것이다.

이 일정을 통해 많은 팀들이 방문할 여지를 만들어졌고, 많은 유럽 팀들 처지에서도 아시아에서 가장 큰 축구 시장 중 하나인 일본에 무척 많은 매력을 느껴 방일 러시를 진행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당연히 유럽 축구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매치 에이전시가 경쟁적으로 붙기 시작했다. 유럽과 일본 축구계의 커넥션도 반응했다. 라쿠텐이라는 메인 스폰서로 연결된 비셀 고베와 바르셀로나의 경기, 시티 풋볼 그룹에 함께 속한 요코하마 F마리노스와 맨체스터 시티의 관계 덕에 유럽 팀들이 J리그 클럽의 초청을 받는 식으로도 방일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요즘 J리그에서는 단순히 이벤트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세계적 선수들과 피치에서 땀 흘려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는 것이다.

J리그 스카우트들에게도 귀중한 배움의 기회가 된다. 이를테면 ‘바르셀로나의 16번 선수가 우리 팀에 오면 어떤 활약을 펼칠까’ 라고 시뮬레이션하며 더 좋은 외국 선수들을 살피기 위한 눈썰미를 기를 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쿠팡플레이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유럽 클럽들의 방한은 어떠할까? 한국에서는 아직 유럽 클럽의 방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2010년 바르셀로나 방한 경기, 특히 ‘날강두’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던 2019년 유벤투스 방한 경기는 축구판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 사건으로 아직도 기억된다.

그런가 하면 과거 풀럼이나 페예노르트 등 해외 팀들이 방한했을 때 아예 한국 축구팬들이 반응하지 않아 저조한 관중 실적을 올린 적도 있다. 가격에도 꽤 민감했다. 개인 경험을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2004년 바르셀로나와 수원 삼성의 친선전 관계자로 활동한 적이 있는데, 그때 1등석에 5만원을 책정했다. 그때는 많은 돈을 주고 축구를 본다는 걸 상상하기 힘들었던 시절이다. 확실히 여러모로 일본보다 한국 시장이 어렵다. 파산한 매치 에이전시가 여럿이기에 감히 손을 대기도 힘든 사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작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쿠팡플레이 시리즈는 조금은 달리 느껴진다. 엄청난 자금력과 마케팅 덕인지 방한 클럽의 면면은 가히 역대 최고라 봐도 무방하다. 과거처럼 “아무개가 빠졌다”라며 시끄러운 것도 없고, 방한 클럽들은 방한 후 주어진 스케쥴을 정말 성실하게 수행한다. 그래선지 20~30만원 수준의 비싼 티켓임에도 불구하고 축구팬들이 기꺼이 지갑을 꺼낸다.

쿠팡이 작년부터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기획해 유럽 클럽을 초청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름지기 쿠팡도 사기업이다. 축구계에 기여한다는 마음도 있을 것이며 스포츠마케팅적으로 큰 수익을 내고 싶다는 듯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룹의 본체인 이커머스 마케팅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함이 가장 큰 목표일 듯하다. 한국에서는 여러 실폐가 있었지만, 쿠팡이 하면 다르다는 인식을 쿠팡플레이 시리즈가 주고 있다. 이게 그들이 바랐던 가장 큰 소득이지 싶다. 지금까지는 정말 대단하다.

마지막으로 삼천포로 빠져 사담을 살짝 하자면, 쿠팡의 축구 마케팅이 지금까지 워낙 반향이 크고 성공적이기에 한 가지 바람도 가져본다. 비슷한 일본 케이스인 라쿠텐이 비셀 고베를 운영하는 것처럼, 쿠팡이 내친김에 K리그 클럽을 운영하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물론 현 시점에서 효율성 측면에서는 K리그 클럽 운영보다 이와 같은 해외 클럽 초청 경기가 더 파급력이 클 수도 있겠으나, 쿠팡플레이 시리즈가 그렇듯 K리그 클럽 운영을 쿠팡이 하면 다르다는 인식을 준다면 굉장히 좋을 듯싶다. K리그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음을 떠올리면 나쁜 아이디어는 아닐 것이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前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프로축구연맹, 쿠팡 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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