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서귀포)

“어느새 3년 차다. 시간이 금방 지나는 거 같다. 이제는 감독으로서 말을 내뱉는 거보다 행동과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해다.”
서울 이랜드 정정용 감독이 K리그 감독 3년 차가 되는 해를 맞아 출사표 같은 표면의 각오보다는 행동으로 증명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처음 프로팀 감독 지휘봉을 잡은 뒤 겪은 지난 두 시즌의 시행착오를 더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으로 비쳤다.
정 감독은 2020시즌 부임 첫해 10개 팀 중 5위로 이듬 시즌에 대한 가능성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시즌 초반 무패로 선두를 달리며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렇지만 이후 순위가 곤두박질쳤고, 부천 FC 1995와 승점은 같았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겨우 꼴찌를 모면했다.
이번 시즌은 정 감독이 부임 후 내건 출사표, 즉 “3년 안에 ‘서울 더비’ 이룬다”라는 목표를 이룰 마지막 해가 될 게 유력하다. 계약 기간이 올해까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더욱 신중하게 임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시즌 한 차례 쓰라림을 안았던 정 감독이다. 그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1부(K리그1) 승격과 K리그2(2부) 무패,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가 10개 팀 중 9위에 그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최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서 열렸던 한국프로축구연맹 주관 미디어센터 기자회견에서는 대단히 신중한 모습이었다. 정 감독은 “어느새 3년 차다. 시간이 금방 지나는 거 같다. 이제는 감독으로서 말을 내뱉는 거보다 행동과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해다. 혹자는 지도자가 증명하는 자리라고 이야기한다. 이 의미에서 봤을 때 작년은 많은 걸 경험한 해다. 1위부터 꼴찌까지 다 해봤다. 올해는 하고픈 거 꼭 이루어 냈으면 좋겠다. 팬 분들이 믿고 기다려줬으면 좋겠다”라며 덤덤한 시즌 각오를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프로 감독) 2년 차에 겁도 없이 여러 이야기를 했었다. 1부리그 승격, 2부리그 무패, FA컵 우승이었다. 가능한 부분이기도 했었다. 작년에 2부리그 전남(드래곤즈)이 FA컵을 우승했다. 이제 나는 그런 이야기보다 선수들이 목표에 도달하게끔 해야 하는 게 ‘감독의 일’이라는 판단이다. 아직 용병이 안 왔는데, 그런 부분만 되면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거 같다. 올해는 말조심해야 한다. 묵묵히 선수들 서포트하겠다”라고 호기로웠던 지난 시즌 초와 달리 조심스러운 시즌 전망을 전했다.
어찌나 조심스럽던지 심지어 그는 “최하위 구단 처지에서 이 자리에 있는 것도 감사한데, 넋 놓고 똑같은 퍼포머스로 접근하면 안 된다.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웃는 사진 안 찍어 줬으면 한다. 그런 사진이 찍히면 팬들이 정신줄 놓은 줄 안다. 감독인 내가 잘해야 한다. 선수와 지도자에 대한 리스펙트는 안 변한다. 선수의 기능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려면 감독으로 해야할 것들이 있다”라며 지난해와 180도 달라진 자세를 보였다.
이번 시즌 서울 이랜드는 더는 물러설 데가 없다. 지난 시즌은 당연하고 지지난 시즌의 순위도 뛰어넘어야 승격에 도전할 수 있다. 정 감독은 “오기 전까지 좋지 않은 팀 상황을 알고 있었다. 주위에서 우려도 많이 하셨다. 그런데 지금은 (이랜드) 그룹의 의지가 충분하다. 우리가 원하는 염원이 있다. 나만 잘하면 될 거 같다. 결과만 내면 된다. 최선 다해서 그런 걸 만들어 내는 게 한국 축구에도 발전이 되지 않을까 한다”라며 한국 축구 발전이란 대승적 차원에서도 서울 이랜드의 승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정 감독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승격에 도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년을 해보니 선수를 최소 3번이나 보면서 뽑았는데도 부족함이 많았다. 영상으로 뽑는 건 리스크가 크더라. 스태프가 바뀌고 변화가 많은 상황이다 보니 스태프 중에 (선수를 보러) 갔다. 타깃형(스트라이커)을 원했기에, 거기 준하는 용병 두 명을 봤다. 이달 내로는 해결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이랜드는 창단 후 정들었던 잠실(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떠나 목동에 둥지를 새로 튼다. 이에 그는 “잠실의 안 좋은 기억 마무리해 목동으로 간다. 목동이 희망의 땅이 되었으면 좋겠다. (목동은) 축구 전용 경기장까지는 아니지만 (팬들이) 관람하기 좋을 거 같다”라며 새로운 환경에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신중함과 기대감을 동시에 내포한 서울 이랜드, 그리고 막중한 책임감을 어깨에 이고 차분한 출사표를 전한 정 감독, 그럼에도 변해선 안 될 서울 이랜드의 목표는 승격이다. 그는 ‘후퇴는 없다’라는 각오로 배수진을 친다. “2부리그에서 5인 교체가 진행된 부분도 있는데 잘 이용해서 올라가는 방법 택할 것이다. 플레이오프 가게 되면 끈 놓지 않을 것이다”라고 눈빛을 번뜩였다. 프로 감독 3년 차 정정용과 서울 이랜드의 도전은 어떤 열매를 맺게 될까.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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