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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알고 보면 우리네 축구 심판계는 세계 축구계 속에서도 선구자적인 역할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이를테면 VAR 시행이 그렇다. 전 세계 축구계에서 비디오 판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K리그가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르게 이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해 시선을 모았었다. K리그가 도입한 VAR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가 현재 세계 축구계에 VAR이 반영되는 토대 중 하나가 됐다는 건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VAR을 처음 도입했을 때만 하더라도 비판 여론이 많았다. 이를테면 판독 절차 때문에 경기 진행 속도가 느려져 흥미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지금도 잉글랜드 등 몇몇 나라에서 나오는 불만이다. 그런데 지금은 VAR이 없는 축구를 상상하기 힘든 시대가 된 것 같다. VAR이 적용되지 않은 이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그런 기색이 느껴졌다. 경제적 사정 때문에 VAR을 상시 가동하기 힘든 나라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으나, 한국처럼 VAR이 늘 가동되는 곳에서 뛰는 선수들은 아예 플레이스타일과 경기 운영이 여기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변화된 판정 환경에 구성원들이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수년 전 K리그가 했던 용감한 도전 덕분에 가능했던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제안을 하고 싶다. ‘외국인 심판’ 영입이다.

과거에도 챔피언 결정전 등 중요한 승부를 앞두고 판정의 논란을 없애기 위해 외국의 심판을 초빙해 경기를 치른 바 있다. 훗날 독일을 대표하는 심판이 된 펠릭스 브리히 주심이 K리그 챔피언 결정전 휘슬을 잡은 적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단발성 초대를 말하는 게 아니다. 아예 시즌 계약을 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몬 마르치니아크·마이클 올리버 등 세계적 명성을 가진 심판들을 다년 계약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심판과 시즌 계약을 하자고 한 가장 큰 이유는 K리그와는 사뭇 다른 해외의 판정 잣대를 통해 선수들의 국제 경쟁력을 드높이기 위함이다. 대표팀이든 클럽 경기든 국제 경기를 하면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외국 심판의 경기 진행 방식에 선수들이 적응하는 데 꽤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실제 이것이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을 K리그에서 조금씩 경험한다면 나라 밖 싸움에서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심판들의 기량 향상을 위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는 점도 외국인 심판 영입의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외국인 선수와 경쟁을 통해 실력을 끌어올리는 선수들처럼 심판들에게도 그런 경쟁의 기회를 부여한다면, 분명 우리 심판들의 실력도 동반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또한 FIFA에서 서서히 도입하려는 VAR 판정 이유 설명을 K리그에서도 한번 고민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FIFA는 지난 2023 FIFA U-20 월드컵 당시 VAR 판독 후 심판이 직접 육성으로 판정을 해설하며 경기를 진행한 바 있다. 판정 이유가 궁금한 선수들과 팬들에게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하면서 판정의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였는데, 이 아이디어에 적극 공감한다.

선수들에게 얘기를 들어보면 심판들에게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이 바로 독단적인 판정 태도라고 한다. 심판이 선수들과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가지지 않고 고압적인 자세로 선언하다보니 선수들은 불만이 쌓인 채 경기할 수밖에 없고 그게 간혹 경기장 내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선수들의 불만은 아마 팬들도 느끼고 있을 듯한데 이처럼 좋지 못한 분위기를 걷어내는 것 역시 심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VAR 레프리를 현역 심판들이 돌아가면서 보고 있는 상황인데, 체력적으로 고갈이 심하지 않은 이 직책을 40~50대 노장 심판들이 전담하는 게 좋을 듯하다는 생각이다. 체력적인 속박에서 벗어난 그들의 풍부한 경험과 경기 운영 노하우가 피치 위 심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前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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