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도하/카타르)

▲ 피치 피플

알 두하일 SC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DF
김문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당시 벤투호가 치른 네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한 선수는 총 26명 중 단 네 명에 불과하다. 손흥민과 같은 간판급 선수들이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대회가 시작된 후 이 선수가 그 중책을 맡을 거라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김문환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평가되며 한국 축구사에 거대한 족적으로 남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에 기여한 김문환에 대한 찬사가 매우 컸었다.

흥미로운 점은 카타르 월드컵 무대가 된 도하가 김문환의 새로운 도전 장소가 되었다는 점이다. 김문환은 지난여름 전북 현대에서 활약하다 알 두하일로 이적하며 새로운 커리어에 도전하고 있다. 김문환과 카타르는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참으로 재미있는 인연이다. 그 김문환을  <베스트 일레븐>이 ‘잊을 수 없는 도시’ 도하에서 만났다. 

김문환은 새 팀 알 두하일에 대한 인상,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기억, 전북 현대·부산 아이파크 등 K리그에서의 경험, ‘은사’인 파울루 벤투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아직 그에게 호출하지 않는 위르겐 클린스만 현 대표팀 감독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꽤 긴 이야기라 여러 부작으로 나눠서 김문환과 나눈 인터뷰를 소개한다.

“태희 형 덕분에 알 두하일 모든 동료가 환영, 아무리 잘해도 그만큼 못할 것 같다”

Q. 만나서 반갑다. 먼저 알 두하일 이적 후 근황부터 알려 달라.

“카타르 알 두하일에 처음에 와서 시즌도 잘 준비했습니다. 이제 시즌 시작한 지, 벌써 ACL 경기를 포함해 한 여섯 경기 정도 한 것 같습니다. 확실히 대표팀 선수로 중동에 오는 것과 제가 여기서 이제 생활하면서 이 리그를 뛰는 것은 조금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당연히 한국에서 뛸 때와 미국에 뛸 때와는 좀 많이 다르고요. 또 카타르라는 나라에 와서 또 이 나라의 문화나 선수들을 통해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게 저한테도 좋은 것 같습니다.”

Q. 새 소속팀 알 두하일에 대한 첫 인상은?

”좋은 것 같아요. 팀 분위기도 그렇고 선수들 자체가 너무 착하기도 하고 또 친근하게 다가와주어서 적응하기도 엄청 쉬웠습니다. (알 두하일은 남태희가 레전드로 대우받는 팀인데)맞아요.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에서 처음 이 팀 친구들을 봤는데 다 (남)태희 형 얘기하면서 진짜 태희 형 덕분에 제가 더 친구들한테나 아니면 스태프분들한테 챙김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남태희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

“여기서는 남(NAM)이라고 그러더라고요. 남은 진짜 좋은 사람이 진짜 좋다고 그러면서, 남은 알 두하일에서 레전드라는 얘기 했어요. 그런 얘기만 엄청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남태희처럼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가질 법한데) 태희형만큼은 못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웃음). 왜냐하면 너무 이 팀의 진짜 레전드이기 때문이죠. 제가 감히 그럴 수 없을 것 같고,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거는 태희형 덕에 좋은 한국 이미지가 있는 만큼 거기에 해가 되지 않도록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카타르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걸 잘해야 할 것 같은가?

“카타르는 아직 경험 중이긴 하지만 공격수를 마크하다 보면 힘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 것 같아요. 미국에서도 그렇고 카타르도 그렇습니다. 그런 부분을 제가 좀 더 적응을 잘해서 좀 이용을 한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LA FC에서는 카를로스 벨라와 뛰었다. 알 두하일에서는 필리페 쿠티뉴랑 뛰는데

“LA에 있을 때는 진짜 벨라가 너무 잘했었고 저와도 잘 맞았어요. 정말 좋은 기억이 많죠. 쿠티뉴 선수는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저랑 한 게임 정도 뛰었던 것 같아요. 저는 2019년과 2022년에 대표팀 경기를 통해 쿠티뉴와 대결한 적 있습니다. 쿠티뉴가 제 마크맨이었어요. 정말 잘한다고 생각하며 뛰었는데, 막상 같은 팀에서 뛰어보니 제 생각이 맞더라고요.”

