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남해)

대구 FC의 공격을 주도하는 존재들은 세징야나 에드가 등 외인 선수들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빈자리를 채워줘야 하는 선수들도 반드시 필요한 법. 한 시즌을 나는 데엔 그저 몇 명이나 11명이 아닌 ‘거대한 스쿼드’가 필요하다.

정치인도 대구 공격진을 구성하는 당당한 일원이다. 1997년생의 젊은 선수로서 매 시즌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2021시즌엔 어느 때보다도 많은 기회를 잡아 모든 대회 통산 4골(2도움)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K리그1을 비롯해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나 FA컵까지 다 치러야 하는 대구엔 정치인의 역할이 퍽 중용한 상황이다. 

<베스트 일레븐>이 남해에서 만난 정치인은 예년과 달리 자신감이 부쩍 올라 있었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시즌을 보낸 덕택이다. 정치인은 속도를 붙인 김에 이번 시즌도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꾼다. 나아가 다가오는 몇 년 내에는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야심도 표출했다.

b11: 작년 이야기 안 할 수가 없어요. 데뷔골은 물론 도합 4골까지, 경기도 많이 나왔고 의미가 깊은 한 해였을 듯해요.

“작년에 가장 많이 나왔어요. 그리고 프로에 와서 ‘내가 무언가 했다’라는 생각이 드는 해여서 정말 뜻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b11: 사실 2021년 이전의 시간에는 적잖이 힘들었을 거 같아요. 3년 정도 쉽지 않았잖아요.

“그렇죠. 사실 대구에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기회를 받기가 쉽진 않았습니다. 그럴수록 더 묵묵해졌어요. 운동하고, 열심히 또 운동만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기회가 찾아오더라고요. (경기에 못 나가던 순간, 멘탈 트레이닝은 어떻게 했나요?) 전 긍정적인 편입니다. 스스로 ‘괜찮다, 괜찮다’, ‘기다리자, 기다리자’하면서 버텼어요.”

b11: 작년에 데뷔골 넣고 인터뷰 할 때 눈물을 보였습니다. 왜 그랬는지 감정을 기억하나요?

“아무래도 부모님 생각이 정말 많이 났죠. 그리고 그간 힘들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어요. 그러니까 진짜 갑자기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사실 부모님이 대구의 매 경기에 찾아오세요. 홈이든 원정이든 100%. 아들이 경기를 뛰거나 안 뛰거나. 그래서 처음으로 골을 넣고 앉아 계신 자리를 딱 봤는데, 부모님도 울고 계셨던 거 같아요. 제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아시니까요.”

b11: 작년에 기회를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갑자기 달라졌던 이유나 좋아진 원동력이라면?

“초반에는 에드가와 세징야가 부상으로 나가서 경기를 뛰었어요. 그렇게 계속 달리다 보니까 해볼 만하더라고요. 와중 자신감이 생겼고, 경기에 조금 더 많이 나가게 된 거 같아요. 그리고 여유로워진 것도 있어요. 프로 초년 차에는 내 것만 하는 느낌이었는데, 연차가 쌓이다 보니까 같이 만들어가는 플레이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되더라고요. 그런 게 좋아졌고, 또한 좋게 보인 거 같아요.”

b11: 2022년,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가 있나요?

“일단 리그에서 5골 넘겨보겠습니다. ACL도, FA컵도 중요하지만, 그래서 리그에서 잘하고 싶어요. 일단 K리그에서 잘해내자는 게 먼저입니다.”
 

b11: 1997년생이지만 벌써 프로 7년 차네요. 앞으로 어떤 위치까지 도달하겠다는 장기적 비전도 있을 거 같습니다.

“아직 너무나 많이 성장해야 해요.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위치죠. (이)근호 형이나 (이)용래 형처럼까지 되면 좋겠지만, 그곳까지 도달하지는 못해도 언저리(?)까지는 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형들이 좋은 말씀을 정말 많이 해주세요. 그래서 요즘엔 더욱 긍정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더 열심히 하게 돼요. 나름 그림을 그려둔 것도 있어요. 3년 뒤에는 득점왕에 가까워질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b11: 이근호 선수가 말하길, ‘정치인 선수 가진 게 많다’고 했습니다.

“근호 형, 항상 좋은 말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럴 때마다 동기부여가 샘솟습니다. 근호 형으로부터 말을 들으면, ‘지금 내가 나쁜 건 아닌가 보다. 더 열심히 해야지’ 이런 생각이 절로 들어요.”

b11: 대구 선수들, 가마 감독 훈련이 힘들다고 말합니다. 정치인 선수는 어때요?

“진짜 정말 힘들어요. 축구도 힘들긴 한데, 특히 외적으로요. 이전에는 서킷 웨이트 같은 육체적인 게 힘들었는데, 가마 감독님 오시고 나서는 볼을 찰 때가 힘들어요. 단적으로 압박을 가할 때가 그렇죠. 스프린트를 엄청 많이 해요. 원래는 수비수들이 더 많이 뛰는 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감독님 주문이 공을 가진 선수들에게 강하게 압박을 걸어야만 한다고 강조하셔서, 공격수들도 요즘 굉장히 힘든 거 같아요.”

b11: 카운터를 치는 대구 특유의 스타일, 정치인 선수에겐 잘 맞는지 궁금합니다.

“만족하고 있습니다. 플레이 할 때 빠르게 공을 몰고 가는 것, 2선에서 침투를 할 때 장기를 발휘할 수 있어요.”

b11: 평소 경기 리뷰나 이미지 트레이닝은 많이 하나요?

“솔직히 잘못된 부분은 안 보려고 해요. (홍)정운 형이나 다른 형들이 유독 놀리거든요(웃음). 그래서 못했던 것보다는 제가 잘했던 순간들에 집중합니다. 잘했던 장면들은 많이 돌려보죠. 작년에 넣은 4골은 수없이 돌려봤어요.”

b11: 좋은 선수들이 많은 대구, 정치인 선수도 이번 시즌 출전 시간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진 않을 수 있는데, 기회가 올 때마다 어떤 인상을 남기고 싶나요?

“상황마다 다르긴 할 겁니다. 이기고 있을 시 출전한다면 여유롭게 움직이고 싶어요. 지고 있을 때는 공격성을 최대한 발휘해야겠죠. 그리고 비기고 있다면, 제가 골을 넣어서 이기는 경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b11: 이 팀 상대로 꼭 골을 넣고 싶다?

“강원 FC랑 할 때 골을 넣고 싶어요. 친구 (김)대원이 강원에 있거든요. 대원이가 통화를 하면 약간 으스대는 게 있어서 한번 득점에 성공하고 싶습니다(웃음).”

b11: 이제는 정치인 선수보다 퍽 어린 친구들도 대구에 많습니다. 옛날 생각도 많이 날 거 같아요.

“진짜 예전 기억이 떠올라요. 제가 어쩔 줄 몰라 하던 시기들이요. 그래도 잘하는 동생들 보면 ‘쟤는 떡잎이 다르구나’라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요새는 김희승이나 이진용, 황재원 등이 잘하는 거 같아요. 사실 다들 잘합니다.”

b11: 형들이 ‘K리그 우승’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인 선수가 봤을 때는 어떤가요?

“형들 잘 따라갈 겁니다. 충분하게 뒷받침해서 우리가 우승할 수 있도록 해야죠. 확실히 근래 대구를 보면 과거에 비해서는 빡빡한 경기가 많이 없어졌어요. 전북 현대나 울산 현대와도 해볼 만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요. 그럴 때마다 ‘우리가 경쟁력 있구나’라는 확신이 들어요.”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대구 FC,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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