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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의 옛 물리치료사가 북한 평양 원정을 떠올리며 기고한 회고가 시선을 모은다.

이란 스포츠 전문 매체 <바르제슈>는 2006 FIFA 독일 월드컵 당시 이란 사령탑을 맡았던 브랑코 이반코비치 감독을 도왔단 알리레자 샤하브 물리치료사의 회고록을 소개했다. 당시 이란은 북한을 상대한 평양 원정을 갔다가 경기에서 승리한 후 분노한 북한 관중들의 습격에 휘말려 고초를 겪어야 했다.

샤하브는 북한에 들어가는 과정부터 자세하게 기억했다. 샤하브는 “중국에서 북한행 비행기를 탔다. 1970년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비행기 내부는 페인트칠을 한듯했고, 시트는 완전히 버스의 그것과 같았다. 스튜어디스는 영어를 못하는 젊은 여성이었다. 책에서 몇 단어를 배웠을 뿐 회화를 많이 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때 고열을 앓았다. 기내의 공기가 매우 무거웠던 탓에 더욱 숨이 가빠졌다. 우리가 원했던 건 호텔에 도착하는 것뿐이었다”라고 북한의 고려항공 탑승기를 남겼다.

이 경기는 지난 2005년 3월 30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벌어졌다. 전반 34분 이란의 스타 메흐디 마다비키아가 선제골을 터뜨렸고, 후반 34분 자바드 네쿠남이 쐐기를 박았다. 당시 경기장에 수많은 북한 관중들이 들어찼다. 이란의 수많은 미디어들이 취재하려고 했으나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홈팀에 의해 통제되었다고 한다. 샤하브는 “하나의 모양, 하나의 옷, 하나의 목소리”라는 표현으로 당시 김일성경기장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이 경기에서 판정 논란이 발생하자 북한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는 것이다. <바르제슈>는 “후반전 들어 북한 선수가 이란의 페널티박스 안에서 넘어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선수들은 물론 수만 명의 북한 팬들이 시리아 심판을 다그쳤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외려 주심이 북한 선수를 퇴장시켰다. 이에 분노한 북한 팬들이 물병과 의자를 집어던졌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샤하브의 기억은 좀 더 구체적이다. 샤하브는 “일단 걸어갈 수 없었다”라며 “무거운 짐을 들고 버스에 먼저 도착하려고 라커룸을 나갔다. 버스 정류장으로 통하는 작은 문을 나오니 수많은 사람들이 매복하고 있더라. 아마 1~2천 명은 족히 될 것이다. 내가 한 발을 뗄 떼마다 그들 역시 한 걸음 따라왔다. 겁이 나서 짐을 두고 온힘을 다해 라커룸으로 도망갔다. 많은 사람들이 돌과 막대기를 던지며 날 뒤쫓았다. 도와달라고 비명을 지르며 라커룸으로 뛰어들었다”라고 기억했다.

이어 “모두가 상황 파악 후 책상이나 옷장 등을 문 앞에 두며 군중들이 라커룸으로 들어오는 걸 방지했다. 우리의 죄는 우리가 그곳에서 북한을 이겼다는 것뿐이었다”라고 말한 뒤, “결국 불이 꺼지고 북한 경찰들의 도움을 받아 군중들이 해산됐다. 북한 팬들은 경기장 한가운데에서 인민군들에 의해 끌려나갔는데 한 30분이 걸렸던 것 같다. 그리고 버스에 탑승한 뒤에는 경기장 밖에서 항의하는 북한 팬들과 약 2시간 동안 대치했다. 우리는 매우 강력한 호위를 받으며 호텔로 돌아왔다”라고 당시의 아찔한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관중 난동은 북한의 무서운 ‘홈 텃세’를 언급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사건이다. 당시 북한은 관중 난동 때문에 FIFA로부터 아시아 예선 홈 두 경기를 제3국에서 개최하는 징계를 받았다. 관중 난동까진 가지 않았지만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예선 당시 일본이 그렇게 시달렸으며, 한국 역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평양 원정에서 막무가내식 무관중 비공개 경기 때문에 피해를 봤다.

한편 북한은 2026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통해 아시아 축구계에 돌아왔다. 북한은 아시아 2차 예선 B그룹에서 일본, 미얀마(혹은 마카우), 시리아와 대결한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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