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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조남기 기자
  • 국내
  • 입력 2023.08.03 21:04
  • 수정 2023.08.03 21:06

[독일전] 또 물귀신 작전 완수! → ‘조소현 선제골’ 한국, 투혼으로 FIFA 랭킹 2위 독일과 1-1 무승부… ‘한국·독일 동반 탈락’

(베스트 일레븐)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남자 월드컵 때도 그랬다. 당시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조별 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직전 대회 챔피언이었던 세계 최강 독일을 김영권·손흥민의 연속골로 2-0 제압했다. 한국과 독일은 함께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5년 뒤 비슷한 상황이 재현됐다. 이번엔 여자 선수들이 독일의 꿈을 꺾었다. 마지막 자존심을 지킨 ‘물귀신 작전’이었다.

3일(이하 한국 시각) 오후 7시, 호주 브리즈번에 위치한 랭 파크에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H조 3라운드 대한민국-독일전이 킥오프했다. 경기 결과는 1-1, 무승부였다. 한국은 전반 6분 조소현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42분엔 알렉산드라 포프가 독일의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로써 한국은 1무 2패, 독일은 1승 1무 1패로 H조에서 동반 탈락했다. 콜롬비아와 모로코가 각각 2승 1패를 기록해 16강으로 향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 역동성이 지난 2경기와는 달랐다. 2패 이후 초연한 상태로 나타났는지 그라운드에서 움직임이 비장했고 묵직했다. 전반 3분엔 지소연의 공간 패스를 받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한 케이시 유진 페어가 날카로운 슛을 시도했다. 독일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득점에 근접한 장면이었다.

전반 6분 한국이 예상을 깨고 선제골을 터뜨렸다. 후방에서 들어간 이영주의 패스가 결정적이었다. 이영주는 독일 수비 성벽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송곳 패스를 찔렀고, 이걸 조소현이 받아냈다. 조소현은 침착하게 상황을 마무리했다. 한국이 FIFA 랭킹 2위 독일을 상대로 선제골을 터뜨린 순간이었다.
 

전반 11분엔 독일의 패스워크가 위협적이었다. 측면에서 볼이 돌았고, 헤더로 떨어뜨려준 볼이 잠입하던 19번 클라라 부흘에게 닿았다. 클라라 부흘의 슛은 정교함이 떨어졌으나 이전의 작업은 아주 날카로웠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대표팀다운 퍼포먼스였다.

그럼에도 한국은 잘 버텼다. 전반 중반까지도 공수의 조직력이 괜찮았다. 케이시 유진 페어의 전방 압박은 지속됐고, 나머지 필드플레이어들의 협력 수비도 적절했다. 공격에서는 한국의 에이스 지소연은 경기 중 독일 선수 한 명을 제치고 뛰는 드리블을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한 번 더 돋웠다. 중원의 이영주는 수비 라인 앞에서 계속해서 위협적 패스를 뿌려댔다.

전반 37분엔 핵심 지소연이 중거리슛을 직접 시도했다. 볼은 문전 위로 살짝 떴으나 한국의 기세를 이어가는 좋은 장면이었다. 김정미 한국 골키퍼는 독일의 롱 볼이 넘어올 때마다 넒은 범위의 수비력을 보여주며 후방을 안전하게 지켰다.

전반 42분엔 한국이 실점했다. 우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왔고 신장의 우월함이 있는 독일이 알렉산드라 포프의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센터백 김혜리가 함께 점프했으나 제공권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려웠다. 전반전은 이렇게 1-1 스코어로 종료됐다. 한국은 선제골을 넣는 등 멋진 플레이를 보였으나 막바지에 실점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초반에도 한국과 독일은 치열하게 부딪쳤다. 후반 13분엔 비디오 판독이 들어갔다. 한국 진영에서 독일이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는데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가름 해볼 법한 상황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주심은 독일에서 동점골을 터뜨렸던 알렉산드라 포프의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한국엔 다행인 순간이었다. 후반 15분에도 위기였다. 알렉산드라 포프는 특유의 제공권을 살려 헤더를 날렸다. 볼은 골대 상단을 맞고 튀어나왔다.

후반 17분, 두 팀 모두 교체 카드를 발동했다. 한국은 천가람을 빼고 장신 스트라이커 박은선을 투입했다. 독일은 시드니 로만과 레나 라트바인을 필드에 밀어 넣었다. 콜린 벨 한국 감독은 박은선을 전방이 아닌 후방에 둬서 제공권이 뛰어난 독일로부터 후방을 지키는 데 사용했다. 후반 26분, 지소연의 코너킥이 독일의 골문을 직접 겨냥했다. 볼은 궤적을 그리며 다시 골라인 바깥으로 빠졌으나 독일이 놀랄 만한 순간이었다.

후반 41분엔 케이시 유진 페어를 대신해 문미라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케이시 유진 페어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 뒤 필드를 빠져나갔다. 킬러 문미라는 콜린 벨 감독의 마지막 승부수인 듯했다. 독일 또한 다른 경기장의 상황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아 한국전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급박한 상태였다.
 

후반 추가 시간은 9분이었다. 한국은 투혼으로 상황을 견뎠다. 선수단의 체력 저하가 상당해 보였지만 그럼에도 골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막바지엔 에이스 지소연이 상대와 경합에서 강하게 부닥치는 바람에 고통을 호소하다가 겨우 일어나기도 했다. 또 다른 베테랑 조소현은 막바지에 프리킥을 얻어내는 희생을 보여준 뒤 강채림과 교체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콜린 벨 감독의 마지막 교체 카드는 강채림이었다.  

경기는 1-1로 마무리됐다. 한국은 FIFA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끝내 16강에 올라가진 못했으나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독일을 끌어내리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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