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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서울)

진풍경이었다. 영국에 위치한 어느 축구장을 연상케 할 만큼의 바이브였다. 서울 이랜드 FC의 ‘기획’이 대단한 걸 해냈다.

지난 6일 오후 7시, 서울시에 위치한 목동 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23 25라운드 서울 이랜드-경남 FC전이 벌어졌다. 원정 클럽 경남이 서울 이랜드를 2-1로 제압했다. 이 게임에선 두 팀의 치열한 승부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던 광경이 있었으니 바로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었다. 열악한 환경으로 둘러싸인 잼버리에서 빠져나온 그들은 6일 밤 일정을 목동 종합운동장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서울 이랜드의 홈 게임에 참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구단의 ‘기획’ 덕분이다. 서울 이랜드 측은 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다. 잼버리 퇴소 후 서울에서 보내는 시간을 ‘축구와 함께하자’라는 제안을 건넸다. 생각보다 힘겨운 한국 여행의 끄트머리를 지나는 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심어주자는 목적이었다. 축구의 본 고장에서 건너온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서울 이랜드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 그렇게 수천에 달하는 영국인들이 목동으로 오게 됐다.

이때부터 구단 프런트는 바빠졌다. 관성에 끌려 딱딱하게 움직이는 방식으로는 일이 안 됐다. 계획에 전혀 없던 상황인 만큼 ‘유연한 대처’가 중요했다. 경기 전날에야 스카우트들의 방문이 확정됐는데, 어떻게든 주어진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만 했다. 채승목 서울 이랜드 국장은 “쉽지 않은 준비 과정이었다. 그럼에도 최대치를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밤늦게까지 구단 내부에서 회의를 거듭하며 매치데이가 차질 없이 돌아가도록 만전에 만전을 기했다”라고 준비 과정을 밝혔다.
 

서울 이랜드는 꼼꼼하게 대비했다. 잼버리의 무더위에 시달리다 온 대원들을 위해서 수천 병의 ‘얼음물’을 배분하는 작업부터 시작해, 각종 안전사고를 대비해 양천경찰서에도 연락해 경찰 인력들까지 공급 받았다. 뿐만 아니라 축구 축제를 만들기 위한 전광판 이미지 보강, 스타디움 경호 인력 추가 배치, 외국어 가능자 섭외까지 고민할 수 있는 최대치를 고민하고 또한 실행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집요정 도비’처럼 치밀하게 준비한 서울 이랜드의 노력 덕분에 6일의 목동 종합운동장은 관람객 모두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제공했다. 해당 공간과 시간에 머물던 이들은 ‘이곳이 영국의 어느 축구장 중 하나인가’라는 생각을 가질 만도 했다. 종갓집에서 온 대원들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그들이 어떤 클럽을 응원해야 하는지 알았다. 서울 이랜드의 약어인 “SEFC”를 경기 내내 외쳐대며 필드에서 달리는 선수들을 평생 응원해오던 선수들인 것처럼 독려했다. 이날의 적군(?)인 경남이 골을 넣었을 때는 야유도 서슴지 않았다. 축구의 본향에서 보고, 듣고, 자란 만큼 홈 팬으로서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익히 깨닫고 있는 듯했다.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 색다른 방법으로도 분위기를 돋웠다. 관중석을 꽉 채운 인파 중 누군가가 “오기, 오기, 오기(Oggy, Oggy, Oggy)”를 선창으로 외치면, 나머지 전부가 “오이, 오이, 오이(Oi, Oi, Oi)”로 화답했다. 경기 내내 지속된 이른바 ‘오기 찬트’는 스포츠행사나 캠프에서 영국인들이 순간을 즐기는 방법인데, 서울 이랜드의 목동 종합운동장에서 그런 이색 풍경이 만들어졌다. 경기 후 설기현 경남 감독은 “응원 소리가 굉장했다”라고 말했는데 오기 찬트의 영향이 아주 컸다는 방증이었다. 이 밖에도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국가대표 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파도타기 응원까지 선보이며 한여름 밤을 즐겼다. 서울 이랜드가 대원들을 초빙하며 의도했던 ‘한국에서의 추억’은 성공적으로 완성된 듯했다.

서울 이랜드는 6일 구단 창단 이후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6,471명이 목동 종합운동장을 찾았는데, 잠실·천안·목동 시절을 통틀어 최고 수치였다. 따뜻한 의도로 시작한 초청이, 구단 역사에 남을 홍보마케팅으로 진화했고, 그것이 숫자로도 연결된 지점이었다. 이 밖에도 푸드트럭, 구단 내 편의점, MD샵에서도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의 영향력이 진하게 나타났다. 특히 MD샵은 판매량이 642%가 증가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구단 관계자는 “다음 경기에 팔 옷이 없다”라고 만족과 걱정이 뒤섞인 후기를 전했다.
 

경기 후에도 서울 이랜드의 적절한 통제 속에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질서정연하게 스타디움을 빠져나갔다. 현장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밝은 표정으로 현재를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채승목 국장은 “스카우트 대원들, 구단 프런트들까지 현장의 모두에게 귀중한 경험이었다. 한국을 찾은 이들에게 좋은 기억을 선물로 전할 수 있게 된 거 같아 아주 뿌듯하다”라고 특별한 경기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서울 이랜드가 잼버리에서 빠진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초청해 흥미로운 경기를 만든 모습을 보며 외부에서는 ‘서울 이랜드가 일했다’, ‘마치 프리미어리그 같았다’라는 호평도 나왔다. 구단의 훌륭한 기획이 뒷받침 된다면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많은 걸 해낼 수 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잼버리로 한국을 찾았다가 서울 이랜드를 맘껏 응원하고 돌아간 스카우트 대원들은 오래도록 구단을 기억하고 담아둘 법하다. 어렸을 적 새겨진 특별한 기억은 평생을 가곤 한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서울 이랜드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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