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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 리그가 어마어마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급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주목받는 리그가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그에 못잖게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냈던 중국 슈퍼리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에 사우디아라비아 리그가 흥하면서 언젠가는 중국 슈퍼리그처럼 무너질 거라 여기는 이들이 꽤 많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처럼 망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스포츠 투자는 크게 두 가지 전략에 기인한다. 첫째는 산유국으로서 그간 벌어들인 막대한 소득을 재투자해 더 큰 부를 창출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축구를 비롯해 그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스포츠 투자는 수익을 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둘째는 인권 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나라라는 부정적 인식을 탈피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스포츠 워싱’이라고 비판하나, 어찌 됐든 사우디아라비아는 ‘신흥 스포츠 산업국’이라는 이미지를 점점 쌓아나가고 있다. 당연히 기반 시설이나 유스 육성에 대한 투자도 병행되며, 장기적 비전에 입각한 플랜에 의해 돌아간다. 명확한 목표성이 있는 것이다.

중국은 어떠했을까? 중국은 지난 2014년에 자국 내 스포츠 산업의 규모를 8,000억 달러(한화 약 1,073조) 수준으로 키운다는 10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에서 이런 안을 내놓으니 각 지자체에서도 크게 호응했다. 저마다 지방 예산을 끌어 모아 스포츠 산업에 투자했다.

그리고 그걸 본 대기업과 개인 투자자들이 따라붙었다. 특히 세제 혜택을 약속받은 부동산 관련 대기업이 대거 뛰어들었다. 이처럼 투자가 쏠리자 어마어마한 선수들이 대거 중국 땅을 밟았다. 유럽 빅5 리그의 슈퍼스타들과 비교해서도 꿀리지 않는 금전적 대우를 보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에 접어든 후 모든 게 변해버렸다. 중국 정부는 2020년 부동산 투자 규제를 강화했다. 슈퍼리그의 원동력이 부동산 대기업이 지닌 재력이었다는 점에서 치명타였다. 여기에 2021년부터는 구단명에서 기업명을 배제했다. 가뜩이나 규제를 받는데 자사 이름을 알릴 수 없으니 각 구단 모기업들의 관심도가 더욱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중국 축구계 내 적폐 청산 캠페인도 한몫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대대적인 정화 작업을 거칠 것이라는데 규제에다 사정 칼날까지 휘몰아치니 자금이 마를 수밖에 없었다. 일부 구단에서는 선수들에게 임금을 줄 수 없는 지경에 놓였을 정도였다.

여기에 투자가 단순히 유명 선수 영입에만 쏠려 있었다. 이런 풍토는 1990년대 초창기 일본 J리그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그래도 그때 일본은 기본에 충실했다. 자국 축구 발전을 위한 인프라 확충이나 지도자 및 유소년 육성에는 관심도 쏟은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그런 게 없었다. 자금이 마르니 속수무책으로 선수를 내줄 수밖에 없었고, 재투자를 통해 거두어들인 수익도 없으니 리그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 축구계 내 정화를 끝낸 후 다시금 대대적 투자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확실한 건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단순히 돈을 많이 쓸 수 있다는 수준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재투자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前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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