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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팬들은 잘 와 닿지 않는 이슈일 수 있지만, K리그 시·도민구단을 만들 때 상당히 고민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법인의 형태’다. 프로축구단은 법인체로 구성해야 클럽 라이센스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건 이제 많이 알려진 상식이다. 하지만 방식은 명확하게 규명하고 있지 않은데, 최근 지자체 예산을 통해 운영되는 시·도민구단의 경우 사단법인과 재단법인 중 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과거 경남 FC나 강원 FC는 주식회사 형태로 문을 열었다. 도민주를 모아 창단 기금을 모았다. 하지만 수백 억 원 단위로 모인 창단 기금이 금세 자본 잠식 상태로 빠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주주들이 가진 주식도 휴지조각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렇다 보니 사단법인 혹은 재단법인 창단이라는 다른 방식을 찾게 됐다.

사단법인은 일정 목적 하에 결합한 다수인의 단체로서 법인격이 부여된 모임을 말한다. 즉, 여기서 법인격의 주체는 사람이다. 반대로 재단법인은 일정 목적 하에 조성된 재산에 의해 법인격이 구성된 모임을 뜻한다. 법인격의 주체는 재산이다.

재미있는 점은 지자체에서는 사단법인보다는 재단법인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서 출연한 예산(출연금)을 통해 구단 운영에 적극 개입하는 게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라는 잣대에서 볼 때 재단법인은 애매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무엇보다 재단법인 팀은 법률적 기준에서 비영리 단체여야만 한다. 이렇다 보니 수익 사업을 전개하는 데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보다 안정적인 바탕 위에서 팀을 운영할 수 있긴 하지만, 클럽이 수익적 측면에서 큰 비전을 그리고 팀을 운영하기 힘들다. 전국 각 지자체가 각 운동부 팀들을 운영하는 상태와 다를 바 없다. 이들은 전국체전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할 뿐, 각 종목의 저변과 인기 확대를 통한 수익 기반 확보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가 축구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노력해도 ‘스몰 클럽’에 그칠 확률이 많고, 그저 팀을 운영하는 데에만 집중하게 된다. 우리네 재단법인 팀들이 과거 실업 축구 시절 ‘시청팀’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실제로 재단법인 팀들은 시 조례 등에 근거를 두고 거의 모든 업무 처리를 하고 있다. 스폰서십 유치도 법률이나 조례가 정하는 한정된 금액 내에서만 가능하다. 열심히 영업을 뛰어 스폰서십 수익을 번다고 해도 받지 못하는 일이 빚어질 수도 있다.

반면 사단법인은 영리적 활동을 추진할 수 있다. 사단법인은 법률적으로 영리법인과 비영립법인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스폰서십 유치를 통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재단법인의 경우 관련 법류이나 시 조례 영향을 받는데 반해 사단법인은 여기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경영적 측면에서 기대할 만한 효과가 더 크다.

시 예산 지원 명목도 재단법인의 ‘출연금’과는 다르다. 사단법인 시민구단은 시 보조금 형태로 예산을 받는다. 지자체 체육문화부서의 시정(市政) 영향이 절대적인 재단법인에 비해 사단법인은 자유롭다. 반대로 팀이 경영적 위기에 빠졌을 때 재단법인에 비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출연금을 내놓아 팀을 책임지는 형태가 되는 재단법인과 달리 사단법인은 엄연히 독립된 법인 구조라 되도록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사단법인과 재단법인 둘 중 어느 방식이 우리네 축구계에 옳을지는 각 팀 사정과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겠으나, 개인적으로는 클럽이 좀 더 프로다운 경영을 하려면 사단법인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냥 축구팀을 운영한다는 측면에서는 재단법인이 더 안정적인 기반일 수 있으나, 그냥 축구팀이 아니라 ‘프로축구팀’이기 때문이다.

좀 더 창의적이고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각 팀들도 더 크고 밝은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만큼 나름의 리스크가 뒤따르겠지만, 수익 창출을 통한 재정적 자립을 얻는 빠른 길이 바로 사단법인 창단이라고 본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前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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