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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광주)

광주 FC(이하 광주)의 미드필더 정호연은 이정효 광주 감독이 아끼는 선수다. 얼마나 아끼냐면 이 감독이 정호연을 사위 삼고 싶을 정도. 

피치 안팎으로 안정감을 주는 정호연의 묵묵한 플레이는 동료들에게 귀감이다. 동료 엄지성은 정호연의 장점을 기복 없음으로 꼽는다. 뿐만 아니라 정호연은 전술 이해도도 뛰어나고 순간적 판단 능력과 볼 운반하는 역량 역시 고루 갖췄다. 현대 감독들이 딱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다. 그래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여하는 대표팀에도 합류했다. 중원에서 이강인·백승호·홍현석과 발을 맞출 예정이다.

얼마 전 광주에서 마주한 정호연은 듣던 대로 잔잔했다. 그래도 말 한마디 한마디엔 명확한 방향성이 나타났다. 언급하고자 하는 바를 똑똑하게 표현했다. 그라운드에서 목적의식을 분명하게 갖고 활보하던 모습이 인터뷰에도 묻어났다.

정호연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 채널 '해방촌축구회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는 영상에 전부 그려내지 못한 정호연의 ‘조곤조곤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b11: 올해 K리그1 영플레이어상 수상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개인상 욕심은 없어요. 그저 팀이 조금 더 높은 순위로 갔으면 합니다.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b11: 광주는 독특한 캐릭터가 참 많은데 정호연이 꼽는다면 누구일까요?

“(김)한길 형(웃음). 같이 방을 쓰는데 혼자 웃기도 잘 웃어요. 그러고 괴상한 소리도 내요. 같이 해보자고도 합니다. 저번에는 삐리리(?) 그러던데. 이게 같이 안 해주면 나도 안 할 거야, 이제 너한테 관심도 안 줄 거야, 그러면서 또 삐져요. 이 형이 방에서만 그래요. 밖에서는 이미지를 조용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몇 명 몰라요(웃음).”

b11: 유럽 축구도 자주 보는 편인가요?

“자주 보기도 하고, 팀에서도 많이 보여줘요. 특히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과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이하 브라이튼). 세 팀은 각각 특징이 있어요. 브라이튼은 빌드업, 맨체스터 시티는 파이널 써드에서 지닌 장점, 아스널은 수비를 집중적으로 살핍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클럽은 FC 바르셀로나예요.”
 

b11: 요새 어린 나이부터 선수들이 유럽에 나갑니다. 많은 생각이 들 거 같아요.

“부러우면서도 저 또한 현실에 부딪쳐 보고 싶어요. 나 혼자 다른 나라 사람인 곳에 가서, 문화와 언어에 적응하는 게 대단해 보입니다. 미리 준비하지 않고, 그 문화에 대해 알아가지 않으면 어렵겠다는 생각을 해요. 어쨌든 제 축구로 현실에 부딪치고 싶어요. 내가 어느 수준인지,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실수하고 깨달으며 성장하고 싶어요. 한국에 있으면 편하긴 하겠죠. 언어도 그렇고.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면 도태될 거 같아요. 배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b11: 쉬어가는 질문! ‘오징어게임’에 출연했던 정호연 배우만큼 유명해지는 데 얼마나 걸릴 거 같아요?

“그건 아무래도 어려울 거 같은데(웃음)…. 그래도 말해보자면 한 5년?”

b11: 쉴 때는 뭐해요?

“집에 있는 거 좋아해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를 하거나 드라마를 봅니다. 롤 티어는 골드 3! 드라마는 호러 빼고 다 봐요. 무서운 거는 안 되겠더라고요. 보고 나면 혼자 저녁에 집에 들어갈 때 생각이 납니다. 최근에는 ‘킹더랜드’ 봤어요.”

b11: 인스타그램도 하는 거 같은데 피드가 막 활발하진 않은 거처럼 보여요.

“다른 사람 거 보려고 만들었어요(웃음). 드러내는 게 부끄러워요. 사진도 김포 FC의 조성권 선수 집에 갔을 때 혼나면서 하나 올린 거예요. 하나도 없으면 너인지도 모른다고 해서….”

b11: 아시안게임에서는 어떤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을까요?

“튀는 플레이보다는 팀에서 원하는 플레이. 도움이 되는 플레이. 팬 분들에게 욕 안 먹게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b11: 처음에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 가봤을 때는 어땠어요?

“솔직히 처음에 안 가고 싶었어요. 아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긴장이 되고 심장까지 빨리 뛰더라고요. 지금은 형들이 잘 챙겨줘서 괜찮아요. (긴장감 넘치는 경기는 도대체 어떻게 뛰는 건가요?) 먹고 살려면 해야죠. 직업이니까(웃음).”
 

b11: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을 상상하나요?

“10년 뒤에도 그냥 축구를 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하루하루, 일년일년이 어떻게 될지 몰라요.”

b11: 어릴 적 꿈은?

“역사학자. 어렸을 때 역사를 좋아했어요. 내용들이 신기했거든요. 누가 기록했고, 어떻게 기록했고, 당시에 무슨 언어를 썼고, 하나하나 의문점이 생겼어요. 그러다가 역사가 좋아졌어요. 다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깊이 들어가다 보니까 어려운 점도 있더라고요. 그때 아 이건 아니구나, 하면서 축구를 열심히 했어요(웃음). 그래도 역사 드라마나 영화를 지금도 좋아해요. ‘광개토대왕’은 3번이나 봤어요. 고구려를 좋아하거든요. 항상 의문이에요. 왜 광개토대왕은 삼국통일을 하지 않았을까.”

b11: 축구 하면서 고마웠던 분들이 많을 거 같습니다.

“가족에게 정말 고마워요.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은 친형들이 축구를 다 했어요. 그래서 형들이 제게 맞는 운동도 찾아보고 영양제도 찾아줍니다. 제가 잘하거나 못할 때도 계속 조언하고요. 매일 경기를 보러 와서 말해줘요. 축구를 했었던 형들이니 그 길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힘들어하고 괴로워 할 때도 언제든 도움을 주는 우리 형들이에요. 형들이 본인들의 시간을 많이 투자하면서 조언을 해줘요. 그래서 형들이 말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엔 할 수 없었던 상황도 실은 할 수 있었다고 말해주면 받아들여요. 냉철하게 말을 잘해줘서 좋습니다. 잘한 부분에 대한 칭찬이요? 그런 거는 얘기 안 해주는 거 같아요(웃음).”

b11: 그러고 보니까 삼형제가 전부 축구를 했나 봐요!

“어떻게 된 거냐면, 우리 집은 첫째 형이 축구를 하겠다고 시작했어요. 그래서 테스트를 보러 갔는데 따라간 둘째 형도 축구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 집에 저만 혼자 남게 되잖아요? 그래서 아빠가 너도 축구해라, 이렇게 해서 저도 축구부에 들어갔어요. 부모님이 두 분 다 일을 하셔서 어린 제가 학교도 가야 하는데 그럴 거면 형들하고 붙어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축구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건 아닌가요?) 저는 운동을 안 좋아했어요(웃음). 집에 있는 걸 좋아했어요. 그렇게 축구를 했는데, 하면서 공부를 놓아버리니까 결국 이거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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