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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지난달 30일, 성남 FC는 유소년 팀 감독진 개편 소식을 전했다. U-18 감독이었던 구상범 감독이 팀을 떠나면서 김근철 U-15 감독이 U-18 팀을 맡게 됐고, 7년 동안 구상범 감독을 보좌하며 U-18 코치를 지낸 이상용 감독이 U-15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들 중 오랜 코치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휘봉을 잡은 이상용 감독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성남 유스 풍생고 출신으로, 30대 초반 선수생활을 접고 지도자로 오랜 시간 성남과 동행하고 있다. 선수생활에 대한 미련도 있었지만, 후배들을 잘 길러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성남에 돌아왔다. 고교 시절을 포함하면 성남에 몸담은 시간이 어느덧 햇수로 11년이다.

<베스트 일레븐>이 이달 초, 중학생 아기 까치들의 스승이 된 ‘성남산(産) 까치’ 이상용 성남 U-15 감독의 지도자 스토리를 들어봤다. 11년 차 성남맨, 이상용 감독이다.

베스트 일레븐(이하 b11): 안녕하세요, 감독님. 축하드립니다. 감독 되신 소감이 어떠세요.

“7년 동안 성남에서 코치 생활을 하다 U-15 감독직을 수행하게 됐습니다. 우선 구단에 감사드립니다. U-15로 내려와서 20일 조금 넘게 가르쳐보니 새로운 것도 있고, U-18 팀의 입장에서 중학교 아이들이 무엇이 부족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갭을 최소화하는 것이 제 임무예요. 열심히 노력하라는 뜻으로 임무를 주신 것 같아 열심히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b11: 프로팀은 전지훈련을 가는데, 유소년 선수들의 방학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요.

“아이들 학교가 다 달라요. 클럽 팀이라 한 중학교에 소속된 게 아니죠. 요즘 봄방학이 없어서 학기 중인 친구도 있고, 방학 중인 친구들도 있어요. 8일부터 전지훈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U-18 감독님께 많이 도움을 받아야 할 거고, 또 제가 도움을 드릴 수도 있어서 벌교로 합동 동계훈련을 가려고 해요.”

b11: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감독과 코치의 차이를 실감하는 순간이 있으셨나요.

“아직까지도 솔직히 ‘이 감독’이라고 불러주는 게 많이 어색합니다. 항상 ‘이 수석(코치)’ 이런 말이 익숙했거든요. 그런 호칭이 들릴 때마다 ‘내가 감독이 됐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코치 경험이 많아서 코치 선생님들이 현장에서 힘들어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감독이 됐다고 해서 외면하지 않고 코치의 마음으로 움직이고자 합니다.”

b11: 고등학생 선수들을 가르치다 중학생들을 지도하게 됐습니다. 이 연령대 지도자가 초점을 맞춰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고등학교 아이들만 보다가 중학교 내려왔을 때에 가장 힘들게 느낀 부분은 2024년 신입생을 스카우팅하는 거예요. 아이들을 보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초등부 경험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고학년 학생들의 개인 능력, 기술적인 부분은 프로 산하이기 때문에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봅니다.”

“선수들에게 전술과 전략적인 부분들, 특히 전략에 대해서 어떤 콘셉트를 갖고 경기에 임해야 할지, 강팀을 상대했을 때와 약팀을 상대했을 때에 전략적인 부분을 알려주면 중학교 아이들은 신선해 하더라고요. 오히려 운동장에서 말로 하는 것보다 미팅을 통해서 PPT나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하려고 하죠. 예를 들어 주장 한승희라는 친구의 이름을 애니메이션에 넣어 두고, 포지셔닝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식으로요. 그럴 때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운동장에 노트북을 갖고 나가서 아이들을 불러놓고 영상 띄워놓고 보여주고 훈련을 진행하는 식으로 해야 돼요. 아이들이 말로만이 아닌 전체적인 그림을 한꺼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축구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b11: 프로팀과는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는지요.

