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호셉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은 이젠 손흥민이 미울 것만 같다. 그토록 당해서 열심히 대비했건만 또 당하고 말았다. 손흥민의 발끝은 이번에도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20일(이하 한국 시각) 오전 2시 30분, 잉글랜드 맨체스터에 위치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6라운드 맨체스터 시티-토트넘 홋스퍼전이 벌어졌다. 경기 결과는 3-2, 원정팀 토트넘 홋스퍼의 승리였다. 토트넘 홋스퍼는 전반 4분 데얀 클루셉스키, 후반 14·45+5분 해리 케인의 멀티골을 묶어 전반 33분 일카이 귄도안, 후반 45+1분 리야드 마레즈가 1골씩을 넣은 맨체스터 시티를 제압했다. 이로써 토트넘 홋스퍼는 리그 3연패에서 탈출함과 동시에 1위 클럽까지 꺾어내며 다시금 모멘텀을 만들게 됐다.
토트넘 홋스퍼는 커다란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이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연패의 늪에 빠지며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이런 순간에 EPL 최강의 전력을 보유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해야 하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트넘 홋스퍼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손흥민의 ‘존재감’ 덕택이다. 토트넘 홋스퍼는 경기 전 선발 라인업을 발표하는 순간에도 스쿼드의 다른 누구도 아닌 손흥민의 사진을 전면에 내걸며 ‘그가 또 해줄 거다’라는 바람을 표출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손흥민은 매 시즌 맨체스터 시티를 요리한 ‘시티 헌터’였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였던 멀티골은 지금도 손흥민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남아있고,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도 손흥민의 결승골로 토트넘 홋스퍼가 맨체스터 시티를 잡아냈던 바 있다.
손흥민이 마법처럼 존재감을 드러낸 건 전반 초반이었다. 해리 케인의 킬러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오프사이드 라인을 완벽하게 깨뜨리며 볼을 달고 문전 앞까지 질주했다. 이후 침착함이 일품이었다. 손흥민은 굳이 자신이 슛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순간적으로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 각을 재는 시늉을 하다가 쇄도한 데얀 클루셉스키에 볼을 내주며 골 같은 도움을 기록했다.
물론 토트넘 홋스퍼가 리드를 잡았다고 게임이 여유롭게 흘러간 건 아니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압도적 기량을 앞세워 그라운드를 제어했고, 그러는 가운데 전반 중반 결국 동점골까지 성공시켰다. 예상대로 수세에 몰린 토트넘 홋스퍼는 시간이 흐를수록 움직임이 둔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어려울 때 손흥민이 또 구원자가 됐다. 후반 14분, 손흥민은 역습 상황에서 볼을 잡았고 이내 골문 앞으로 쇄도하는 해리 케인을 향해 칼날 크로스를 전송했다. 해리 케인은 간만에 감각을 뽐내며 다시금 리드를 가져오는 골을 성공시켰다. 피니시도 훌륭했지만, 그 전의 패스 또한 아름다웠던 장면이었다.
토트넘 홋스퍼는 기어이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정말이지 어려운 90분이었고, 경기 전의 상황도 최악에 가까웠지만, 기어코 승점 3점을 얻었다. 손흥민 교체 아웃 이후 동점골을 내주기도 했지만, 막바지에 해리 케인이 뚝심을 발휘했다. 토트넘 홋스퍼가 끝까지 이를 악물 수 있던 중심엔 훌륭한 도움으로 전장을 지배한 손흥민의 공이 컸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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