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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대구)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둔 지도자라 할 지라도, 아무리 후한 조건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우승은 어제 내린 눈이라며 선수들을 독려했던 그 마음을 그는 잊지 않고 있었다.

홍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5일 저녁 7시 30분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벌어졌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5라운드 대구 FC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울산은 승점 1점만 얻는데 그쳤지만 압도적인 선두 입지에는 변함이 없었다.

울산은 대구전에 앞서 홍명보 감독과 재계약한 소식을 전했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6년까지다. 한창 시즌 중임에도 불구하고 울산이 홍 감독과 재계약 소식을 팬들에게 전한 건 그만큼 홍 감독에 대한 신뢰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울산에 17년 만의 K리그1 우승을 안기며 클럽 역사상 최고의 지도자 중 하나로 우뚝 선 만큼 그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한 셈이다.

당연히 대구전에 앞서 홍 감독에게 주어진 여러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재계약이었다. 홍 감독은 "구단이 배려해주셔서 시즌 중에 재계약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 그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자연히 화두는 3년이라는 장기 계약 조건으로 이어졌다. 홍 감독은 훌륭한 성과 덕에 구단으로부터 팬들과 함께 기뻐할 만한 재계약 소식을 전한 것에는 대단히 기뻐했지만, 계약 기간에 대해서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감독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계약 기간은 의미가 없다. 물론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울 수 있지만 반대로 없을 수도 있다. 그저 더 여유있게 장기 플랜을 세우면서 팀을 점차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감독들에 대해 좋지 않은 부분에만 부각되는 느낌인데, 감독이 좋을 때 혹은 잘하고 있을 땐 보장이 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사직서는 늘 주머니 속에 있다. 그래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 감독의 말이다. 정리하자면, 감독으로서 넉넉한 시간을 받은 건 분명 기쁜 일이긴 하지만, 이 계약 기간이 지켜질지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당장 큰 대회에서 우승하고, 심지어 모두가 간절히 바라던 성과를 낸 지도자라고 할 지라도 당장의 성과가 좋지 못하면 비난의 중심에 선다. 

울산처럼 늘 우승을 노리는 팀의 사령탑은 조금만 무승이 길어져도 팬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박수 받고 떠나는 지도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외려 고개 숙여 죄송하다며 쓸쓸히 짐을 싸는 이들이 더 많다. 홍 감독도 그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사실 홍 감독 개인의 처지에서 볼 때, 박수 받고 떠날 타이밍은 지난해 말이었다. 울산 팬들이 그렇게도 바라던 트로피를 안겼었다. 당시에도 홍 감독이 떠날 수 있다는 추측이 꽤나 많았었다. 박수 받을 때 떠나려면 그처럼 정상에서 미련 없이 떠나야 한다. 하지만 홍 감독은 울산과 동행을 선택했고, 이번에는 더 큰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동계 훈련 때 홍 감독은 "작년에 우승한 거 누가 기억해? 어제 내린 눈이야. 보이지도 않아"라고 자세가 흐트러졌던 선수들을 질타했다. 토털풋볼의 창시자이자 네덜란드가 낳은 세계적 명장인 리누스 미헐스 감독의 이 명언으로 선수들의 정신 자세를 다 잡았지만, 홍 감독은 이 말이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말임을 잘 알고 있다. "주머니 속에 늘 사직서가 있다"는 말이 이를 증명한다. 그 사직서를 꺼내지 않으려면 지금처럼 울산의 고공 비행을 주도해야 한다는 걸 홍 감독은 인지하고 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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