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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신문로)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지에는 카드로도 스포츠를 즐긴다. 축구는 그중에서도 야구와 더불어 메인 종목 중 하나이다.

이탈리아의 파니니(Panini)와 미국의 탑스(Topps)는 세계에서 선두에 있는 스포츠 카드 기업들이다. 특히 파니니는 60년이 넘는 장구한 역사를 지닌 글로벌 스포츠 카드 브랜드 기업으로, 전 세계 카드 마니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스포츠 라이선스를 취득해 매해 다양한 종목의 컬렉션 카드를 출시한다. 

이 파니니가 최근 국내 축구 시장에 상륙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보도자료를 통해 파니니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전한 데 이어, 28일 연맹 브리핑 자리에서 미디어를 초청해 'K리그 파니니 트레이딩 카드'를 출시한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스포츠 트레이딩 카드는 전현직 스포츠 선수의 경기 장면이 인쇄된 카드로, 스포츠 팬들이 수집 또는 교환한다는 의미에서 트레이딩 카드라고도 불린다.

연맹은 K리그 카드 제작을 위해 국내외 업체를 접촉하고 있었는데, 와중 파니니가 아시아 시장 진출을 물색하던 중 서로 목적이 잘 맞아 라이선수 계약이 성사되었다. 연맹은 "유니폼, 머플러, 기타 기념품 등 대표적 구단 MD 외에 K리그 팬들이 수집할 수 있는 아이템 개발은 물론, K리그 팬들에게 새로운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싶었다"라고 취지를 전했다.

파니니는 그간 유럽 3대 리그 시장과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만 컬렉션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었다. 전 종목을 통틀어서도 가장 시장성이 큰 월드컵이 국가 대항전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파니니가 진출한 리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 리가, 이탈리아 세리에 A에 불과하다. 유럽 빅 5라고 불리는 독일 분데스리가와 프랑스 리그 1에는 파니니가 들어가지 않았다. 리그로 치면 네 번째로 K리그가 선택을 받은 셈이다. 당연히 아시아 프로 스포츠 단체 중 최초이다.

이번 K리그 파니니 트레이딩 카드는 초등학생부터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보급형 카드인 '리테일 컬렉션'과 카드 수집가, 애호가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형 한정판 카드인 '하비 컬렉션(파니니 프리즘)'으로 나뉘어 출시된다. 리테일 컬렉션은 세징야, 백승호, 이승우 등 현역 K리그1(1부) 인기 선수 100명, 홍명보, 이동국, 이천수 등 K리그 레전드 7명, 각 K리그 구단별 엠블럼 카드로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선수 카드당 다양한 옵션이 있어 뽑는 재미가 있고, 옵션별 희소성이 달라 낮은 확률이의 카드를 뽑을수록 더욱 높은 가치를 갖는다. 현역과 레전드 선수의 친필 사인이 포함된 초레어템 카드도 있다. 9월 말 출시 예정인 하비 컬렉션은 K리그 경기장 MD샵 등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전 예약 판매분 400박스(2,000팩)이 2시간 만에 완판되는 등 조짐이 심상치 않다. 1박스에는 50팩이 삽입되어 있다. K리그1 강원 FC-포항 스틸러스전에서는 판매 부스가 설치되어 축구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연맹은 K리그 공식 애플리케이션 'Kick' 등에서 구매자 대상 이벤트를 진행, 당첨자에게 팀 K리그 사인 유니폼, 2023 K리그 공인구, 2023 K리그 대상 시상식 초대권 등을 제공하는 등 팬들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연맹의 노력들은 K리그의 파이 전체를 살찌기 위한 일환으로 읽혀져 반갑기 그지없다. 그간 K리그는 축구 말고는 즐길거리가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e스포츠 등과 연계해 흥행 시너지를 내려는 노력도 있었지만, 피부에 와닿기엔 부족했다.

스포츠 카드 문화가 우리나라에 없었던 건 아니지만, 북미와 유럽 지역에 비해서는 말할것도 없고,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시장성이 미미한 수준이었다. 최근 수 년 전부터 아이돌을 중심으로 '포카(포토카드)'가 유행하고 있고, 포켓몬스터와 유희왕 카드 등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지만, 스포츠 분야의 인기는 미약했다. 프로야구, 여자배구 등을 소재로 한 카드가 있긴 했어도 파니니처럼 글로벌 브랜드에서 시쳇말로 '각 잡고'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달부터 본격 판매되는 카드의 흥행과는 별개로, 연맹의 이런 노력들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이처럼 새로운 문화를 축구판 자체에 정착시키려는 시도는 연맹 차원의 거대한 움직임과 추진 동력이 아니고서는 실행 자체가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K리그1 12개 구단의 각개 전투로는 홈 경기장 스토어에서 내놓는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기에, 이처럼 대대적이고 전사적인 모험은 불가능에 가깝다.

개인적 경험을 끌어 오자면, 초등학교 시절 선동열, 이종범 등 스타플레이어들의 스티커북을 문방구에서 사서 모으며 스포츠 컬렉션 문화를 처음 접했다. 그러면서 프로야구를 더 좋아하게 된 경험이 있다. 스포츠는 다양한 계기를 통해 팬이 되는데, 카드도 그 많은 계기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음을 그때의 경험을 통해 체감했다.

홍명보, 황선홍, 이천수, 이동국, 송종국 등 내로라 하는 한국축구 레전드들이 사인용지에 손수 사인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K리그의 흥행이 어느 한 파트의 노력만으로 이뤄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미국에는 트리플A 등 하부리그 루키들이 전지훈련 기간 용돈벌이로 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소득이 낮은 저연차 선수들의 건전한 부업으로도 장려될 만한 것 같다). 스타플레이어가 리그 흥행이라는 대의에 동참하고, 기관이 주체가 되어 축구 카드라는 흥미로운 상품을 만들고, 구단들이 그 취지를 이해하고 대의에 적극 동참해 줄 때 그래도 뭔가 그럴싸한 게 나오지 않을까. 이번 K리그 파니니 트레이딩 카드 컬렉션이 그 시작점이 되기를, 그래서 한해 두해 히스토리가 쌓였을 때 축구를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자라잡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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