“2016년에 팀에 와서 이제 8년 차가 됐어요. 작년 12월에 이기형 감독님께서 프로팀 부임하셨는데, 최근에 유소년 감독들과 미팅을 했습니다. 프로팀이 전술과 전략, 플레이 스타일을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지 말씀해주셨고, 또 U-15·U-18 팀이 프로와 같은 전술, 지향하는 방향성을 함께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사실 팀에 7년 있으면서 프로 감독님과 미팅한 건 처음이에요. 이기형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감독님 많이 괴롭힐 거’라 말씀 드렸습니다(웃음). 전술적인 부분과 지향하는 컬러가 80% 이상 비슷했기에 이기형 감독님이 주신 자료와 미팅을 토대로 유소년을 성장시킬 생각입니다.”

b11: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으신가요. 또 잘 키워보고 싶은 선수는요.

“박태준이라는 선수가 고마웠어요. 2016년 처음 모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때에 그 친구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어요. 2년 차에 주장을 맡으며 솔선수범하고, 팀에 대한 애착, 엄청나게 팀에 많이 기여를 해주는 성실한 친구였습니다. U-20 월드컵에서도 활약을 해줬고, 프로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올라갔고요. 지금도 우리 소속으로 있죠. 유소년 지도자 입장에서 이런 아이들이 많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준프로로 데뷔한 김지수도 있어요. 생각보다는 애늙은이 같았는데, 고3 아이의 멘탈이 아니었습니다. 멘탈도 강하고, 실력도 뛰어나죠. 이런 친구들은 향후 한국 축구의 미래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중학교 팀에 와서는 주장 한승희, 동갑 미드필더 이수윤이라는 친구가 가능성이 충분해 보입니다. 중학생인데도 자세가 좋고, 3년 동안 발전해 실력을 쌓으면 프로팀에 갈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b11: 구상범 전 성남 U-18 감독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감독님을 뵙고 열심히 달려오다 보니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덤덤할 수만은 없더라고요. 7년이라는 시간을 매일 보다 떠나시니 한편으로는 마음에 짐도 있고요. 많이 무겁습니다. 어제도 통화를 했는데, 프로축구연맹 경기 감독관으로 갔다는 소식도 들었고 자주 찾아뵙기로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감독님 제자라고 생각을 하세요. 제자는 아니고, 경신중 시절에 경신고 감독님이셨습니다. 저를 스카우트하려고 하셨는데, 풍생고로 오게 됐죠. 돌고 돌아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구단에서 감독님이 처음 부임하실 때에 모교 출신인 저를 코치로 택했고요.”

b11: 일찍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는데요. 후회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31세에 은퇴를 했습니다. 풍생고 졸업하고, 연세대 입학하고, 드래프트 1순위로 프로팀(전남 드래곤즈)에 갔어요. 고교 시절엔 U-17 청소년 대표로 월드컵도 다녀오고, 승승장구했다고 자부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1학년 때에 대학이 결정됐고, 대학 졸업 무렵에는 올해의 대학선수상도 받았죠. 프로에서도 승승장구할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내셔널리그에 오래 있었어요. 전남에서 나와서 고양 국민은행, 경주 한수원에 있었고 군복무 때문에 K3리그 포천시민구단에 가서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축구선수의 꿈을 이어왔습니다. 군복무 이후에는 다시 경주 한수원으로 복귀할 계획이었죠.”

“경주 한수원의 서보원 감독님은 정말 감사한 분이세요. 결혼하고, 군대를 갔다가 다시 새 소속팀을 찾아야 했는데, 제가 내셔널리그 플레이오프 진출 결승골을 넣은 적이 있거든요. 감독님께서 제대하고 다시 꼭 복귀하라고 약속을 해주셨어요. 제대 무렵에 등번호가 나왔고, 사인볼 제작까지 진행을 했었는데 그때 성남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세 번을 거절했어요. ‘은퇴할 나이는 아닌데’ 하고요. 아내가 고생했고, ‘이제 돈을 벌어야 하는데’ 하면서 고민했습니다. 네 번째에 구단에서 미팅을 하자고 했고, 돈보다는 미래를 바라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6개월 정도 고민을 하고 제대하자마자 서보원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굉장히 실례인데도 지도자 계획에 대해 말씀드렸을 때에 흔쾌히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첫 번째 지도자 생활을 모교에서 할 수 있는 건 평생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요. 지금도 자주 연락을 드립니다.”

