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남해)

김진혁은 대구 FC에서 대체할 수 없는 존재다. 독특한 캐릭터다.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까지, 대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구원자’처럼 나타나 팀을 끌어가고 보호한다. 두 포지션을 소화하는 게 개인에겐 부담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미션을 수행하려 한다.

그래서 김진혁은 캡틴이기도 하다. 워낙 오래 대구에 머물렀던 선수이기도 하고, 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며, 털털한 성격 덕택에 동료들 사이 평도 좋다. ‘큰형’ 이근호는 “진혁이가 주장직을 정말 잘 해낸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김진혁은 2022시즌도 완장을 달고 그라운드에서 동료들을 지휘할 예정이다.

대구는 이번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한다. 김진혁은 주장의 시선으로 봤을 때도 “해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점점 차오른다고 말했다. 특히 훌륭한 신입생들의 합류가 팀 전력 상승에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베스트 일레븐>이 남해에서 ‘대구 캡틴’의 속 이야기를 듣고 왔다. 올해 대구, 정말 분위기가 남다른 모양이다.
 

b11: 작년에 처음으로 대구의 주장을 맡았습니다. 아무래도 쉽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제가 주장을 맡아서 그런가, 뭔가 사건·사고도 많고 시끄러웠던 한 해였어요. 경기력도 들쭉날쭉했던 거 같고요. 그래서 ‘내 탓인가. 내가 주장을 잘 못했나 보다’라고 자책도 했습니다. 고민이 많았죠. 그럴 때마다 형들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경기 결과가 안 좋았을 때는 코치 쌤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고요.”

b11: 그렇게 열심히 주장직을 수행하다 보니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저 혼자 답을 찾는 건 아니더라고요.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결국 모든 건 대화를 통해 만들어가야 했습니다. 사소한 약속들이 중요했고, 그 약속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성적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던 거 같습니다.”

b11: 대구 선수단이 워낙 어려서 김진혁 선수도 이제 마냥 젊은 편은 아닙니다. 혹시 ‘세대 차이’ 느낄 때도 있어요?

“제가 굉장히 젊게 사는 사람이라 그런 건 못 느끼는데, 어린 선수들은 가끔 저를 어렵게 느끼는 거 같기도 해요. 저는 어려운 사람이 아닌데 말이죠(웃음). 선수들과 식사를 많이 하면 좋을 텐데,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언제든 다들 잘 다가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제 나름의 고민이에요.”

b11: 올해도 주장입니다. 2년 차 주장으로서 어떻게 팀과 대화해볼 생각인가요?

“작년 초반엔 정말 일주일에 2~3번씩은 노력해서 밥을 먹었죠. 그런데 선수들이 나중에는 자꾸 밥을 먹으러가자고 하더라고요. 이게 기분은 좋은데, 횟수가 쌓이니까 부담은 좀 됐습니다(웃음). 다 제가 자초한 일이겠죠. (밥을 여러 번 사달라고 한 동생들이 있나 봅니다) 지금은 떠나고 없는 (박)성수와 (박)한빈, 그리고 (장)성원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잘하라고 밥을 사줬는데 가버린 친구들도 있네요.”

b11: 김진혁 선수 성격이 정말 좋아서, 주변에서 장난을 거는 선수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만만한 거죠 뭐(웃음). 그냥 좋은 게 좋습니다. 물론 가끔씩 선을 넘나드는 아이들도 있어요. '너무 착한' (김)우석이가 대표적이죠. 사실상 형이라고만 부르는 거 같아요.”
 

b11: 22살 때 처음 왔던 대구, 그때의 김진혁은 지금과 많이 다를 거 같습니다.

“대구에 합류했을 때가 마지막 드래프트였죠. 무엇을 해도 불편했어요. 몸은 늘 긴장되고, 자신은 없고, 정말 그랬어요. (그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제가 과거에는 방출 직전까지도 갔어요. 다행히 2017년에 어떻게든 기회를 1년 더 받았는데, 그때 했던 생각이 ‘내겐 1년 밖에 없다’였어요. 그렇게 포지션도 바꿔봤습니다. 속으로 ‘올해는 센터백에 대해서 배우는 한 해로 만들자’라는 계획을 세웠던 기억도 나네요.”

“그때 훈련 정말 많이 했어요. 구단에서도 따로 많이 받기도 했고요. 그런 부분들을 당시 손현준 감독님과 형들이 좋게 봐줬습니다. (황)재원 형은 저를 안쓰럽게 보고 동시에 대견하고 기특하게도 보면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렇게 다들 도움을 주시니 신나서 더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b11: 어렸을 때는 중앙 수비를 봤던 적이 거의 없죠?

“중학교 2학년 때 6개월 정도를 제외하고는 늘 공격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공격수에 대한 인식을 많이 버렸어요. 포지션을 바꿀 때 어느 정도 감안을 했죠. 공격수에 대한 인식을 버려야만 수비수로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너무 다른 두 포지션에서 공존이 쉽진 않았거든요. 예를 들어 앞으로 쏠린 공격수로서 자세가 수비수에겐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b11: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수와 수비수를 매번 오가는 김진혁입니다. 진짜 ‘멀티맨’이에요.

