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이스탄불/터키)

터키 이스탄불에 기록적 폭설이 내렸습니다. 저는 현지 시각으로 24일 밤 8시 35분 비행기를 타고 터키 안탈리아에서 이스탄불로, 이스탄불에서 밤 11시 15분 비행기를 타고 벤투호의 최종예선 7차전이 열리는 레바논 베이루트로 넘어갈 예정이었습니다.

사실 비행기 시간만 보면 24일 오후까지는 취재가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숙소 체크아웃 시간인 오전 11시에 맞춰 안탈리아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이유는 PCR 검사였습니다.

레바논은 입국 당일 자정 기준으로 48시간 전에 한 PCR 음성 확인서를 가지고 입국해야 합니다. 취재하면서 병원을 들러 PCR 검사를 받을 시간이 없었고, 방법은 안탈리아 공항에서 최대한 빨리 받고, 검사서를 손에 쥐는 것뿐이었습니다.

안탈리아 공항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PCR 검사 결과는 3~8시간가량 소요된다”라고 명시했습니다. 혹여 PCR 검사서를 쥐지 못해 레바논 입국 심사에서 거절당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코를 찌른 후 직원에게 묻자, 직원은 “2시간이면 검사 결과가 나온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음이 놓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막막한 양가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9시간을 공항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오전 이스탄불행 비행기가 모두 결항됐습니다. 특별한 고지가 방송으로 나오지 않았고, 터키어로 된 항의만 공항을 가득 메웠습니다. 제가 이스탄불행 비행기를 탈 때쯤 불안해 검색해보니, 눈폭풍이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스탄불에서 출발했던 저녁 8시경, 눈발이 약해졌는지 비행기는 정상적으로 떴습니다. 이스탄불에 도착하는 것도 문제없었죠. 3시간이 지난 후에는, 왜 오전 세 편의 비행기가 모두 취소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했습니다.

밤 11시 반쯤 게이트에서 탑승까지 모두 마쳤습니다만, 베이루트행 비행기는 뜨지 않았습니다. “15분만 상황을 지켜보겠다”라는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왔고, 눈발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시 짐을 꺼내 공항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현지 시각 자정께였습니다.

지금은 오전 6시입니다. 기사 발행 시각은 그보다 늦을 수 있겠습니다. 저는 공항 맥도날드에서 6시간째 앉아 있습니다. 잠시 눈을 붙이더라도, 누가 물건을 들고 가지는 않을까 불안해 자꾸만 눈이 떠집니다. 그래도 쿠션감 있는 긴 의자를 선점해 노숙치곤 호화롭게 보내고 있습니다.

다행히 항공사는 아예 항공편을 취소하지 않고, 오전 8시 30분으로 일정을 미뤘습니다. 이제 2시간 30분이 남았습니다.

벤투호도 폭설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24일 훈련장 제설이 불가능해 실내 훈련으로 대체했습니다. 25일도 마찬가지로 실내 컨디셔닝 훈련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행히 벤투호가 레바논으로 출발하는 저녁 5시 30분경에는 강설이 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정합니다. 대한축구협회는 25일 공식 채널을 통해 "대표팀은 이스탄불에서 하루 더 머무를 예정이다. 향후 일정이 정해지는 대로 다시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스탄불 공항이 자정까지 폐쇄되면서 레바논 입국이 미뤄졌습니다.

이스탄불에 지난 수십 년 중 눈이 가장 많이 왔다고 합니다. 첫 해외출장, 터키 공항에서 PCR 검사와 폭설로 18시간을 보낸 건 다시 생각해도 몹시 답답한 일입니다. 그래도 언젠가 지금을 떠올린다면 분명 좋은 추억이 되리라 (억지로라도 좋게) 생각합니다.

글=조영훈 기자(younghcho@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한축구협회, 조영훈 기자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저작권자 © Best Elev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