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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 잔

“대한축구협회에서 나머지 팀원들과 함께 돌아가 당신들(기자들) 만나는 게 가능하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일정 바꾸는 건 문제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두 경기’를 보면 되니까요. 문제 없어요.”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을 때 남긴 말이다. 아니 잠깐 들리는 차원에서 한국 땅을 밟았으니 ‘귀국’이라는 표현보다는 ‘방한’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겠다.

어쨌든 저 말을 들었을 때 유독 거슬리는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두 경기’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콕 짚어 ‘두 경기’라고 말했다. 다시 나갈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설마 K리그 경기장에서 딱 두 경기만 보고 다시 나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눈치’라는 게 있으면 대개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은 통상적인 예상에서 벗어나는 인물인 것 같다. 클린스만 감독은 16일 전북 현대-강원 FC전, 그리고 17일 FC 서울-광주전을 보고 19일 출국했다. 정말 딱 두 경기만 보고 한국 축구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본인이 공동창업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실버레이크스 컴플렉스 사업이나 ESPN 축구 애널리스트 활동이 한국 축구의 질적 수준 향상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건 눈치라는 건 생각하지 않고 본인 개인 활동을 통해 ‘워크 홀릭’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 한국을 떠났다. 그리고 그 발걸음을 제지할 이가 아무도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과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분노와 실망을 안기고 있다. 과거에는 소위 ‘핑퐁’이 됐다. 성적이든 처신이든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론화가 되고 접점을 찾았다. 대한축구협회에서도 적극 관여해 관리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굉장히 커졌다는 걸 지난 ‘방한’을 통해 피부로 체감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치라는 걸 보지 않는다. 그리고 클린스만 감독의 그런 모습에 많은 팬들이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다. 이 분노의 원천은 감독을 제어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현재 처신을 보면 향후에도 그가 바뀌는 걸 기대하는 건 무리이지 싶다. 클린스만 감독은 다가오는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 자신의 방식이 옳다는 걸 증명하려고 하고 있다. 실패한다? 언젠가 한국 지휘봉을 잡았던 독일 출신 어느 감독이 얘기했듯 운이 나빠서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클린스만 감독이 공언하고 있는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이 현실화될 경우 그게 한국 축구에 더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축구에서는 결과로 모든 걸 말해야하지만, 그 과정에도 정도라는 게 있는데 그걸 거리낌 없이 무시하고 있다는 건 큰 문제다.

어찌됐든 탑 다운으로 감독을 선임했으니 이제 와서 시스템 운운하는 건 이제 의미가 없다. 클린스만 감독도 변할 생각이 없으니 그의 업무태도를 질타하는 것 역시 의미가 없다.

이제 시선과 비판은 또 다른 계약 당사자인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집중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클린스만 감독의 출국 소식도 오피셜을 내지 않는 지금 분위기를 보면 클린스만 감독이 갖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와중에도 이 악물고 버티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다. 클린스만 감독이 공언하는 AFC 아시안컵 우승컵에 모든 걸 베팅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이 ‘도박’이 그저 성공하길 물 떠놓고 기도하는 모습도 그리 보기 좋지 않다. 이건 믿음과 신뢰의 자세가 아니라 방관이다. 일이 잘되어야 본전을 챙길 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한다면 협회 수뇌부 전체가 책임져야 할 일로 번질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떠나면 그만일 수 있으나, 협회 수뇌부는 그렇지 않다. 계속 방관하는 게 과연 옳은 판단인지 묻고 싶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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