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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 잔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역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중 가장 화려한 인터뷰 스킬을 가진 인물이다. 아니 해외를 살피더라도 이 정도로 강한 멘탈을 가진 인물이 있나 싶다. 굉장히 험악한 여론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만면에 가득한 웃음을 보이며 화려한 언변으로 대처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 없다는 한국 속담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취재진이 슬며시 던지는 ‘긁는 질문’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웃으며 꿈쩍하지 않았다. 그런데 웃으며 날리는 멘트에는 가시가 곳곳에 박혀 있었다. 귀국 소감 첫 답변부터 “여러분들이 잉글랜드에 와서 우리 경기를 직접 봤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며 집안에서만 떠들었지 현장에서 취재하지 않는 한국 미디어들을 질타했다.

유럽 체류하는 대신 일정을 바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를 묻자 “여러분들이 들어오라 했잖아요”라고 답하자 분위기가 순간 좋지 않다고 느꼈는지 그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으로 넘어가려 했다. 그러면서 “대한축구협회가 말하길, 해외 원정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면 많은 미디어들이 공항에서 기다린다고 하더라. 내가 독일이나 미국 감독직을 할 때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새롭다”라고 말했다.

마치 이렇게 환영해주는 분위기라 좋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그 현장에서는 그 누구도 환영하지 않았고 클린스만 감독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웃고 있지만, 누가 봐도 상대를 교묘하게 자극하는 화법이다. 그러면서 “여러분(미디어) 모두 카타르에서 보길 바란다”라고 던졌는데, 해외 원정 경기 취재에 적극적이지 않는 한국 미디어들의 행태를 슬며시 또 한 번 건들면서 동시에 본선에서는 한번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잘 뜯어보면, 그의 인터뷰는 어지간한 정치인 뺨칠 정도의 수준이다.

어쨌든 클린스만 감독이 남기고 싶었던 주장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대표팀을 이렇게 외부에서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최악의 성적을 낸 자신의 조국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사례가 그렇다며 대표팀을 외부에서 흔드는 세력(미디어나 팬)들도 성공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말 역시 언뜻 들으면 맞는 얘기다.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대표팀은 여론이라는 외부 충격에 정말 약하다. 경기 내외적 이슈로 흔들리다 끝내 무너져내렸던 과거 대표팀 사례를 통해 한국의 미디어나 팬들도 정말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에도 모두가 신중하게 지켜보려고 했었다.

경기력적인 문제? 불안불안해도 어찌됐든 그건 괜찮다. 클린스만 감독이 주장한 대로 3월 A매치는 지난 카타르 월드컵 멤버들의 기량을 보기 위해, 6월 A매치에는 손흥민이 다치고 김민재가 없는 상황에서 치렀다. 이번 9월 A매치에도 이강인이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말처럼 100% 전력으로 싸운 적은 없었다. 그걸 알고 있기에 경기력적인 문제에 관련해 다소 아쉽다는 수준으로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팀이 아니라 감독이다. 긍정적인 분위기가 팀이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아는 인물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수많은 논란을 낳을 언행부터 하지 말았어야 한다. 지금 클린스만 감독이 걱정하는, 독일을 펑 터뜨렸던 ‘네거티브 네거티브한 모든 일’들을 본인이 만들었다는 걸 현재 전혀 이해하거나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클린스만 감독의 기자회견은 대한축구협회의 억지 설득에 끌려나와 하긴 했지만 내가 바라는 방식은 아니라는 식으로 점철됐다. 웃으며 끝낸 인터뷰이긴 했지만, 그날 클린스만 감독의 말을 현장에서 접한 모든 미디어들은 더 매서운 눈초리로 그의 행동과 대표팀의 경기력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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