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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K리그에서 정부 혹은 지자체에 의해 난데없이 경기장을 비워주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긴 하나, 유독 올해는 심하다. 축구계의 잘못이 아님에도, 정확히는 정부의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축구계가 이를 떠안는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기업 구단의 연고지에서 특히 이런 일이 빚어지고 있다.

많은 축구팬들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엄연히 구단에서 적잖은 돈을 지자체에 지불하고 경기장을 임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에 이해를 하지 못한다. 무상으로 빌려 쓴다면 모를까, 대가를 지불하고도 온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모습에 해당 구단의 팬들은 분통을 억누르지 못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기업 구단 관계자들은 축구팬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구단에 굉장히 불리하다.

A 기업 구단 관계자는 “연고 협약을 맺었기에 그 도시에서 홈 경기를 치를 수 있게는 한다”라면서도, “그런데 경기장은 그렇지 않다. 경기장을 연간 임대 계약 형태로 하지 않는다. 대부분 홈 경기 당일 임대 형태로 진행된다”라고 설명했다. 프로축구 경기는 팀 당 홈 경기가 1년에 20경기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지자체에서 1년 장기 임대 조건의 계약을 허락하는 경우도 극소수이지만, 구단 측에서도 영업일수가 부족하다보니 1년 임대를 쉽게 떠올릴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B 기업 구단 관계자는 “연고 계약이 되어 있긴 해도, 지자체가 볼 때 우선 순위가 더 높은 일이 생길 경우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즉, 지자체가 K리그 경기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K리그 팀의 경기 당일 대관을 무르고 다른 이벤트에 내줄 여지가 있는 것이다.

경기 당일만 K리그 구단에 운영권을 임차하는 식의 일처리 때문에 발생하는 촌극이 있다. C 기업 구단 관계자는 “팬들에게 선수 영입 소식을 전할 때 언론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배포하는 ‘오피셜’ 사진이 있다”라며 “구단 이미지가 래핑된 라커룸에서 선수 사진을 한 컷 찍을 때 상업적 이용이라며 이용료를 내라고 하더라”라고 혀를 내둘렀다. 온전히 규정 해석상으로는 지자체 혹은 유관 기관의 주장이 옳을 수 있으나, 연고지 팀으로서 그 정도의 서비스도 못 받는 현실은 정말 씁쓸한 일이다.

하나원큐 K리그 2023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시민구단 홍보 관계자와 기업구단 관계자의 대화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이 기업구단 관계자는 “거기는 경기장 임대료 얼마 내나요”라고 묻자, 시민구단 관계자는 “저희는 시민구단이라 내지 않죠”라고 답했다. 그 말을 접한 기업구단 관계자는 “와 부럽네요. 저희는 주차료도 내는데”라고 쓴 웃음을 지었다.

축구계나 축구팬들 사이에는 K리그가 발전하려면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기업구단이 많이 창단되어야 한다는 말이 종종 나온다. 언뜻 보면 옳은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시민구단에 관련해서는 ‘우리의 것’이라는 인식을 가진다. 하지만 기업구단은 한낱 ‘우리 동네에 영업하러 온 팀’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등 굴지의 대기업이 모기업인 팀들에도 해당한다.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적잖은데도 불구하고, 기업구단은 도리어 역차별을 당하는 분위기다. 이번 ‘잼버리 경기 연기 사태’ 역시 이런 문제와 맞닿아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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