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 일레븐=남해)
대구 FC는 2022시즌을 이끌 리더로 알렉산드레 가마 감독을 택했다. 가마 감독은 한국 축구에 조예가 깊은 인물이다. 과거 조광래 대구 사장이 경남 FC 사령탑으로 재임하던 시기, 그곳에서 코치로 활약하며 성공을 도왔다. 이후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수석코치까지 올라서 화려한 시간을 보냈다.
가마 감독은 한국을 떠난 뒤엔 태국 축구계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트로피 헌터’로 불릴 만큼 가는 곳마다 우승컵을 족족 주워 담았다. 심지어 중위권에 그치던 치앙라이 유나이티드를 키워내 정상을 밟은 적도 있다. 유럽의 위르겐 클롭 감독이 그랬듯, 가마 감독 역시 정상급 선수 없이도 팀을 길러 결과를 내는 ‘비범한 능력자’다.
가마 감독의 업적과 경험은 현재 대구에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난 시즌 대구는 창단 최초로 1부리그 3위에 도달했다. 다음 목표라면 당연히 2위 이상의 성적이다. 때문에 가마 감독과 대구가 지금 이 순간에 연을 맺은 건 참 적절했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를 초월하려는 대구엔 도전적 성향의 지도자, 나아가 도전을 통해 성공을 맛본 승리자가 필요하다.
<베스트 일레븐>은 남해에서 가마 감독을 만나 그가 속에 품은 생각들을 귀담아 들었다. 그는 대구 선수단을 이끌고 정말 갈 때까지 가볼 참이었다. 들려주는 이야기 속엔 우승을 일궈낸 사람의 자신감이 풀풀 묻어났다.

b11: SNS를 열심히 하는 걸로 보입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인스타그램은 제가 직접 합니다. 현재의 상황이나 과거에 겪었던 것들을 기록하기 위해서죠. 팬들의 리포스트 덕에 포털 뉴스까지 접할 수 있어요. (부임 후 대구팬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받았을 거 같아요.) 전부 좋은 메시지들이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메시지가 있다기보다는, 대부분 ‘태국에서 이뤘던 걸 대구에서도 부탁드린다’라는 내용이었어요.”
b11: 기자 회견에서 선수들에게 ‘믿고 따라오라’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럼 대구팬들에게는 어떤 말을 전해줄 수 있을까요?
“대구라는 팀은 ‘성장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큰 목표를 이뤄야 합니다. 팬 여러분들이 믿어준다면, 새로운 감독과 함께하는 새로운 시즌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겁니다. 하고자 하는 축구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여러분과 함께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b11: 가족들과 함께 왔나요?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은 어떤가요?
“아내만 올 거 같아요. 2명의 딸은 성인이라 각자 업무와 학업으로 바쁩니다. 한국엔 오랜만에 왔는데, 리그가 예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일단 소셜 미디어 활동이 활발합니다. 팬 분들도 이전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분위기인 거 같아요. 리그 자체의 수준도 높아졌습니다. (기억나는 한국말도 있나요?) 앞으로, 뒤로, 오른쪽, 왼쪽, 정도네요. 아무래도 한국을 떠난지 11년이나 됐고, 그 기간 태국어·아랍어·영어만 주로 사용했습니다. 한국 국가대표팀에 일했을 때는 한국어를 공부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 역시 듣고자 하면 들리는 건 있어요.”
b11: 한국행은 어떻게 결정했는지 궁금합니다. 나아가 조광래 사장은 가마 감독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나의 커리어에서 한국은 언젠가 돌아와야 할 땅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죠. 사장님과 유대감 역시 중요했습니다. 사장님과 저는 서로 신뢰를 주고받는 특별한 관계입니다. 오래도록 꾸준하게 연락했고, 언젠간 대구에서 함께하자는 이야기도 나누곤 했습니다. 이번엔 제가 태국 클럽에서 빠지는 타이밍이라 마침내 시기가 맞았습니다."
“사장님과 잘 맞는 이유요? 사장님과 저는 기술적이면서 창조적인 선수 유형을 좋아합니다. 뿐만 아니라 강도 있게 뛰어다니는 다이내믹함을 추구하는 것도 닮았죠. 서로 축구 아이디어가 비슷하니 잘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엔 같이 일을 하며 생각을 공유했고, 좋은 축구를 만들어 함께 국가대표팀에 갔던 적도 있습니다. 외국에 나가서도 그때의 축구에 대한 틀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축구에 대한 확신이 있습니다.”

b11: 냉정히 말해 대구가 K리그1에서 전북이나 울산 등을 넘어 우승을 하겠다는 건, 현재의 토트넘 홋스퍼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나 리버풀을 넘고 트로피를 얻겠다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승’ 정말 가능할까요?
“한 팀을 이끌면서 우승을 목적으로 두지 않는다면 당연히 우승할 수 없습니다. 우승을 생각하는 팀은 동기부여부터 다릅니다. 리그가 시작하기도 전에 우승을 하지 못한다고 가정하면, 리그를 치를 필요도 없습니다. 열망을 가져야 합니다. 전북과 울산을 상대하는 건 우리에게 거대한 동기부여입니다. 불가능? 그런 건 없습니다. 리그에서 많은 사람들이 놀랄 만한 팀을 만들 겁니다. 우리는 그만한 자원을 가졌고, 충분히 도전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신념으로 지금껏 지도자 커리어를 이어왔고 업적들을 이뤄냈습니다.
b11: 선수단의 팔로우십을 강조했습니다. 만일, 선수들이 가마 감독님을 믿지 않고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요? 토트넘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과거 선수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죽이겠다”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를 전했던 적도 있습니다.
“말을 안 듣는다면 아무래도 뛸 수 없겠죠? 하지만 감독으로서 매니저의 역할도 해내야 한다는 건 분명합니다. 선수들이 따라오게 만드는 건 제 임무입니다. 저는 선수들을 어떻게 끌고 가야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제 철학을 무조건 삼키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공유하고, 맞춰가며,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다행히 지금껏 감독으로 일하면서 제 철학을 거부하는 선수는 없었습니다. 훈련 분위기를 조성한 뒤, 이후 실전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승리한다면, 선수들은 저를 믿고 따라오게 되기 마련입니다.”
b11: 대구는 세징야·에드가·라마스 등 외인의 지분이 워낙 큰 클럽입니다. 이들을 잘 알고 있었나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선수들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대구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크다는 건 압니다. 한국 입국 후 자가격리를 하며 대구의 경기를 꼼꼼히 봤고, 세징야와 에드가와 라마스가 얼마나 잘해냈는지도 이해했습니다.”
b11: 태국에서도 그랬겠지만, 해당 국가 선수들과 소통할 때 통역의 역할이 몹시 중요합니다. 때문에 대구 이종현 코치님과 궁합이 궁금합니다. 어떨 거 같나요?
“어느 나라에 가든 그곳에서 통역을 맞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성적을 낼 수 있는 이유도 늘 제 옆을 지켜줬던 통역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종현 코치는 제가 경남에 있을 때 선수로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이 코치는 축구에 대한 공부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어떤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합니다. 서로 생각이 안 맞을 일은 없습니다. 생각을 공유하며,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나아갈지 고민하면 됩니다. 문제없습니다. 잘 될 일만 남았습니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