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부터 동남아 축구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나라는 일본이었다. 특히 일본 J리그는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많은 지도자들을 일찍이 파견해 동남아 축구에 공헌했으며, 선수들이 그곳으로 건너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일본 축구의 영향력을 더욱 키웠다. 특히 태국과 싱가포르가 그랬다.

일본의 영향력이 가득했던 동남아에는 이제 한국 색채가 점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사령탑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최근에는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인상 깊은 지도력을 보여 현지 팬들에게 크게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2020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력을 가진 김도훈 감독이 싱가포르 클럽 라이온 시티 지휘봉을 잡아 주목받았으며, 이번에는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위원장이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자리하게 됐다. 주요 동남아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세 명이나 한국 지도자가 나가 있다는 건 상징성 측면에서 꽤나 큰 의미를 지닌다.

일본과 한국의 동남아 진출은 다소 결이 다르다. 한국 지도자들은 단순히 마케팅적 측면에서 영입되는 게 아니라 온전히 지도력을 인정받아 자리하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김도훈 감독을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가 맡은 라이언 시티의 모기업은 동남아 경제강국 싱가포르에서 재계 5위의 대기업이며, 구단을 운영하는 시스템은 가히 유럽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모자란 건 선수들의 기량인데, 그 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줄 지도력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서 한국 지도자가 선택된 것이다. 박항서 감독이라는 성공 사례, 그리고 신태용 감독 등 이후에도 성공 케이스가 나오면서 동남아 축구계에서 바라보는 한국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커졌다. 한국 지도자들은 젊은 선수들을 적극 육성해 향후를 도모할 수 있는 토대까지 마련해주니 동남아 국가 처지에서는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덕분에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동남아의 국가대표팀 사령탑 자리가 빌 경우 이제 심심찮게 한국 지도자들의 이름이 언급된다.

앞으로도 동남아에서는 한국 지도자를 찾는 일이 많을 것이다. 비단 국가대표팀 사령탑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클럽 뺨치게 많은 자금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의 프로리그에서도 한국 지도자들을 주목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이는 주로 국내, 그리고 간간히 중국이나 일본에서 주로 활동했던 한국 지도자들의 무대를 더욱 확장하는 ‘촉매’가 될 것이다. 한국 지도자가 커리어를 쌓을 기회가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한국 축구의 성장과 국제화에 보탬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현상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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