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밀양)

정승용은 소리 소문 없이 강하다. 강원 FC의 왼쪽을 든든히 지키는 존재로서 팀 내 없어서는 안 될 자원으로 기능한다. 강원과 연도 몹시 길다. 현재 선수단 기준으로 정승용보다 강원에서 오래 머무른 이는 없다. 정승용이 누구보다 자신감 있게 강원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이유다.

지난 시즌 막판엔 스승과 재회했다. 정승용은 과거 FC 서울에서 뛰던 시절 최용수 감독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바 있는데, 오랜만에 다시 힘을 모으게 됐다. 최용수 감독은 정승용의 ‘은인’이기도 하다. 정승용은 최용수 감독의 조언으로 예기치 못한 포지션 변화를 시도했고, 이를 계기로 강원에서 날아올라 K리그1을 대표하는 레프트백 중 1명으로 이름을 알렸다.

<베스트 일레븐>과 밀양에서 만난 정승용은 이번 시즌을 어느 때보다도 단단히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계’에 도전하겠다며, 선수로서 갈 때까지 가볼 생각이라는 의지를 표출했다. 와중 팀 내 세트피스 키커에 대한 욕심(?)도 은근 드러냈다.

b11: 지난 시즌 막판에 강원에 합류했습니다. 분위기가 많이 안 좋았어요.

“맞아요. 진짜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감독님 오신 뒤에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그 과정에서 정신 무장도 다들 잘 된 거 같아요. 그 덕에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b11: 최용수 감독님이 부임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예전에 서울에서 뛸 때 감독님과 함께한 적이 있어요. 오신다는 소식이 들었을 땐 생각이 많아지긴 하더라고요. 제가 어린 나이 때 봤던 감독님은 정말 무서운 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만난 감독님을 보니 정말 부드러워지셨습니다. 서울 때는 감독님 딱 오시면 공기가 달라질 정도였는데, 요즘은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먼저 다가와주세요.”

b11: 원래는 다른 포지션이었는데 최용수 감독님 권유에 왼쪽 윙백으로 변경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날 따로 부르시더라고요. 서울에서 감독님이 처음으로 백 스리를 시도하려던 무렵이었어요. 감독님은 ‘네가 좌측 윙백을 보면 가진 것들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을 거 같다’라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었어요. 평생 공격만 하다가 한 번도 안한 수비를 하려고 하니 쉽지 않았죠.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그런 시간들이 쌓여서 강원에서 와서 ‘터지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감사하죠. 감독님의 권유가 아니었더라면, 제가 왼쪽 윙백을 보게 될 일은 아마 없었을 거 같습니다.”

b11: 최용수 감독님이 이런 말을 해주셨습니다. ‘승용이는 저평가가 됐다고. 또한 여기서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감독님 말씀이 맞습니다. 강원에 온 뒤로는 매년 뛰는 선수가 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더 치고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이 정말 중요합니다. 한 번 더 오르려면 바로 이때인 거 같아요.”

b11: 현재 강원에서 가장 오래 머무른 선수이기도 합니다.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위치입니다. 그리고 저는 팀 내 다른 누구보다도 강원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이 팀이 좋고, 꼭 발전하길 바랍니다.”

b11: 군 복무로 포천 시민축구단에서 뛰던 지난 시즌, 가레스 베일처럼 리그를 휩쓸었다고 들었습니다.

“어쩌다보니까 리그 MVP에 도움왕까지 했어요. (진짜 베일처럼 휘저었나요) 나름 한 것도 같습니다(웃음). 사실 K4리그도 실력은 엄청 뛰어나요. 처음에 갔을 때는 여기서 K4리그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니까요. 다만 젊은 친구들이 주류다 보니 덜 가다듬어진 면은 좀 있습니다. 포천에서는 원래 포지션은 물론이고, 최전방에 미드필더까지 정말 다양한 역을 소화했어요.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b11: 정승용에게 이번 시즌은 어떤 의미일까요?

“K리그1에서 제대로 다시 시작하는 시즌이죠. 동계 전지훈련을 하다보니까 몸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자신감도 확 붙었어요. 제대로 한번 시험대에 올라보고 싶습니다.”

b11: 왼쪽 윙백으로 K리그1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보여주고 싶나요?

“감독님이 늘 말씀하십니다. 공격할 때는 도전적으로 하라고. 하는 척하지 말고, 백패스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라고요. 요새 그런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도전해서 찬스를 만들 수 있는 방법론을 고민하죠. K리그1의 왼쪽 수비수 중 1명으로서 공격수들에게 질 좋은 크로스와 패스를 넣어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싶습니다. 나만의 크로스와 패스로 찬스와 도움을 만들고 싶어요.”

b11: 그나저나 왼발 킥도 자신감 있지 않습니까?

“그럼요. 그런데 연습할 때는 안 시켜주시더라고요(웃음). 팀에 워낙 좋은 키커들이 많기도 합니다. 그래도 언젠간 제 차례가 오겠죠? 언제든 시켜만 주신다면…. 전 준비됐습니다.”

글=조남기 기자(jonamu@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저작권자 © Best Elev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