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모두가 만족할 날짜를 찾는 건 어려워졌다.
8일 오전, 대한축구협회(KFA)는 공식 발표를 전했다.
“KFA는 9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3 하나원큐 FA컵 준결승 전북 현대-인천 유나이티드전을 연기하기로 했다. 경기 일정은 KFA와 양 구단이 협의하여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의 K팝 콘서트 개최 이슈 건으로 당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할 수 없는 외부 변수가 발생함에 따라 KFA는 대회 규정 등을 검토, 지난 7일 낮 12시경 경기 일정을 연기하기로 하고 양 구단에 공문으로 통지했다. 북상 중인 태풍 ‘카눈’ 등 여러 요소들이 가변적인 상황임을 감안하며 KFA는 어제 내린 연기 결정을 유지할 계획임을 밝힌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와 관련된 변수로 경기 참관을 계획했던 축구팬, 홈경기 및 원정경기를 준비하는 양 구단 등 모두가 일정과 준비에 차질을 빚은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9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전북-인천전은 새만금 잼버리의 K팝 콘서트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해야 한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 K팝 콘서트의 개최지가 전주가 아닌 서울로 변경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물리적으로 전주 월드컵경기장 개최가 가능해지긴 했으나 결국 기존의 일정이었던 9일 FA컵은 폐기됐다.
인천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일단 FA컵을 위해 K리그1 경기 후 전주에서 대기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FA컵이 취소됐다는 소식, 인천의 홈구장으로 FA컵을 옮기자는 의견, 제3의 구장에서 게임을 하자는 주장 등이 오갔다. 인천 측은 “규정대로라면 전북이 홈경기를 포기한 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인천 홈구장도 준비하고 있었고, 제3지역인 대전으로 구장이 결정될 상황에 대해서도 감안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FA컵을 연기한다는 공문이 왔다. 규정대로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인천 선수단은 하루 휴식하고 K리그1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주 월드컵경기장을 빼앗겼다가 되찾은 전북도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졸속행정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받는 와중 인천이 고려한 바와 같이 제3구장 개최까지 방안 중 한 가지로 염두에 뒀지만 결국 KFA의 연기 결정에 FA컵을 추후 일정 속에서 치르게 됐다. 그렇다면 KFA는 어떤 배경에서 최종적으로 연기 결정을 내리게 됐을까?
KFA 관계자는 “약속을 해놓은 장소가 차출이 됐다. 하지만 ‘홈 클럽이 경기 개최를 포기 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귀책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웨이팀 경기장 개최’를 할 사유가 되지 못했다”라면서 “제3구장에서 일정만 채우면서 하기도 그랬다. 어느 한쪽의 홈에서 하는 게 가장 좋다. 그래야 홈 관중이 있고 응원 올 원정 팬도 있다”라고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새만금 잼버리로 인한 외부 상황이 개입했으니 전북의 포기 의지라고 볼 수 없어 기존의 규정 및 절차가 발동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9일의 전주 월드컵경기장은 아무 일 없이 공허하겠지만 정작 FA컵은 열리지 못하게 됐다. 앞으로가 문제다. 새만금 잼버리 앞에서 바보가 되어버린 KFA와 전북과 인천은 FA컵 4강전 스케줄 잡기를 두고 어려운 고민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인천은 9월 A매치 이전까지 이미 K리그1 4경기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까지 도합 5경기를 앞둔 상태고, 전북은 인천보다 경기가 적기는 해도 정해진 시일에 FA컵을 치르지 못해 역시 시즌 운용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KFA는 두 구단의 의견을 최대한 절충해 어려운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축구계가 외부에 갈대처럼 휘둘린 결과, 많은 그룹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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