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 일레븐=베이루트/레바논)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남자 A대표팀이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위해 안탈리아에서 달아오른다. 이 영광의 '로얄 로드'로 걷는 벤투호를 터키 현지에서 밀착 취재한다. 취재 과정에서 나온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 코너에 담는다. 유튜브 예능 '터키즈 온 더 블록'에서 본딴, 조영훈 기자의 '터키즈'다. 대표팀 일정에 따라 레바논·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이동하면서 ‘터키즈’ 이름을 계속 쓸 수 없다. 고민 끝에 간단하게 생각했다. 현지 국가에 따라 이름에 변화를 줬다. <편집자 주>
레바논에 도착하기 전, 가장 걱정이 됐던 건 현지 통화에 따른 환전 문제였습니다. 온라인에서 찾은 정보에 따르면, 현지에서는 달러와 레바논 파운드(리라)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현지 경제 사정이 너무 좋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레바논은 1997년 이후 달러 당 1,507리라 고정환율을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계속 일어났고, 화폐가치는 끝을 모르고 추락 중입니다.
레바논은 2020년 8월 베이루트 대폭발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2020년 실질 GDP 성장률 –21%를 기록했고, 물가 상승률은 84.9%였습니다.
실제로 저는 공항의 환전소를 이용하지 않고, 베이루트 시내의 환전소를 이용했습니다. 여기서는 달러당 2만 2,850리라를 불렀습니다. 30달러를 파운드로 환전하고 나니 손에는 무려 68만 5,500리라가 쥐어졌습니다.
오늘 아침에 마신 커피 한 잔 가격은 3만 리라였습니다. 고시환율을 적용하면 20달러 정도지만, 현지 통용 환율로 따지면 1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현지 가게는 메뉴판의 숫자를 모조리 지웠습니다. 구글 맵스를 통해 살펴보니 3~4년 전만 해도 같은 가게엔 멀쩡히 가격이 적혀 있었으나,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늘 가격과 내일 가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택시 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지인이 아닌 이상 출장을 온 기자는 택시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라이센스를 가진 택시는 달러를 부릅니다. 이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돈을 손에 쥐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리라 결제가 가능한 우버 이용을 자연스레 고민하게 됩니다.
축구 월간지 기자로서, 당장 제게 가장 중요한 건 한국-레바논간 최종예선 경기입니다. 그런데 레바논 사람들은 당장 경제 위기가 눈앞에 닥친 문제입니다. 언제쯤 이들이 메뉴판에 붙은 가림 스티커를 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글=조영훈 기자(younghcho@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영훈 기자,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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