Q,  A매치 때 쿠티뉴와 경기하면서 지금처럼 팀 동료가 될 거라 생각한 적 없을 텐데

“그렇죠(웃음). 여기서 만나서 그때 제가 마크를 했다고 얘기했어요. 두 번 브라질이랑 경기를 했는데, 브라질 정말 장난 아니라고 얘기했죠.”

Q. 용병으로 뛴다는 게 정말 힘들지 않는가?

“미국에서 경험해봤지만 제가 한 번 더 이렇게 경험해 보니까 어찌 됐든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한국에서도 용병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있기 때문에, 저도 최대한 여기서 모든 훈련이나 모든 경기에서 모든 걸 다 쏟아내려고 합니다. 괜히 여기 이제 용병 선수로서 온 게 아님을 증명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욱 준비하고 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카타르 월드컵, 지금도 기억나는 비니시우스”

Q. 이곳 카타르에서 월드컵 16강을 경험했다. 이곳에서 뛸 거라고 생각했나?

“진짜 생각 못했죠(웃음). 여기서 첫 리그 경기를 뛰었을 때 월드컵에서 뛰었던 그 구장(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이었습니다. 그래서 월드컵 때 감정이 마구 떠올라서 정말 좋았습니다.” 

Q. 카타르 월드컵이 이제 곧 1년이 다 되어간다. 어떤 의미로 기억에 남아있나?

“정말… 정말 뭐 진짜 말 그대로 잊을 수 없는 그런 기억으로 남겨져 있죠. 제가 월드컵 본선 네 경기를 다 뛸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월드컵 가기 전에 ‘진짜 조금이라도 뛰면 진짜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 월드컵 무대를 밟아보고 싶다’ ‘만약에 들어가면 진짜 그냥 이 악물고 열심히 뛰자’는 그런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잘하고 말고 그런 생각은 없었어요. 월드컵에서는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게는 정말 좋은,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Q. 카타르 월드컵 화두가 나왔으니 그때 얘기를 하겠다. 포르투갈전에서 이기고 우루과이-가나전 결과를 기다렸을 때 그 4~5분이 정말 길게 느껴졌을 것 같은데

“저는 진짜…. 그때 포르투갈 전이 가장 저한테 힘들었던 그 경기였어요. 경기 끝나고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데, 동료들과 함께 모여서 결과를 보고 기뻐하고 싶은데 시간이 정말 늦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선수들과 ‘언제 끝나냐’라고 계속 말했어요. 다들 동영상을 통해 많이 보셨겠지만, 정말 보신 그대로입니다.”

Q. 월드컵에서 다르윈 누녜스(우루과이)·크리스티아누 호날두·하파엘 레앙(이상 포르투갈)·비니시우스(브라질) 등 쟁쟁한 선수들과 대결했었다.

“무섭지 않았어요. 일단 경기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이 결정됐을 때부터는 무섭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언제 이런 선수들과 대결해봤겠어요? 누녜스·하파엘 레앙 그리고 가나의 안드레 아이유도 마찬가지고, 다들 세계적인 선수들이잖아요. 그래서 이 선수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느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더 재미있어졌습니다.”

“물론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죠. 딱 부딪혔을 때 그 힘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충돌할 때마다 ‘정신 똑바로 차야 한다. 볼을 정확히 차야한다’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붙어보니 정말 다르더라고요.”

Q. 누가 가장 지금은 기억에 남는지?

“아무래도 저는 비니시우스가 가장 기억이 납니다. (이유는?) 일단 너무 빠르기도 하고 드리블도 너무 좋기도하지만, 정작 비니시우스가 기억나는 이유가 있어요. 경기를 끝나고 선수들과 유니폼을 바꿔본 건 비니시우스가 처음이었어요. (정말 한 번도 없었나?) 예. 이전에는 바꿔본 적이 없어요. 그때 처음 바꿔봐서 비니시우스가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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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알 두하일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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