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조남기 기자
  • 국내
  • 입력 2023.10.12 07:25

[b11 인터뷰] 유럽에서 밑바닥 경험했던 포항 홍윤상, 그럼에도 다시 할 수 있다는 ‘믿음’… “자신감 없었다면 돌아오지 않았을 것”

(베스트 일레븐=포항)

홍 그릴리쉬 혹은 홍 박사. 2002년생 홍윤상은 포항 스틸러스(이하 포항)의 ‘성골 유스’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포항에서 생활하며 ‘또래 최고수’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엔 유럽으로 날아가 새로운 세계를 일찌감치 경험했다. 지금은 포항에서 정비하는 시간을 보낸다. 훗날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해서.

포항에서 출발은 좋았다. 홍윤상은 자신의 K리그1 첫 경기였던 대전 하나 시티즌(이하 대전)전에서 헤더로 데뷔골을 쐈다. 포항이 4-3으로 이긴 그 경기에서 홍윤상은 후반 추가 시간 승부를 결정하는 드라마틱 골을 성공시켰다. 그 다음 경기였던 강원 FC전에서도 또 한 골을 추가했다. 지난여름 포항으로 돌아온 홍윤상은 현재 K리그1 6경기에 출전해 도합 2골을 넣었다. 평균 이상의 산뜻한 출발이다.

21세 홍윤상은 큰 꿈을 꾼다. 한국에서는 포항의 영광을 위해 싸울 예정이지만, 때가 됐을 때는 다시 유럽으로 진출해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순간들을 현실로 구현해보려고 한다. 그만큼 자신을 향한 믿음이 강하다. <베스트 일레븐>은 한창 성장 중인 홍윤상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 홍윤상 인터뷰는 유튜브 채널 ‘해방촌축구회사’에서도 영상으로 찾아볼 수 있다.
 

b11: 먼저 이 질문부터… 혹시, 홍 박사님을 아세요?

“그 질문하실 줄 알았어요. 요새 누구 만날 때마다 다 그렇게 묻더라고요. 걸어가고 있으면 다들 절 툭툭 치면서 ‘그쪽도 홍 박사님을 아세요’ 이래요. 그러니 제가 홍 박사님을 모를 리가 없죠. 포항 형들도 절 홍 박사라고 불러요. 이젠 그러려니 합니다. 오히려 감사해요. 어떻게든 제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거잖아요.”

b11: 팀 내에선 보통 누가 홍 박사를 찾나요.

“일단 송라 클럽하우스 퍼포먼스센터 웨이트장에 가면 TV가 있어요. 형들이 거기서 홍박사 노래를 틀어요. 그러고는 ‘춤 춰’ 이래요. (어떤 형들이 그러나요) 많아요. 많습니다. (김) 승대 형, (하) 창래 형, (박) 찬용 형 등….

b11: 홍 박사는 물론이고 홍 그릴리쉬까지 별명이 많아요. 뭐가 더 좋아요?

“사실 뭐든 상관없어요. 제 이름 불러주셔도 좋고. 뭐가 됐든 상관없는 이유는 관심이기 때문이에요. (잭 그릴리쉬 플레이는 좋아하는 편인가요) 솔직히 그건 아닙니다. 물론 잭 그릴리쉬는 축구를 엄청 잘하죠! 저는 잭 그릴리쉬가 스타 기질이 있어 보여서 좋아요. 그런 면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b11: 그러면 내가 딱 일주일만 다른 선수가 될 수 있다면?

“너무 많은데. 그래도 굳이 꼽자면 첼시 FC(이하 첼시) 시절 에당 아자르인 거 같아요. 에당 아자르 영상을 유튜브에서 많이 보고 있어요. 포지션이 겹치기도 하거든요. 경기 스타일은 좀 다른 거 같은데, 첼시 시절의 에당 아자르가 제가 갖지 못한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부러워요. (그러면 첼시 시절의 에당 아자르를 닮아가고 싶은 걸까요) 그건 또 아닌 거 같아요.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어요. 저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b11: 요새 축구 말고 빠져 있는 게 있다면?

