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광양)

전남 드래곤즈 에이스 발디비아는 시즌이 끝나면 적어도 개인 타이틀 하나는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을 듯하다. 바로 도움왕이다. 돌처럼 단단했던 충북청주 수비진을 깨뜨린 것도 결국 발비디아의 지능적인 플레이 덕분이었다.

발디비아가 속한 전남이 29일 오후 1시 30분 광양 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3 37라운드 충북청주전에서 3-0으로 완승했다. 전남은 전반 37분 플라나, 후반 5분 이용재, 후반 17분 노건우의 연속골에 힘입어 난적 충북청주를 꺾고 안방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쌓았다.

최윤겸 충북청주 감독은 이날 승부를 앞두고 승격 플레이오프 경쟁에서 전남이 더 불리한 위치에 있으니 더 위기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잠그는 수비’를 언급하며 상대의 불안 심리를 최대한 자극하는 경기 운영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승부가 시작되자 최 감독의 계산대로 흐르는 듯했다.

전남은 경기 시작 후 30분 동안 이렇다 할 찬스를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 충북청주는 강력한 스리백을 바탕으로 발디비아·이용재·플라나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에 이렇다 할 빈틈을 내주지 않았다. 도리어 K리그2 최고 수준 골잡이로 우뚝 선 조르지를 앞세운 역습으로 두 차례나 결정적 장면을 만들었다. 특히 전반 24분 프리킥 상황에서는 전남 골문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헤더를 날리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승리가 더 절실한 전남이 도리어 충북청주보다 좋지 못한 흐름에 놓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무릇 에이스라 불리는 선수는 이 나쁜 흐름도 단번에 뒤집을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전남에서는 바로 발디비아가 그랬다.

충북청주 수비진의 집중 견제 때문에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던 전반 31분 상대 진영 좌측면 사각에서 스로인을 이어받은 발디비아가 수비수 한 명의 견제를 따돌린 후 오른발로 크로스를 감아올리자 플라나가 뒤로 물러서며 감각적인 왼발 슛으로 그물망을 갈랐다. 이 골로 전남은 승기를 잡음과 동시에 상대가 수비지향적 전술을 고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다. 발디비아는 1-0으로 앞서가던 후반 5분 역습 상황에서 침착하게 동료 공격수 이용재에게 찬스를 제공해 팀의 두 번째 득점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 도움도 기록했다. 포인트로 잡히지 않았지만 노건우의 득점 역시 발디비아의 우측 코너킥에서부터 시작됐으니 이 역시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까다로운 승부라고 점쳐지던 충북청주전에서 발디비아의 특급 도우미 본능 덕에 손쉬운 승리를 가져간 전남이다.

발디비아는 이날 충북청주전 활약상을 통해 시즌 14호 도움을 올렸다. 2위에 랭크된 안드리고·주현우(이상 8도움)와 현격한 격차를 내고 있는 만큼 연말 K리그 어워드에서 이변이 없는 한 도움왕 수상이 확실시된다. 도움 포인트는 선수 혼자서 잘해서 쌓을 수 있는 것이기 아니기 때문이다.

발디비아가 대단한 건 비단 도움에만 능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발디비아는 13득점을 올리고 있다. 1위 루이스(16득점)에 세 골 차로 뒤진 공동 2위 그룹(조영욱·글레이손·조르지)을 이루고 있다. 13-13, 골과 도움 할 것 없이 만능인 발디비아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전남 드래곤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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