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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태석 기자
  • 국내
  • 입력 2023.10.31 12:01
  • 수정 2023.10.31 12:21

[김태석의 축구 한 잔] 전북전 몰수패가 억울하다는 포항, 그 이유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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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 잔

잡음이 꽤나 시끄럽다. 지난 10월 28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 라운드 그룹 A 35라운드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대결 중 벌어진 교체 해프닝 때문이다.

전반 도중 김진수와 충돌해 다친 김용환을 빼고 신광훈을 넣으려던 포항 벤치가 실수로 김인성과 신광훈을 교체하는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경기장 내에 적절한 사인이 들어가지 못하면서 김인성과 신광훈이 함께 피치를 누비는 일이 6분간 이어졌다. 기록지상으로 포항은 열두 명이 뛰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전북 현대는 1-1 무승부가 된 이 경기가 끝나자마자 48시간 내 이의를 제기할 경우 경기위원회를 거쳐 상대에 최대 몰수패를 부여할 수 있다는 규정에 의거해 곧장 제소했다. 또한 제대로 된 교체 과정 없이 함께 뛰게 된 김인성과 신광훈 역시 규정에 따라 사후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상대의 사정이 어찌되었든 전북에서는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이의제기다. 아마도 전북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 관련된 팀이라면 모두가 이런 이의제기를 할 것이다.

그래서 반대로 포항의 반응이 궁금했다. 사안이 터진 후, 포항은 여러 루트를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측에서는 초유의 사태라 해외 사례까지도 살펴보겠다는 방침인데, 포항 역시 여러 사례를 체계적으로 살펴 변호 논리를 세우겠다는 자세다. 그리고 설령 실수가 있었다고 한들 이 사태를 만든 책임과는 거리가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자. 포항의 주장을 차분히 들어보면 어떤 면에서는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포항의 논리는 무엇일까?

모두가 알다시피 포항 벤치는 김인성을 빼고 신광훈을 넣겠다는 교체 사인을 대기심에게 넣었다. 추후에 공개된 교체 용지를 비롯해 대기심이 들어 올린 번호판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외부에서는 이를 두고 다친 김용환 대신 신광훈을 넣으려다 사고가 난 것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그 시각은 꽤 합리적이다. 경기 흐름상 벤치에서 김용환이 빠지고 신광훈이 들어가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용환과 신광훈은 둘 다 풀백이다.

그런데 포항의 생각은 다르다. 김용환을 빼려고 했든, 김인성을 빼려고 했든 그건 부차적인 문제다. 실수든 정확한 표기든, 경기 진행을 맡은 심판진이 김인성을 빼고 신광훈을 넣었더라면 아무 문제없이 흘러갈 수 있었던 경기였다고 주장한다.

만약 포항 벤치에서 김용환을 빼려고 했다는 게 본심이라고 치더라도, 교체 용지에 김인성을 잘못 넣은 대로 교체가 진행되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잘못된 교체가 이뤄졌다면, 포항은 경기 도중 조용히 자신들을 탓하며 또 한 장의 교체 카드로 바로잡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 역시 규정 내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포항은 꼼꼼하지 못한 심판진이 모든 상황을 그르치고 말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심판진은 김인성을 불러들이고 신광훈을 투입하는 걸 허락하면서도, 김인성의 교체 아웃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6분이나 경기를 진행해버렸다. 심지어 그날 경기장에는 VAR 레프리까지 포함해 총 여섯 명의 심판이 있었다.

포항은 어떻게 그 누구도 이렇게 오랫동안 이 상황을 캐치하지 못했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래서 기록지상 ‘무자격 선수’를 포함해 12명이 뛰는 팀을 만들어낸 건 이날 경기 진행을 맡은 심판진이라고 보고 있다. 한 포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관련 파트 책임자들에게서도 심판의 책임이 크다는 사과도 받았다고 말했다.

광주와는 다르다

일각에서는 2021시즌 광주 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대결 당시 벌어졌던 교체 해프닝과 이번 사안을 비교한다. 되짚어보자. 당시 교체 규정은 최대 세 번의 교체 횟수에서 최대 다섯 명을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때 광주는 교체 허용 횟수 3회를 넘어선 네 번째 교체를 단행해 몰수패를 당했다.

당시 광주는 본래 한꺼번에 두 선수를 넣으려고 했는데 괜찮다는 심판의 안내에 따라 교체했다고 억울함을 주장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정해진 교체 횟수를 초과한 것도 팩트였다. 심판의 잘못된 안내 때문에 억울한 상황에 처한 광주지만, 굉장히 드라이한 시각에서 보면 어찌 됐든 규정 위반은 맞다. 그래서 한국프로축구연맹도 광주에 몰수패 페널티를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포항은 광주 교체 사건과 이번 사안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포항은 앞서 언급했듯이 규정 내에서 교체를 단행했다고 주장한다. 본래 바꾸려고 했던 선수든 아니었든, 교체 용지에 적힌 대로 심판이 교체를 진행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봤다. 물론 교체 횟수 초과도 아니었다. 즉, 룰 상으로 볼 때는 귀책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룰을 본의 아니게 어겨 벌칙을 받게 된 광주와 같은 처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예 완전히 성질이 다른 사안이라는 얘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판단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30일 오후 1시부터 관련 위원회를 열어 이 사안을 논했으나 빠르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오는 11월 1일 FA컵 준결승 이전에는 판결을 내리겠다는 방침인데, 꽤 치열한 격론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사고 시점이 매우 좋지 못했다는 것 역시 빠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판결 하나에 포항과 전북은 물론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파이널 라운드 그룹 A팀들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모두가 촉각을 세우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징계 위기에 놓인 포항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판단을 꼼꼼히 청취한 뒤 다음을 대비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 심판소위원회는 예전처럼 물밑에서 사안을 수습하는 것과 달리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심판진 처분을 비롯한 공식 논평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이 일 전후로 전북과 포항은 모두 규정 내에서 움직이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분명한 팩트는 심판이 규정 대로 선수 교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경기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 사안과 관련해 각자의 위치에 따라 여러 생각을 가질 수 있겠으나, 어느 쪽으로 생각하든 ‘언더스탠딩’을 하기엔 사안이 심각하다. 예전처럼 주심 혹은 경기 감독관의 재량이라는 말로 사안을 어물쩡 넘어가기에는 너무 선을 넘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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