“이 말을 하면 좀 그럴 수 있는데 골프요! 그리고 맛집 투어? 이 정도 빼면 일상이 비슷해요. 게임은 안 해요. 골프는 (김) 준호랑 다녀요. 돈 내고 레슨 다니고 있어요. 언젠가 더 크면 치긴 칠 거 같아서 취미 삼아, 재미 삼아 배우고 있어요. (가레스 베일이 문득 생각나네요) 맞아요. 그렇게 되면 위험해요. 그러니까 딱 취미로만.”

b11: 또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있나요?

“전화 통화를 많이 해요. 친구들이나 형들, 그리고 부모님까지. 아무래도 집(제주도)과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이거는 유럽에 나간 뒤로 생긴 습관이기도 해요. 전화를 먼저 걸게 되더라고요. 하면 1시간씩 할 때도 있어요. 여러 사람에게 전화를 걸기보다는 성격상 친한 사람에게만 거는 거 같아요.”

b11: 21살 홍윤상의 소원 세 가지가 있다면?

“안 다치고 축구하기. 포항의 우승. 그리고 유럽으로 다시 나가기.”

b11: 팬들이 많아졌으니 사진 요청도 늘어났을 거 같아요.

“맞아요. 그런데 제가 사진을 잘 안 찍어서 그런지 셀카도 잘 못 찍어요. 가끔씩 팬 분들께서 저 혼자 찍으라는 요청도 있는데, 그때마다 ‘왜 이렇게 못 찍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어요(웃음). 저 진짜 셀카를 잘 못 찍어요….”

b11: 인생에서 가장 큰 두려움이 있다면?

“재해나 재난이 두려워요. 이건 딴 얘기인데 제가 재난 영화를 좋아해요. 우주도 좋아하고. SF 영화도 즐겨 봅니다. 그렇게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러면서 축구로도 상상을 많이 해요. (상상을 하다 보면 도움도 받나요) 저는 상상을 하면서 좋은 생각을 만드는 편입니다. 자신감 형성에도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b11: 자기관리 하는 방법

“최대한 11시 전에는 자려고 노력해요. 중학교 때부터 만든 습관도 있는데 운동 1시간 전에 나가서 보강 운동으로 부족한 부분 채우기. 유럽에서는 2시간 전에 나갔어요.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는 편입니다.”

b11: 몇 년 전 유럽으로 떠나던 시기의 감정도 기억해요?

“유럽 나가는 게 진짜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어릴 적부터 유럽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꿈이었어요. 구체적 제안을 처음으로 들었던 순간도 기억이 나요. 그때 제주도에서 가족들이랑 외식 중이었는데 에이전트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어느 정도 협상이 진전된 다음에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기분은 몹시 좋았습니다.”

b11: VfL 볼프스부르크로 막 이적했을 때는 어땠어요?

“그때 부상을 안고 갔어요. 피로골절이 좀 있었거든요. 마침 코로나가 심해서 경기가 없긴 했어요. 그래서 독일 가서 한 달 정도는 개인 운동에 주력했어요. 이후엔 연습 경기 뛰면서 컨디션을 조절했습니다. (그 다음에 오스트리아 클럽으로 넘어갔다) 그곳에서 비로소 밑바닥 기분을 느껴봤어요. 제가 온실 속 화초로 자랐다는 걸 깨달았어요. 한국 유소년 레벨에서 뛸 때는 늘 1번이었잖아요. 그래서 오스트리아에 갔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던 거 같아요. 동시에 가장 많이 배우기도 했던.”

b11: 역경이 많았던 만큼 유럽에서 배운 게 많았을 거 같습니다.

“일단 유럽은 한국과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그리고 프로 무대는 유스와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전쟁 같은 훈련의 분위기, 축구를 대하는 자세, 유럽 선수들로부터 그걸 봤어요. 경쟁자에 대한 텃세가 있다는 것도 느꼈어요. 하지만 이해해요. 어쩔 수 없으니까요. 훈련에서 가장 잘한 11명이 다가오는 경기를 뛰는 것이었어요. 훈련을 대충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하루 그렇게 전쟁을 해야만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경기를 뛰든, 안 뛰든 성장을 하더라고요.”

b11: 유럽으로 어렵게 나갔는데 포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쉽진 않았을 거 같아요.

