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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사우디아라비아 클럽 알 나스르를 갈 때만 해도 한 슈퍼스타의 일탈 정도로만 여겼다. 하지만 호날두가 그곳으로 향하자 수많은 유럽 축구 스타들이 대거 따라가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돈 때문에 간다”라며 비판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입성한 선수 중 일부는 “그래, 돈 때문에 간다”라고 당당하게 대응할 정도로 사우디아라비아행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머니 톡스(Money Talks)라는 표현이 있다. 직역하면 “돈이 말을 한다” 정도가 되겠지만, “돈이 곧 힘”이자 “돈이 곧 권력”이라는 표현으로 쓰인다. 좀 저렴하게 표현하면 “돈이면 다 된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듯한데, 단순히 그 생각과 표현이 천박하다고 여기기에는 너무 거대한 현상이 되어버렸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 못잖게 돈을 쏟아부었던 중국 슈퍼리그 꼴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하기도 한다.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막무가내식 투자는 어떠한 결실을 얻지 못한다는 중국이라는 경험적 사례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단순히 돈을 물 쓰듯 쓰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로축구를 위한 투자는 단순히 축구를 좋아하는 일부 왕족들의 아무 생각 없는 투자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프로축구를 향한 투자는 1971년 설립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ublic Investment Fund)의 정책과 관련되어 있다.

많은 이들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석유 생산이 끊기면 먹거리 산업이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중동 국가 역시 그 걱정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이 짧은 편견은 반 세기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데, 그동안 그들은 그저 석유에만 의존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산유를 통한 막대한 수익을 재투자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려고 한다. 머니 톡스의 시발점이며, 여기에 축구 산업도 있다.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우디 비전 2030’이라는 국가 정책과 비전을 제시했다. 무함마드 살만 빈 압둘라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가 위원장인 경제개발위원회를 통해 경제개발안을 세웠고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자는 뜻을 모았다. 모빌리티·항공·e스포츠와 더불어 스포츠 산업을 크게 키우기로 했다.

스포츠 산업 중 가장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스포츠가 바로 골프와 축구다. 골프에 대한 투자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 자세가 장난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021년 10월 20억 달러(약 2조 원)을 투입하며 이른바 LIV라는 골프 투어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유서 깊은 골프 투어 대회인 PGA에 대항하는 신개념 골프 대회인데, 상금 자체가 PGA를 크게 웃돈다. 심지어 PGA를 흡수 합병해 덩치를 키우려고 하고 있다.

올해 LIV 골프 리그를 런칭했는데 54홀 14개의 토너먼트로 대회 규모를 두 배로 키우고 총상금을 무려 4억 달러(약 5,269억 원)을 책정해 대회를 운영한다. 기존 판을 뒤엎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만든 골프판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은 온전히 사우디아라비아의 것이 된다.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사들일 때만 하더라도 과거 UAE나 카타르 자본이 유럽 명문 클럽을 잠식했던 그 사례를 뒤늦게 쫓는 것으로만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매입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자본들은 코로나19 시대가 시작되면서 망가진 티켓 및 MD 수익으로 구단들이 도산하는 타이밍을 잘 잡고 시장에 진입했다. 막무가내로 돈을 쓴 게 아니며, 이 뉴캐슬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적 국영 클럽, 그러니까 왕자들이 회장으로 있는 클럽 4개 팀을 매입했다. 걸핏하면 이적설의 중심에 서고 있는 알 힐랄·알 나스르·알 이티하드와 같은 팀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며, 호날두를 필두로 한 슈퍼스타 이적 러시가 시작된 배경이다. ‘돈개념’이 없는 어느 한 팀의 미친 투자가 아니라 막대한 부를 등에 업고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를 유럽 못잖은 축구판으로 만들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투자를 통해 더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차후 한 번 더 짚겠지만, 단순히 정책적인 이유로 축구 육성을 한다는 관제 개념이 강했던 중국 슈퍼리그와 달리 사우디아라비아는 돈으로 스포츠 산업을 사들여 더 큰 돈을 벌어들인다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귀에 익숙한 슈퍼스타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간다는 소식에만 귀 기울일 게 아니라 그 이면을 봐야 한다. AFC라는 터울 안에 함께 속해 있는 경쟁자가 이를 ‘붐’을 통해 힘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前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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