“작년에 포워드와 센터백을 몇 번씩 나왔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네요. 체감상 수비가 조금 더 많았던 거 같긴 하네요. 어쨌든 이번에 기자 회견에서도 말했듯, 앞으로는 제가 어떤 위치에서 뛰게 될지 미리 알고 싶은 마음이 커요. 이전에는 경기 당일에도 제가 어느 포지션에서 뛸지 모르고 경기장에 왔던 적이 많았어요. 대부분은 훈련을 받을 때 어느 한 곳에서 고정된 채로 하는데, 저는 누군가 몸이 안 좋다고 하면 훈련과는 위치가 달라지는 게 잦아요. 물론 굉장히 감사한 일입니다. 제가 필요하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경기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경기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아무래도 포지션을 미리 알고 있는 게 나아요.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오죽하면 찾아가서 빨리 위치를 말씀해달라고 말했던 적도 있어요.”

b11: 가마 감독님 훈련이 힘들다고 소문났습니다. 김진혁 선수는 어떻습니까?

“인터뷰 직전의 오전 훈련도 엄청 힘들었어요. 스프린트가 진짜 많아요. 호흡이 턱 끝까지 찬다고 해야 할까요. 예전에는 일주일에 1번 이런 게 있을까 말까 했는데, 요새는 훈련마다 매번 그래요. 대구에서 훈련이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거 같아요. 물론 대구는 늘 힘들긴 했습니다.”

b11: 가마 감독님이 ‘믿고 따라오면 된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철학이 정말 뚜렷하신 분이에요. 지금은 그 철학을 우리에게 주입하고, 색깔을 입히는 시기인 거 같습니다. 확실히 훈련에서 우리를 집중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셨어요. 이렇다 보니 다들 훈련 때 모든 걸 토해내요. 지금 A팀과 B팀으로 나눠서 훈련을 받는데, 진짜 어느 팀이 이길지 모르겠어요. 예년과 비교하면, 공격 전개에 있어서 ‘직선적’으로 나가는 걸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신 거 같긴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지켜봐야 할 거 같아요.”

b11: 대구 주장의 시각이 궁금합니다. 대구의 K리그1 우승, 현실성 있는 과제인가요?

“처음 들었을 때는 저도 살짝 긴가민가했죠. ‘이게 정말 가능할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새로 들어온 선수들, 새로 오신 감독님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여기다 동계 전지훈련에서 노력하는 선수들의 자세를 보니, 진짜 불가능은 아닌 거 같아요. 요즘 분위기는 확실히 ‘할 수 있다, 하자’로 바뀌었어요.”

b11: ‘원더골 제조기’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예전에 엄청 멀리서 중거리슛으로 골을 넣은 적 있잖아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던 걸까요?

“그날은 공격수였죠. 그러다가 후반에는 수비로 내려갔어요. 그날 대구가 하프라인을 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경기를 했어요. 속으로 ‘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저한테 딱 볼이 왔을 때 앞이 열려 있더라고요. 거리가 있긴 했는데, 전반전에 못 때린 슛 지금 날려보자는 심정으로 때렸어요. 결국 화가 나서 홧김에 때린 건데, 들어가더라고요. 그런데 그 경기 이후로 슛에 자신감이 생기는 효과를 누렸습니다(웃음).”
 

b11: 국가대표 풀백 홍철 선수가 대구로 왔습니다. 원래 친분이 있었나요?

“아닙니다. 대구로 오셔서 처음 봤어요. 남해 오기 전엔 저한테 전화를 걸어주시더라고요. 그러더니 ‘진혁아 대구 실세가 너라며! 우리 잘해보자’라고 얘기했습니다. 확실히 친화력이 좋으셔서 그런지 오자마자 두루두루 잘 지내십니다. 철이 형은 먼저 장난도 많이 치는 타입이신 거 같아요. 그런데 우리끼리 내기로 볼 돌리기 할 때 커피만 두 번 잃었습니다. 대표팀에서 돌아오셨을 때는 좀 긴장하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팀 특성상 철이 형의 합류는 정말 도움이 될 거 같아요. 모두가 잘 알 듯, 전방에 에드가라는 좋은 공격수가 있어서 크로스를 통해 하는 플레이가 잘 이루어진다면 효과가 좋을 거예요. 그런 점 때문에 ‘우리가 우승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같아요. 대구의 장점들과 너무 잘 맞아요.”

b11: 2022시즌을 앞둔 대구의 캡틴으로서 팬 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듯합니다.

“올해 대구 20주년입니다. 그래서 목표도 거창하게 세웠고, 팬 분들도 우리들만큼 기대를 많이 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좋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기복이 있어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런 점을 올해는 잘 보완하겠습니다. 그렇게 팬 분들이 정말 행복할 수 있는 기억을 만들고 싶어요. 같이 우승컵을 들고 싶습니다.”

b11: 전북 현대나 울산 현대와 붙으면 이제 해볼 만한가요?

“우리가 좋은 컨디션에 부상도 없다면 정말 어느 팀과 붙어도 안 질 거 같아요. 베스트만 하면 밀린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 더군다나 올해는 더 탄탄해진 스쿼드니까 다들 자신감이 차 있어요. 물론 전북과 울산은 여전히 K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팀들이지만, 이젠 두렵기보다는 ‘잡아 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대구 FC,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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