“솔직히 유럽에서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유럽에서 아직 보여준 게 없으니까. 이대로 돌아가기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가득했어요. 그래서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일단 축구를 좀 하고 싶다’였어요. 외국에서 버티고는 있지만 K리그에서, 내가 마음이 가장 편한 포항에서 축구를 하며 자신감을 기르는 게 맞다고 봤어요. 한국으로 돌아올 때 다른 클럽이 아닌 반드시 포항으로 오고 싶었던 이유도 편안함 때문이에요.”

b11: 유럽으로 다시 나가겠다는 의지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요.

“다시 유럽으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었다면 돌아오지 않았을 거예요. 유럽에서 축구를 하는 건 감사한 삶이더라고요. 축구 선수에겐 꿈의 무대였어요. 자신 있습니다. K리그에서 잘해서 다시 나아가고 싶어요.”

b11: 포항 유스부터 차근차근 밟아서 올라온 ‘포항 성골’입니다. 자부심이 대단할 거 같은데.

“여전히 포항 소속으로 뛴다는 게 실감은 안 나요. 어린 시절 포항에서 볼보이를 할 때 (신) 광훈 형, 승대 형, (황) 지수 선배님, (손) 준호 선배님 이렇게 있었던 기억이 나요. 승대 형은 지금 같이 뛰지만 여전히 믿기지가 않아요.”

b11: 포항 데뷔전에서 데뷔골, 꿈만 같은 순간이었을 거 같습니다.

“진짜 천운이죠. 비하인드도 있어요. 제가 포항에 7월 초에 입단을 했고 데뷔전은 8월 20일이었어요. 한 달 동안 실전을 못 뛰고 연습 경기를 하고 있던 거죠. 그 기간 동안 한번은 김기동 포항 감독님이 부르시는 거예요. 그러시고는 ‘너 어설프게 빨리 데뷔했다가 보여주지 못하면 그저 그런 선수가 될 수 있다. 준비됐을 때 나를 찾아와라. 그러면 기회를 주겠다’라고 말해주셨어요. 그래서 몸을 열심히 가다듬었습니다. 집중하고 훈련했어요. 대전전 직전에 감독님을 찾아가서 ‘준비 됐습니다. 이제 넣어주세요’라고 말을 했어요. 좋은 시작을 하기 전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감독님의 진심 어린 조언 덕분에 데뷔전을 잘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b11: 포항으로 돌아오며 K리그를 씹어 먹겠다는 각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단한 자신감이었어요.

“그런 성격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늘 하신 말이 어디서든 당당해라, 기죽을 이유는 없다, 이거였어요. 덕분에 어릴 적부터 항상 당당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자신감을 가져야죠.”

b11: 육성 전문가로 소문 난 김기동 감독과 함께합니다.

“포항에 오고 얼마 안했을 시점부터 바로 느낀 게 있어요. 처음 하는 이야기인데요. 내가 김기동 감독님 밑에서 축구를 계속 배우면 정말 클 수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전술과 선수단 장악 카리스마도 특출하신데, 거기다 세세한 면도 있으세요. 디·테·일. 선수들과 교감을 잘하시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가까우면서 거리두기도 잘하세요. 선수들로서는 긴장을 풀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긴장에 시달리지도 않아요.”

b11: 홍윤상 21년 인생에서 은인을 꼽자면?

“누군가를 꼽으면 서운할 텐데, 그래도 가족인 거 같아요. 우리 가족은 제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갖도록 항상 응원을 해줘요. 특히 어머니로부터 힘을 많이 받아요.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더 애틋하기도 해요. 전화도 자주 드리는 편입니다. 포항에서 데뷔골을 넣었을 때 어머니가 엄청 좋아하셨어요. 그때 제가 딱 말했죠. 아직 좋아하기는 일러요 엄마. (그러면 언제 좋아하시면 되나요) 한 3~4년 후에. 제가 더 높이 올라갈 때까지.”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Best Eleven.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