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대표팀에서 단신 축에 속하는 김진수가 또 한 번 한국 축구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 헤더로 0-0 균형을 깨는 선제골로 한국 축구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주춧돌을 놓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일 오후 11시(한국 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에서 후반 7분 김진수와 후반 25분 권창훈의 연속골로 시리아를 2-0으로 꺾고 1986 멕시코 월드컵부터 10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한국은 남은 예선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최소 조 2위를 확보,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예약했다.

이날 한국은 전반전 8대2의 볼 점유율로 우세한 분위기를 이끌면서도 유효 슈팅을 단 하나도 만들지 못하며 고전했다. 전반 10분에는 시리아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골이 취소되었다. 전반 13분에는 왼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김진수가 백패스 미스로 상대 공격수에게 슬라이딩 슛을 허용하는 빌미를 주는 등 허점을 노출했다.

이처럼 벤투호는 우세 속에서도 이상야릇한 분위기로 말려 들어갈 뻔한 상황이 있었는데, 김진수가 자신의 실책을 결자해지하는 멋진 헤더 골을 터트리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미 김진수는 전반전에 각각 상대 골문 옆 그물을 맞히는 슈팅과 헤더 슈팅으로 공격 측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활발함을 보여주었다. 다만 수비 쪽에서 한 차례 아쉬운 백패스가 있었고, 공격 상황에서 공을 받을 때 균형이 무너지는 장면이 있었을 뿐이었다.

이날 벤투 감독이 시리아를 상대로 김진수에게 의도했던 건 내려설 것이 불 보듯 뻔한 시리아를 상대로 한 강력한 공격 지원이었다. 이는 반대 측면의 김태환의 쓰임새에서도 비춰졌다.

이러한 벤투 감독의 복안과 김진수의 능력치가 절묘하게 적중했다. 김진수는 후반 7분 김태환이 오른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시리아 골문의 파 포스트에서 상대 수비수를 앞에 두고 과감한 러닝 점프 헤더로 머리에 공을 갖다 대며 시리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의외의 상황에서 170cm대에 불과한 김진수가 해낸 멋진 득점이었다.

이로써 김진수는 UAE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다시금 증명했다. 김진수는 2019년 1월 UAE 아시안컵 8강 바레인전 연장 전반 추가 시간에 이용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한국의 준결승 진출에 이바지한 바 있다. 그때도 라시드 스타디움이었고, 그때도 헤더였으며, 그때도 반대 풀백의 크로스를 받아 넣었다. 3년 전과 판박이 득점을 올린 것이다. 그것도 A매치에서 기록한 두 골 모두 굉장히 흡사했다.

김진수의 선제 득점은 대표팀에 큰 힘이 되었다. 한국은 교체 투입된 권창훈이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두 번째 득점을 올리며 시리아의 추격 의지를 완벽히 꺾어 놓았다. 역사적인 월드컵 본선 10회 진출에 김진수의 시그니처 득점이 구름판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김진수의 홈 그라운드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로 경기력이 뛰어났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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