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2022시즌에 임하는 K리그 팀 중 개인적 인연 때문에 주목하는 클럽이 있다. 전남 드래곤즈다. 전남은 이번 시즌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을 하게 된다. 전남은 K리그2 팀 최초로 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게 된다. 지금껏 있지 않았던 일이었기에 그들이 어떤 행보를 걸을지 많은 이들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과거 전남에 몸담았을 때 AFC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때도 FA컵 우승 자격으로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섰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달랐다. 승강제가 없긴 했지만 어찌 됐든 1부리그 팀이었고, FA컵 우승과 AFC 챔피언스리그 도전이라는 명분 덕에 예산도 꽤 많이 올려줬다.
덕분에 나름 전력 보강을 착실히 하고 출전했었는데, 확실히 수준이 달랐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팀들은 저마다 우수한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K리그에서 나름 인정받는 선수였던 당시 전남 외인 공격수 산드로 히로시와 레안드롱이 그 무대에서는 특별할 게 없는 선수들이었으니 말다했다. 외국인 선수만 그런게 아니다. 국내 선수들도 자국 최고 수준이었다. 심지어 빡빡한 일정 속에서 이 대회를 병행해야 했다. 더블 스쿼드가 아니면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게 어렵다는 걸 절감해야 했다.
순수한 개인 의견이지만, 지금의 전남은 그때보다 더 힘들 것이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만큼 나름 예산이 늘었겠지만, 아무래도 K리그2 팀이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언급했듯이 더블 스쿼드가 필수라 할 수 있겠는데, 전남은 그걸 꿈꿀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게다가 올해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때문에 일정이 과밀한 상황이다. 시즌이 일찍 시작하고 K리그에서만 40경기를 치러야 한다.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 수까지 합하면, 상황에 따라서는 50경기에도 육박할 수 있다. 과연 이 혹독한 일정을 수행해낼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그나마 제3지에 모여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게 다행이다. 과거에는 아시아 곳곳을 홈 앤드 어웨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선수층이 두터운 팀도 아시아 원정을 다녀오는 걸 힘들어하는 걸 떠올리면 전남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제3지에서 모여 집중적으로 경기한다. 이는 선수층이 얇은 전남에 그나마 행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괴로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건 변함없다.
이런 상황을 상정하고 상상해보겠다. 만약 지금 전남의 선수운영 업무를 맡고 있다면, 감독과 조율해 최대한 2021시즌 스쿼드를 지키며 예산이 허락하는 내에서 부족한 포지션을 보완하는 데 집중했을 듯하다. 무작정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건 어쩌면 모험일 수 있다. 지킬 선수를 지키며 조직력 싸움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내야 한다. 전경준 감독의 전남이 가진 최대 강점이 조직력인 만큼 그 점을 최대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다만 시즌 운영은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AFC 챔피언스리그를 잘못 치르면, 전반기 K리그 성적이 망가지고 그 후폭풍이 후반기로 이어진다. 프로인 만큼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긴 해야겠으나, 크게 비중이 없는 경기에는 1군 전력을 최대한 아끼며 다음을 대비해야 한다. 이를테면 2군 선수들이 나서도 될 경기를 미리 상정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나서는 모든 대회에 욕심을 내야 하는 게 당연한 자세긴 하나, 자칫하다가는 모든 게 망가질 수 있다. 때문에 냉철하고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올해 전남이 살 수 있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現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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