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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용산)

K리그 축구계에서 심심찮게 거론되는 ‘상상 시나리오’가 있다. 바로 이정효 광주 FC 감독의 리더십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언더독’ 광주를 K리그에서 내로라하는 강팀으로 조련한 그의 지도력이 소위 ‘빅 팀’에서도 통할지에 대한 여러 견해가 오가고 있다.

이 감독은 광주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있다. 올해 대구 FC 원정 경기에서는 격전 끝에 4-3으로 승리했을 때 경기가 끝난 후 무섭게 피치를 쏘아보는 표정이 중계 카메라에 클로즈업되어 팬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팬들은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표정을 짓는 이 감독의 성향에 크게 놀라기도 했는데, 이 감독은 지난 18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라인 트리 로카우스 호텔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 미디어데이 당시 그 장면과 관련한 질문이 주어지자 “그때 정말 기분 더러웠다”라고 웃으며 회상하기도 했다. 크게 이기던 경기가 순식간에 동점이 되었고 막판에 이기긴 했지만 정말 간발의 차였던 대구 원정 내용 자체에 크게 불만을 가졌었다고 여과없이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이 감독은 광주 사령탑으로 팬들에게 선을 보인 후 이런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다. 당시 대구전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선수들의 경기력을 대놓고 질타하기도 했다. 비단 K리그1에서만 이런 모습을 보인 게 아니다. 지난해 K리그2에서 도저히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치고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심지어 스코어상으로 깔끔하게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을 인터뷰를 통해 다그치기도 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구단이 투자를 합니다. 그래야 우리를 함부러 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강단 있는 모습’은 비단 선수에게만 향하는 게 아니다. 이 감독은 이날 미디어데이에 앞서 만난 자리에서 광주가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야 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단순히 높은 순위를 차지해 아시아 무대를 밟고 싶다는 열망을 보인 게 아니라 구단의 미래를 먼저 논했다. 지금 자신의 밑에서 함께 고생하는 선수들이 온당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또한 누가 될 지 모르겠으나 훗날 광주에 입단하는 선수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려면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필요하다는 강한 메시지를 대내외적으로 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습에 많은 이들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울산 현대나 전북 현대와 같은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팀에서도 이처럼 강한 면모를 보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구심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감독과 선수의 관계는 게임에서 구현되는 것과는 달리 현실은 굉장히 미묘하고 입체적이다.

아무리 우수한 지도력과 전술 철학,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지도자라 할지라도 빅 팀에서는 꽤나 고생한다. 이미 실력을 자타공인 인정받는 선수를 다루는 것과 잠재성을 지닌 유망주를 지도하는 건 완전히 결이 다르다. 이 간극을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지도자도 K리그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심심찮게 살펴볼 수 있다.

그래서 이 감독에게 물었다. 울산 같은 빅 팀을 맡거나, 혹은 광주가 빅 팀이 되었을 때 리더십을 그대로 가져갈지를 질문했다. 이 감독은 자신이 밖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녔다고 소개했다. 이 감독은 “전 유연하다. 밖에서 보시기에 리액션과 인터뷰가 강하고 세다는 이유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저는 선수들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소통할 줄 안다”라고 말했다.

현실에서 주어진 상황이 아닌 ‘상상 시나리오’에 근거를 둔 질문이라 실제 이 감독이 자신의 답과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확실한 건 광주를 발판으로 이 감독은 점점 빅 팀을 맡을 만한 지도자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때가 됐을 때 이 감독이 지금과 같은 카리스마를 보일지, 아니면 본인이 언급한 것처럼 ‘유연한 모습’을 보일지 팬들이 상상해보는 것도 흥밋거리가 아닐지 싶다. 이 간극을 극복할지 여부는 이 감독이 지도자로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이 감독은 지금 광주를 빅 클럽으로 만들어가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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