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 일레븐=베이루트/레바논)
한국이 월드컵 10연속 본선 진출을 조기에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경기, 레바논전. 한국은 여기서 승리하고, 3시간 뒤에 킥오프하는 아랍에미리트(UAE)-시리아전에서 UAE가 이기지 않으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합니다.
이런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열리는 사전 기자회견은 전운이 감돌기 마련입니다. 감독도, 선수도, 기자들도 긴장 상태로 임하는 또 다른 전쟁터 같죠.
레바논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은 사뭇 달랐습니다. 레바논축구협회 측의 ‘인싸’ 직원들 덕분이었습니다.
나세르 칼레드는 레바논축구협회와 함께 일하는 프리랜서 직원입니다. 아랍 최대 스포츠 웹사이트 ‘쿠라’를 운영하고 있죠. 적어도 레바논 현장의 한국 기자들에게는 칼레드의 영향력이 지대했습니다.(좋든 나쁘든!)
칼레드는 현장을 방문한 한국 기자들을 데리고 협회의 온갖 직원을 소개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파텐 아비 파라이라는 한 직원의 생일이 바로 이날이었던 것까지 알게 됐습니다. “축하한다”는 인사는 당연히 건넸고요.
칼레드는 사진 기자 한 분을 소개해줬습니다. “레바논의 모든 돈을 이분이 갖고 있다”라고 농담하면서 “리오넬 메시와 친구다”라고 말했죠. 그분은 엄청난 두 가지 조건 중 전자는 부인해도, 후자는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메시와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냥 웃어넘기려는 순간 그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가왔습니다. 그는 분명 메시와 악수하면서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우와”라는 감탄사가 나오니 그는 신이 났습니다. 카메라 롤을 계속 옆으로 넘기니 네이마르·다니 알베스·루이스 엔리케 감독·사비 에르난데스·안드레아스 이니에스타 등과 찍은 사진이 계속 나왔습니다.

저는 “당신 바르셀로나에서 일했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맞답니다. 세상에. 이런 사람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만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언제나 답은 현장에 있다”라는 모 선배의 말에 매우 신빙성이 생기는 순간이었습니다.
칼레드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저는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레바논축구협회 직원들과 우리는 오후 1시 30분부터 4시까지 2시간 30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서로 친구가 되는 진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한국 기자들은 “우리가 3-0으로 이길 것이다”라고 했고, 그들은 딱히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헤어질 때는 서로에게 내일의 행운을 빌며 헤어졌습니다.
축구는 묘한 매력을 줍니다. 어떤 국가에 가든 축구 팬끼리는 축구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말을 틉니다. 어색한 분위기는 누그러지고, 쉽고 빠르게 친구가 됩니다. 비록 한국과 레바논은 오늘(27일) 적으로 만납니다. 그러나 선수가 아닌 우리는 쉽게 적이 되진 못할 겁니다.
글=조영훈 기자(younghcho@soccerbest11.co.kr)
사진=조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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