b11: 어떤 감독이 되고 싶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감독이라는 직책을 맡고 한 달도 채 안 됐습니다. 아이들에게 더 노력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첫 미팅 때 아이들에게 ‘좋은 지도자와 나쁜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너희에게 좋은 지도자란 좋은 이야기와 칭찬을 해주는 지도자일 것이다. 나쁜 지도자란 강하게 코칭하고 혼만 내는 지도자일 것이다. 나는 그 둘도 아니고 훌륭한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요. 칭찬과 강한 코칭, 당근과 채찍을 함께 주어서 올바른 길로 함께 갈 수 있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향적인 아이들도 있어서, 개인 미팅과 면담을 많이 하려고요.”

“누구나 콘테, 과르디올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죠. 저는 국내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의 남기일 감독님을 꼽고 싶어요. 성남에도 계셨는데, 개인적인 연은 없습니다. 2부로 떨어졌을 때 승격하는 과정을 봤거든요. 젊은 선수들을 어떻게 장악하고, 어떻게 축구에 색깔을 입히시는지를 간접적으로 겪었습니다. 닮고 싶은 부분도 있고요. 또 한 분은 U-17 대표팀의 변성환 감독님이에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데 굉장히 멋진 지도자입니다. 제 롤 모델이에요. 말씀하시는 것, 표현, 단어, 행동과 제스처가 운동선수답지 않고 굉장히 똑똑해 보인달까요. 많이 존경하고 있습니다.”

b11: 여러 유소년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흥미로운 동기부여 영상을 보여주더라고요. 혹시 이런 영상 갖고 계신가요.

“폴더에 굉장히 많은 영상을 갖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많이 나오는 동기부여 영상 중 제가 갖고 있는 것만 해도 10가지가 넘어요. 다른 종목, 미식축구에도 유명한 동기부여 영상이 있고요. U-18 대회에 가면 상대 분석을 하고 마지막에 짧게나마 동기부여 영상을 틀어줍니다. U-15 팀에서는 해본 적은 없고요.”

b11: 감독으로 첫 시즌,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아직은 저도 초보 감독이기 때문에 많이 배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이 되었다고 해서 많은 변화를 통해 (결과를) 보여주고 싶지는 않아요. 실전을 하면서 중학교 아이들이 축구적으로 몸이 아니라 머리로 ‘축구 스트레스’를 받기 바랍니다. 판단력을 강조하고 있어요. 운동장에서만큼은 아이들이 자신감 있는 축구, 재미있는 축구를 지향할 생각입니다.”

b11: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제 성남에 몸담은 지도 7년이 넘었는데요. 이상용에게 성남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7년을 지도했고, 고등학교 시절을 포함하면 11년 차가 된 것 같네요. 성남이라는 도시는 제가 학교에 다닐 때부터 축구 붐이 많이 일었습니다. 지도자를 시작할 당시 황의조, 김동준, 지금은 시간이 지나서 가르친 제자들이 프로에 대여섯 명이 있습니다. 성남은 제2의 고향인 것 같아요. 벌써 11년입니다. 남들은 짧지 않은 시간이라고 하지만, 제게는 굉장히 짧은 시간이에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니 11년이 지났습니다. 이곳에 몸담는 날까지 성남은 존재할 것이고, 발전하고, 다시 1부로 승격할 것입니다. 뒤에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b11: 개인적으로 인사를 전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로 구단에 감사드립니다. 또 발로 같이 뛰어주는 스태프들, 모든 연령별 감독님, 코치님들 다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너무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7년이라는 코치 생활 동안 혼자 육아하며 누구보다 힘들었을 텐데, 7년 만에 감독이 됐을 때 많이 울더라고요. 책임감 갖고 열심히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글=김유미 기자(ym425@soccerbest11.co.kr)
사진=성남 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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